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환경을 추구하는 운동이 다양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주변에서도 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분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일회용품의 대체재로 떠오른 에코백, 텀블러가 하나의 소비문화로 변질되며 많은 물건들을 사 모으고, 버리기도 합니다. 진정 환경을 생각하고 보호하는 것은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질 좋은 제품 하나를 사용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환경을 생각한 자투리 재료들로 만든 제품이라면 더 의미가 있겠죠.
삼표시멘트 경영관리팀 김재홍 차장과 삼표피앤씨 BIM팀 이동규 부장의 가족이 천연 가죽 자투리를 활용해 고급스럽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아이템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매서운 추위가 잠시 누그러졌던 12월 마지막 금요일, 김재홍 차장 부부와 이동규 부장 부자가 자투리 가죽을 이용한 소품을 만들기 위해 숭인동의 가죽 공방을 찾았습니다. 세심한 작업에 어울리는 밝은 조명과 테이블, 형형색색의 실타래와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미싱, 그리고 가죽 제품들이 즐비한 선반 등이 가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평소 저도, 아들도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해요. 이번에 자투리 가죽 공예 체험 소식을 듣고 아들이 생각났어요.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학업을 위해 곧 뉴질랜드로 떠나야 하거든요. 가기 전에 좋은 추억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청했습니다.” 평소 가족 공예를 체험해보고 싶었다는 이동규 부장이 기대 가득한 눈으로 공방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체험은 자투리 가죽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부장과 그의 아들, 김재홍 차장과 아내가 차례로 창고 한편에 놓인 자투리 가죽 중 겉감과 안감을 신중하게 비교해가며 골랐습니다. 공방 선생님이 고른 재료를 모아 제작할 카드 지갑보다 조금 여유 있게 재단해주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수업에 앞서 우리의 소비를 점검해보는 시간도 있었는데요. 환경 보호를 위해 사용을 시작했던 에코백, 텀블러 등의 다회용기를 정말 잘 쓰고 있는지, 에코 퍼(eco fur)나 비건레더(vegan leather)가 환경으로 돌아갔을 때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천연 가죽 제품을 오래도록 사용하고, 이러한 자투리 천으로 활용한 소품을 길게 쓰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는 선생님의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날 만든 제품은 카드 지갑이었는데요. 손바닥보다 작은 만큼 꼼꼼한 작업을 요구됩니다. 첫 작업은 겉감과 안감을 이어 붙이는 일이었는데요. 가죽 두 장의 안쪽 면에 3mm 너비로 풀칠을 하는데, 이때 풀이 뭉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선생님이 스크래퍼 한쪽 끝에 풀을 묻혀 긁어내듯 발라내는 시범을 보여주자 곧바로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며 쉽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라며 김재홍 차장이 웃어보입니다. 하지만 손으로 만드는 DIY 작업을 좋아하는 만큼 금세 풀칠의 요령이 생겨 익숙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풀칠 후엔 바로 붙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요. 재단에 맞춰 두 가죽이 붙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죽을 붙인 후에는 롤러를 이용해 더 단단하게 눌러 붙여주는 과정을 거칩니다. “특히 무늬를 낸 와늬 가죽은 풀을 잘 묻혀야 해요. 가죽 공예는 모든 공정에서 꼼꼼함과 세심함을 필요로 해요. 풀이 너무 넘쳐도, 너무 말라도 안 됩니다.”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이 한 작업을 한 번씩 확인하기도 하고, 서로의 작업물을 살펴보면서 조금씩 모양을 갖춰갑니다.
단추를 달고 미싱으로 박음질까지 마치면 카드 지갑이 얼추 완성됩니다. 지갑을 좀 더 오래 쓰기 위해 엣지코트(EDGE COAT) 작업으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풀과 바느질로 단단히 엮은 부분의 단면에 코팅하는 과정으로, 마모가 덜 되도록 막아주며 풀이 떨어지거나 올이 풀려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엣지코트 작업은 바르고 평평하게 갈아내고 다시 바르는 지난한 과정을 거칠수록 더 튼튼해지는데요. “만약 집에서 사용하던 가죽 제품 끝의 엣지코트가 벗겨져서 볼품 없는 것이 있다면 변신시켜 보세요. 가죽 재료상이나 온라인상에서 엣지코트 제품과 도구를 팔거든요. 컬러도 다양하고, 공방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작은 용량도 팔아요. 기존에 발라져 있던 것을 사포로 긁어내고 다시 바르면 새제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어요. 가죽 관리를 잘했다면 에이징 된 근사한 빈티지 제품이 되죠.” 가죽은 수십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소재입니다. 오늘 체험한 자투리 가죽 활용 외에도, 오래 사용한 기존의 가죽 가방을 새롭게 리폼하고 작은 액세서리로 만드는 것, 또 엣지코드 등을 이용해 손봐서 다시 사용하는 것도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완성된 카드지갑을 살펴보는 이동규 부장은 “경험을 통해 방법과 노하우를 배우고 거듭하다보면 점차 실력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며 아들과 새로운 경험을 접한 기쁨을 전했습니다. 김재홍 차장도 “일회용품이나 한철 쓰고 마는 물건보다 내구성이 좋은 가죽을 오래 쓰는 게 환경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인 것 같아요. 제 손으로 재료 하나하나를 선택해 만든 것이라 기뻤고 더욱 잘 간직하며 사용할 것 같습니다”며 알찬 소감을 말했습니다. 평소 가죽 공예에 관심있던 이 부장과 김 차장은 오늘의 체험으로 가죽 공예를 넘어 소비와 환경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된 듯합니다. 그런 만큼 오늘 가족과 함께 만든 카드 지갑은 네 사람의 손에서 오래도록 사용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