빌트(Built) – 공학은 도시 구조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주나 (2편)

빌트(Built) – 공학은 도시 구조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주나 (1편)에서 연결되는 글입니다.

 

2~3센티미터의 차이

‘화재’를 다루는 3장은 2011년 9월 11일 뉴욕에서 일어났던 일을 앞세우며 좀더 긴박한 문장들을 지납니다.

“그 사건을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보면, 섬뜩한 그날은 고층 건물의 설계와 건설 분야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나는 고층 건물의 붕괴를 이끈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읽으면서 재앙을 불러온 것이 항공기 충돌만이 아니라 뒤이은 화재라는 사실에 놀랐다.”라고 이야기하죠.

news.asu.edu/20210908-solutions-engineering-students-still-learning-collapse-world-trade-center

많은 사람이 이미 보았다시피 두 대의 항공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을 때 건물의 외골격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많은 기둥과 보가 파괴되었습니다. 아그라왈은 구조공학자가 이미 건물과 항공기가 부딪칠 경우를 생각하고 그에 대비해 설계했을 것이라 말합니다. 몇 십 년 전에도 이미 그건 기본이었습니다. 보와 기둥은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어서 건물의 일부 구조가 사라지더라도 하중이 다른 곳에 전해질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변수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쌍둥이 빌딩에 부딪친 항공기가 거의 30년 전에 엔지니어들이 설계에 포함시켰던 보잉 707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더 많은 항공 연료를 싣는, 더 커다란 767 항공기였다. 충돌 순간, 연료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이 불길이 연료와 항공기 잔해 그리고 건물의 집기 등 각종 인화성 물질을 태우며 강철 기둥을 매우 뜨겁게 달궜다.

이후 몇 페이지에 걸쳐 무시무시한 문장들이 펼쳐집니다. 두 쌍둥이 빌딩이 각각 어떤 과정을 거쳐 붕괴했는지 역시 공학적인 설명이 이어지죠. 그날의 사건에 대해 여전히 세계의 어떤 사람들은 음모론적인 시각을 고집하지만, 그녀는 충돌이 화재로, 화재가 붕괴로 이어지는 그 시간적 연속을 구조공학의 시각으로 단면단면 분석해 보여줍니다.

아그라왈이 9.11과 쌍둥이 건물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입담이나 전문성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엔지니어는 과거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학은 앞선 시대의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와 사고에서 배우며 끊임없는 개선과 진보를 이루어 왔습니다.

9.11은 초고층 건물을 설계하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쌍둥이 건물에 적용되었던 강철 기둥과 벽, 석고보드 대신 콘크리트 벽이 더 많이 권장되었습니다. 구조공학자들은 시험과 실험을 통해 열에 달구어진 철이 콘크리트를 터뜨리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계산해냈고, 그걸 감안해 철근을 콘크리트 깊숙이 심어 바깥의 콘크리트가 손상되기 전에 불이 꺼지는 시간을 벌도록 했습니다. 철근이 콘크리트의 2~3센티미터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 큰 차이가 생기는 겁니다.

 

콘크리트 정글: 어떤 낙원 이야기

4장, 5장, 6장은 현대 도시풍경의 재료적 측면에 대해 다룹니다. 벽돌과 금속과 바위를 이야기합니다. 금속은 강철을 말하고, 바위는 콘크리트를 말합니다. 강철과 콘크리트가 건축에 사용되면서 철도와 고층빌딩과 긴 다리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각 재미있는 장들이지만, 특히 6장 ‘바위: 콘크리트는 어떻게 전 세계를 평정한 재료가 되었을까?’는 일독해둘만 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어떤 사람들은 현대 도시문명을 살풍경한 ‘콘크리트 정글’이라고 부르며 콘크리트를 부정적으로 대하지만, 아그라왈은 마치 새끼 고양이나 뮤지엄의 전시물을 만지고 싶은 것처럼 콘크리트를 쓰다듬는 버릇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녀에게 ‘콘크리트 정글’은 야유나 비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콘크리트를 통해 비로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시골이라면, 더 넓고 드문드문한 조건 속에서 높이와 쾌적함과 효율성, 그리고 강도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콘크리트가 우세하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시골조차도 점점 더 콘크리트에 많은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게 사실이죠).

이 콘크리트는 현대의 발명품 같지만 이미 기원전부터 사용되던 방식입니다. 기원전 약 2세기경부터 로마제국은 콘크리트를 사용해 다리를 세우고 항구를 만들고 왕궁과 사원을 세웠습니다. 심지어 바다에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은 아직도 부서지지 않고 더 강해지기까지 합니다. 현대의 기술로도 아직 그 비밀을 풀지 못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로마 콘크리트 혹은 우아하게 오푸스 카에멘티시움(Opus Caementicium)이라 불리는 재료로 만든 건축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탈리아 로마의 로툰다광장에 있는 판테온입니다.

지금도 이 건물은 철근을 사용하지 않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로 위용을 자랑합니다. 판테온은 돔 구조의 천정으로도 유명한데 바닥에서 천정 상부의 원형 구멍까지의 높이와 돔 내부의 원의 지름이 43미터로 동일합니다. 판테온은 기원전 29년에서 19년 사이에 처음 만들어졌고 화재로 소실된 이후 서기 113년부터 125년 사이에 다시 세워졌는데요, 125년을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근 1900여 년 간을 버틴 셈입니다. 아그라왈은 고대인들의 콘크리트 사용 기술법과 공학 지식에 찬탄을 보냅니다.

나는 돔의 규모와 단순한 외관에 놀라면서도 그렇게 오래전에 이런 건축물을 짓기 위해 얼마나 복잡한 일들을 해내야 했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오늘날 설계하고 짓는 건축물들이 판테온처럼 훌륭한 상태로 2000년 뒤에까지 남아 있을까? 나는 가끔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로마 콘크리트는 로마제곡 멸망 이후 그 기술이 사라졌습니다. 1000년 가까이 사라졌던 콘크리트가 다시 등장한 것은 1300년대였지만, 아직 지금과 같은(그리고 로마 때와 같은) 안정성을 갖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1860년대 프랑스의 정원사 모니에르가 자신의 화분에 금속 선과 콘크리트를 결합해보는 시도를 해본 이후로 비로소 지금과 같은 철근 콘크리트 방식이 시작되었죠.

도시의 수많은 건축물들에 콘크리트가 쓰이면서 콘크리트는 계속 진화, 개선되고 있습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강도가 높은 콘크리트 혼합을 연구하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인 콘크리트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고대에 뿌리를 둔 재료라 낡았다는 느낌을 주지만, 아마도 당분간은 여전히 가장 현재적이고 가장 미래적인 재료로 남을 것입니다.

삼표는 콘크리트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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