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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사람과 자연의 완벽한 공존, 바이오필릭시티로의 전환을 꿈꾸다!

2023-10-17

사람과 자연의 완벽한 공존바이오필릭시티로의 전환을 꿈꾸다!

현대인들은 주말이 되면 바쁜 도시생활을 벗어 던지고 캠핑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연으로 향합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활동을 일컬어 ‘힐링’이라고 표현할 만큼 자연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오곤 하는데요. 하루 90% 이상 실내공간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회색 도시를 벗어나 자연 안에 있을 때 비로소 회복력과 원동력을 얻는다는 점은 자연과 인간과의 긴밀한 관계, 즉 사람이 본성적으로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Austin Revitalization of Kingsbury Commons in Pease Park (출처: https://www.biophiliccities.org/2022-bcn-annual-report)

 

새로운 도시 계획적 개념, 바이오필릭시티?

유명한 정신분석가이자 철학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바이오필리아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었습니다. 바이오필리아는 자연과 생명체를 뜻하는 바이오(bio)와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를 합친 말인데요. 이후 현대 찰스다윈으로 불리는 저명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개념을 대중화하고, 이후 티모시 비틀리가 이러한 바이오필리아 이론을 도시계획에 접목해 도시라는 물리적 환경 안에서 사람과 자연의 접근성을 높이는 바이오필릭시티라는 도시계획 방법론을 만들었습니다.

도시화로 인해 자연과 격리되어가고 있는 현 시대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델로 꼽히는 바이오필릭시티는 이러한 바이오필릭 이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연환경 가운데 있을 때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행복하다’는 이론에 뿌리를 둔 만큼 녹지율을 포함한 도시 내 자연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생명체와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모습을 제안합니다.

 

도시 안에서 직접 경험하는 자연의 중요성

UN해비타트 <세계도시보고서 2020>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55%가 도시에 살고 있는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68%가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2050년까지 도시 지역에 약 25억 명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티모시 비틀리는 그의 저서 <바이오필릭시티>에서 점차 이렇게 도시의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지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뇌에서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는 도시화 수준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이는데, 도시에 살수록 편도체 조절 기능이 원활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심각한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인간이 자연과 가까이 있을 때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바이오필릭시티가 도시화로 인해 생겨나는 이러한 여러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목이 있는 거리나 녹지 공간에서 산책을 하면 심박수가 약 15 bpm 감소하고,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데요. 911 테러 이후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뉴욕 센트럴 파크를 찾았다고 합니다. 환경심리학자인 캐플란의 주의집중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에 의하면 녹색 공간과 자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며, ADHD 증상이 있는 아이들의 증상 완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도시 안에 녹지가 조성되면 이러한 인간의 정서 안정 외에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의 감소 및 도심 온도 조절과 도시소음 감소, 도심 침수와 도심 수질 정화 등과 같은 다중적 혜택들도 누릴 수 있습니다.

 

※ 바이오필릭 시티 효과 중 녹지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감소 잎사귀의 표면적이 클수록, 또 공기 중 오염밀도가 높을수록 흡착효과(대기 중 오염물질이 나뭇잎 표면에 흡착되는 현상을 건성침적이라고 하는데, 나뭇잎이 오염물질을 흡착해 공기 중에 돌아다니지 않고 쥐고 있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가 큼. 조사환경에 따라 10~50%까지 대기오염이 감소한다.
도심 온도 조절 및 열섬 현상 완화 가로수가 심긴 환경과 수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04~3도까지 온도를 낮춤. 나무 한 그루당 연간 냉방 에너지 절감량은 23~288kWh, 난방 에너지 절감량은 최대 842kWh로 환산할 수 있다.
도심 소음 감소 밀도가 높은 녹지에서 일반적으로 6~8데시벨 소음 감소효과가 있다. 30m 구간을 키 큰 나무 위주로 촘촘히 심었을 경우 주변 도시 소음이 50%까지 감소한다.
도심 침수 완화 및 도심 수질 정화 강수량이 급격히 증가할 때 녹지가 도시의 하수도 범람을 방지하는 완충작용을 한다.

출처: 티모시 비틀리 , 「바이오필릭시티」 , 차밍시티(2020)

 

도시 자체가 하나의 자연이 싱가포르

전 세계 여러 도시들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입니다. 서울보다 1.2배 넘는 면적에 약 600여만 명이 모여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높은 인구밀도로 유명한데요. 이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고층빌딩에 거주하고 있지만, 공공녹지 비율은 무려 전체 48%에 이릅니다. 싱가포르는 어떻게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정원처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 이후 슬럼화되어있던 싱가포르를 정비하기위해 ‘클린 앤 그린’ 전략을 바탕으로 녹지를 확보하기 시작합니다. 1963년 대대적으로 나무심기 캠페인을 펼치면서 도시를 하나의 정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싱가포르에 맞는 외국 수종도 들여오고, 1967년에는 싱가포르 국가성장 비전으로 ‘정원 속 도시(City in a Garden)’를 표명하고 장기적인 녹지 정책을 설계하는 등 정원도시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렇게 6년 만에 100만 그루의 나무가 도심 전역에 심겨졌지만 단순히 싱가포르는 나무를 많이 심는 것에 그치지 않았죠.

1997년 싱가포르는 녹지비율을 46.5%까지 확대하는데 성공했지만, 더 이상 녹지비율을 확대하기가 어려워지자 도심을 녹화하는 방향, 즉 좁은 국토에 효율적인 녹지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 파크커넥터 네트워크를 도입하게 됩니다. 파크커넥터란 주거, 상업, 문화시설을 주요공원과 연결하여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녹지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법으로, 파크커넥터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인구 1인당 8㎡의 녹지 면적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파크커넥터 사업으로 2012년 200km의 그린웨이 조성을 완성한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전체 주민의 85% 이상이 400m만 걸으면 손쉽게 공원을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할 예정입니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정원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목에 물과 공기를 공급하는 에어레이션 시스템의 정비, 국가의 인건비를 포함한 녹화예산 중에서 약 60%를 유지관리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정원도시의 형성을 위해서는 상세한 마스터플랜 외에도 녹화에 대한 유지관리비의 투입 등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Green Plan 2030 아젠다를 설정해 국가 뿐 아니라 기업, 개인이 참여하는 친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정원의 새로운 정의, 가든즈 바이 더베이

Gardens by the bay (출처: https://www.gardensbythebay.com.sg/)

가든즈 바이 더베이는 ‘싱가포르의 허파’라고 불리는 초대형 식물원(약 30만 5500평)입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지역 마리나 저수지 물가에 조성된 이 식물원은 2012년 6월 문을 열었는데, 25~50m에 육박하는 슈퍼트리와 라이트 쇼, 700종이 넘는 식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슈퍼트리 윗부분에 태양열 전지가 설치되어 낮에는 열을 흡수하고, 밤에는 이 에너지로 불을 밝힐 수 있게 설계되었고, 빗물을 저장해 식물원의 냉각수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 이곳에는 2015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온실인 플라워돔이 있는데요. 올림픽이 열리는 수영장 75개를 합친 규모의 이 플라워돔은 지중해부터 남아프리카 사바나, 사막 등 9개 테마 정원에서 자생하는 특이한 식물들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플라워돔은 어떠한 기둥도 없이 탁 트인 공간을 지지대가 없는 유리 지붕(3,332개의 유리패널 사용)이 감싸고 있는데, 지붕에는 태양열을 최소화하면서 식물을 위한 최적의 빛을 허용하는 특별히 선택된 유리가 장착되어 온실을 보다 효율적으로 냉각(23~25°C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인 자연친화적 공항, 창이공항

창이공항은 항공 산업의 오스카로 여겨지는 스카이트랙스(영국 항공 서비스 조사기관)의 World Airport Awards 2023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설계한 이스라엘계 캐나다 건축가인 모쉐 샤프디가 디자인한 이 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인공폭포인 레인 보어텍스로 유명한데요. 폭포로 가까이 갈수록 실내에서 듣기 힘든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공기도 시원하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900그루의 나무와 6만 그루에 달하는 관목류로 둘러싸여 있는 40m 높이의 대형폭포에서는 1분에 37,800L의 물이 쏟아집니다. 폭포수는 빗물을 받아 재활용하여 사용하고 있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폭포는 다채로운 빛을 담아내는 스크린으로 변신해 공항을 오고 가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1,000여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나비정원과 미로정원까지 흡사 자연을 모험하는 듯 한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은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미래지향적 창조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의 편견을 깬 독창적 공간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도시화와 녹지화를 동시에 멋지게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현실로 증명해낸 싱가포르는 앞으로 많은 도시들이 바이오필릭시티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생태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좋은 예시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생물친화도시로 변모한 싱가포르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바르셀로나, 워싱턴D.C, 토론토, 웰링턴 등 약 30여 개의 도시가 바이오필릭시티로 전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더욱 건강하고 의미 있는 양질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답이 바이오필릭시티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내에서 녹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성한 곳이 있죠.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한강공원, 청계천, 서울숲입니다. 서울시와 삼표는 현재 성수동 서울숲 주변의 삼표 부지로 쓰였던 공간을 글로벌 업무지구로 조성하기 위해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새롭게 탄생할 글로벌 업무지구는 단지와 자연이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미래산업의 신성장 거점이자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한강의 대표 수변 명소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도시화로 인해 자연과 격리되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일상 속으로 자연을 가져다 준 바이오필릭시티. 도시들은 지금 바이오필릭시티로의 전환으로 도시와 사람, 자연 모두가 함께 성장하며 다양한 생명체들이 함께 공존하는 행복한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바이오필릭시티, 지속가능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