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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셀렉트

폐가전으로 만든 거대인간, WEEE Man

2022-08-11

폐가전으로 만든 거대인간, WEEE Man

 

현대인 한 명이 일생동안 배출하는 폐가전제품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2006년 영국에 등장한 WEEE Man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버려진 전기전자폐기물(이하 폐가전)로 만들어진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Man은 오래된 세탁기로 만든 척추, 진공청소기 튜브로 만든 목, 컴퓨터 마우스를 이어 만든 이빨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 모양의 조형물입니다. 폴 보노미니(Paul Bonomini)가 만든 총 7m, 3.3톤에 달하는 이 조형물은 현대인 1명이 평생동안 배출하는 폐가전 무게와 동일하게 제작되었습니다.

ⓒBrian Snelson

런던 템즈강 남쪽의 런던시청 광장에 서 있던 WEEE맨은 현재는 콘월의 지속가능한 정원, 에덴프로젝트(Eden Project)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하고 있습니다.

 

WEEE맨의 주 구성품

WEEE맨을 구성하고 있는 폐가전의 비중은 실제 영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중량비와 유사합니다. 당시 영국 폐가전 중 가장 많은 무게를 차지하는 건 세탁기, TV 등 대형 가전제품이었죠. 이외에 가전제품(하이파이) 13%, 청소기 등 소형가전 8%, 휴대폰 7% 등으로 나타났는데 이와 비슷한 비중으로 제품들을 골라 WEEE맨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예술적으로 사람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더, 혹은 덜 사용한 제품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 수치를 따랐습니다. 5개의 냉장고, 3개의 세탁기, 3개의 전자렌지, 2개의 믹서, 8개의 토스터, 7개의 TV모니터, 23개의 마우스, 15개의 프린터 등이 WEEE맨의 주 구성품입니다.

3.3톤의 무게는 당시 영국에서 발생한 폐가전(WEEE)의 총량 100톤을 6천만의 인구로 나눴고, 영국 시민의 평균수명 77세를 곱해 계산했습니다. 2003년에 21세의 사람이 2059년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당시 기준 4%의 WEEE 증가율을 계산해 총 무게를 산출했죠. WEEE맨은 일생동안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가전 그 자체이며, 그 엄청난 규모를 한 눈에 보여주면서 무분별한 전기전자제품 소비와 재활용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계속 커지는  WEEE맨?

UN이 발표한 Global E-waste Monitor 2020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적으로 5,360만톤의 폐가전(전지나 플러그가 있는 폐기제품)이 생성되었으며, 이 수치는 2014년과 비교했을 때 21%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 양은 급격하게 증가해 2030년이면 연 7,400만톤의 폐가전이 생성될거라고 예측합니다. 불과 16년만에 2배가 증가한 수치죠. WEEE맨을 지금 다시 만들거나, 2030년에 다시 만든다면 훨씬 무거워져야 할 겁니다.

폐가전은 폐기물 카테고리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품목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이전보다 더 많은 전기 및 전자 장비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더 즐거운 삶을 위해 이전에 없던 제품들이 등장했고, 더 많은 전자제품들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로봇청소기, 에어프라이어, 의류관리기 등은 2003년엔 없던 품목들입니다. 이렇게 전기 및 전자장비의 더 높은 소비율, 더 짧아진 수명 주기, 수리보다 폐기를 우선하는 수리 정책 등으로 WEEE의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UN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에 발생한 폐가전 중 17.4%만 수거 되고 재활용 되었습니다. 재활용 된 폐가전도 일부(금, 은, 구리, 백금을 비롯한 희소금속)만 재사용됩니다. 80%가 넘는 폐가전은 그냥 버려지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구의 토양과 물에 침투합니다. 가전 속에 포함돼 있는 중금속 등 화학물질은 토양 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폐가전을 재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제품에 포함된 희소 금속 등 원료를 재사용할 수 없고, 그대신 새 원료를 만들고 추출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생산과 소비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자원은 소진되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WEEE맨은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경각심을 줍니다. 지구 어딘가에 내가 버린, 3.3톤에 달하는 폐기물 더미가 있다면 어떤가요? 우리 중 대다수가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또 해야 할 일을 고민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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