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도시의 ‘공존’과 함께 ‘지속가능한 연속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시재생. 성수가 국내 대표적인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수는 낡고 오랜 공간에 켜켜이 쌓여있는 역사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며 보존과 재생, 공유라는 패러다임에 맞춰 움직이며 도시재생의 참된 의미를 구현해냈는데요. 그래서인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역공동체의 유산과 자산을 지키면서 도시를 혁신시킨 성수에는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바탕으로 탄생된 핫스팟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다채로운 색깔의 빛을 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성수 핫플레이스에 담겨있는 그 너머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속적으로 오로지 ‘성장’만을 하는 도시는 없습니다. 늘 그렇듯 어떤 시점이 되면 도시는 성장 후 정체를 맞게 됩니다. 또 먼저 성장한 도시일수록 낙후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깨지지 않는 어떤 견고한 법칙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수 또한 수많은 도시들과 다르지 않게 성장과 부흥, 정체를 지나 낙후의 길을 걸었습니다. 성수는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구로공단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제조업단지로 형성되어 서울의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1997년 IMF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됩니다. 성수에 자리 잡고 있던 제조업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하나 둘 다른 곳으로 떠나며 도시는 급속하게 활기를 잃고 거리는 황량하게 변하게 된 것이죠. 2014년 성동구는 악화되는 슬럼화를 막고,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시재생이라는 카드를 꺼내 듭니다.
도시재생사업이란 인구 및 사업체 감소,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대상으로, 물리적 환경 개선과 함께 문화적·사회적·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여 주민과 소통하고 주민이 관점에서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도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는데요.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서울시는 2014년 자치구 공모를 통해 ‘서울형 도시재생시범사업’ 대상을 선정하게 되었는데, 성수 1, 2가 일대가 이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도시재생시범사업구역으로서 변화를 맞게 됩니다. 성수가 시범사업구역으로 선정된 이유는 도시재생이 시급하고, 주변지역에 대한 파급효과가 높은 지역으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도시재생이라는 해결의 열쇠를 손에 쥐게 된 성동구는 성수 지역의 토착산업을 유지하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침체되어있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 차근차근히 미래의 변화를 준비해 나가게 됩니다.
사실 선도 지역으로 선정되기 전인 2010년부터 값싼 임대료와 함께 성수만의 이색적이고 특별한 분위기에 이끌려 많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이 덕분에 성수의 허름했던 공간들이 차츰차츰 매력 넘치는 공간으로 재바꿈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성수는 도시재생시범사업구역으로 선정되기 전부터 계획적 개발이 아닌 자생적으로 이미 재생과 성장의 씨앗을 뿌리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도시재생시범사업은 어쩌면 성수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고 가능성을 키워주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오랜 건물을 철거하고 건물을 새롭게 짓는 개발이 아닌 공업지대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있는 성수의 고유한 분위기를 살리는 일에 집중한 성수는 문화적 특색을 지킨 창조적이면서 매력적인 도시로 성수의 모습을 점차 바꿔갑니다.
성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10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했고, 이 성과로 2020년에는 ‘대한민국 도시대상’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성수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관한 조례 제정 및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통해 지역상생(임차인과 건물주간 상생협약 체결, 성동안심상가 조성 등) 관련 법제화에 기여하고,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과 더불어 활발한 주민 주도 공동체 활동 등을 통해 재생 가능한 도시재생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8년 제1기 성수도시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제2기 도시재생사업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2기는 외부 지원 없이 성동구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산업, 문화를 연계한 지속가능한 성수’라는 목표를 가지고 문화예술 기반 강화 및 소셜벤처 중심지 육성 등 자생 가능한 성수동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아틀리에길
1980년 당시 서울에는 붉은 벽돌로 만드는 주택이 유행했는데, 이 바람을 타고 성수동에도 1990년대까지 3~4층 이하 저층 주택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성수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붉은 벽돌 시범마을’을 통해 기존의 벽돌공장과 주택가를 보존하는 활용하는 사업을 시행했는데요. 그래서 붉은 벽돌은 현재까지 성수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아틀리에길입니다. 입구 초입을 조금 지나다 보면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는데요. 아기자기한 공방과 카페가 들어서며 아틀리에길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곳은 골목 사이사이 들어서있는 가게들을 사진에 담기 위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성동구가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묶어놓아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있었는데요. 지역 고유의 개성을 지킬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등의 신규 입점을 제한하며 지역 상권도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연무장길
조선시대에 이 일대에 병사들이 무예를 연습하던 연무장(演武場)이 있어 연무장길이란 명칭으로 불리게 된 이곳은 이전부터 신발 공장과 철물점 등이 밀집해있던 공장지대였는데요. 피혁 원단가게와 구두판매 가게가 형성되어 있던 이곳에 2018년 이후 제화 업체들이 빠져나간 건물을 개조해 카페와 음식점, 의류 패션 등이 입주하며 언밸란스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지닌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제화의 거리로 이름과 위상을 높여왔던 만큼 여전히 연무장길 곳곳에는 존재감 넘치는 대형 구두 조형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복합적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보니 젊은 층이 많은 아틀리에길에 비해 이곳을 찾는 연령대의 폭은 넓은 편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모습으로 성수동의 변화를 이끈 1세대격인 대림창고가 바로 이 연무장길 쪽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1970년엔 정미소로, 1990년엔 각종 부자재창고로 사용되다가 2011년 패션쇼와 공연, 전시회 등의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쓰이며 2016년부터는 다시 레스토랑 겸 갤러리로 변신한 대림창고는 성수동을 알리고, 유동인구를 늘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성수연방
1974년 대명케미칼의 화학공장이었던 이곳은 현재 성수다움을 담아내고 있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50년이 지난 현재 라이프스타일 숍 ‘띵굴스토어’, 카페 ‘천상가옥’ 등 핫한 가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생활 문화 소사이어티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성수연방은 리노베이션 되었는데, 설계를 맡은 건축가는 최대한 건물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진행했고, 이에 옛 모습 그대로의 건물 구조와 붉은 벽돌의 외벽이 그 모습 그대로 남게 되었습니다.
성수라는 도시가 오늘날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성수다움을 지키고 싶다’는 주민 모두의 하나 된 마음과 그 힘을 바탕으로 우직하게 펼쳐온 성수의 도시재생사업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옛 것과 새 것의 콘텐츠가 한데 섞인 의외의 조합으로 새로운 공간과 풍경을 만들어낸 성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성수의 내일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 참고 자료
– 성수도시재생지원센터 <2015~2018년 성수도시재생 백서>(2018)
– 성동구청 홈페이지(www.sd.g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