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삼표레일웨이 개발팀 팀장 윤병현 수석입니다.
“베를린 국제철도박람회(International Trade Fair for Transport Technology, 이노트란스)”는 세계 최대의 철도 및 교통 기술 전시회 중 하나로, 전세계 철도관련 종사자들이 한곳에 모여 철도 기술, 인프라, 차량, 유지보수 등 관련 기술 및 솔루션을 교류하는 자리입니다. 삼표레일웨이는 기술연구소 주관으로 2002년(제 4회)부터 지속적으로 5명 내외의 엔지니어에게 이노트란스 참관의 기회를 제공해 전세계 철도엔지니어링 분야의 신제품과 기술 동향을 수집/분석해오고 있는데요. 올해는 저를 포함해 총 5명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이노트란스는 1996년에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코로나 팬더믹이었던 22년을 제외하고 2년마다 개최되어 올해로 14회째를 맞았습니다. 올해는 9월 23일부터 28일까지, 총 6일간 베를린 중심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서쪽으로 8km에 위치한 ICC Messedamm 14055 Berlin Germany에서 200,000 m²(가로 500m 세로 500m, 6만평) 규모로 열렸습니다. 59개국에서 2,940여 개의 업체가 전시관을 오픈했고, 전 세계 133개국에서 약 17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전시관은 Railway Technology(철도 기술), Railway Infrastructure(철도 시설물), Public Transport(대중 교통), Interiors(인테리어) 및 Tunnel Construction(터널 건설)의 5개 파트로 나뉘어있었습니다. 차륜, 엔진, 분기기, 레일, 체결장치, 침목, 전차선 등 주요 부품관련 부스는 27개의 내부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행사장 야외에 위치한 400m길이의 11개 선로에는 전세계 기업들이 가져온 고속열차등 열차가 순차적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각종 MTT(Multiple Tie Tamper: 선로 유지보수 열차), STT(Switch Tie Tamper: 선로가 여러 개 있는 분기기쪽 도상을 다지는 차량), 연마차, 굴삭기, 크레인, 이동식 FBW 차량도 포함되는데요. 실제로 보면 그 규모가 상상 이상입니다. 매일 2만보 이상을 걸으며 3일간을 봤음에도 관련분야인 궤도, 인프라, 차량등을 겨우 다 챙겨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길을 잃어 버리기도 쉬워 맵을 손에 들고, 앱을 깔고 관람해야 했습니다.
철도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전세계의 기술과 제품들이 곳곳에서 선보여 철도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서 제 눈에 가장 띈 분야는, 삼표레일웨이가 주력하고 있는 분기기와 크로싱 기술이었습니다. VAE와 Schwihag 같은 대표적인 업체들은 유지보수가 더 쉬운 중공침목(속이 비어 내부에 철관장치등을 장착한 침목, steel hollow sleeper)과 조립 크로싱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그 중, 스위스의 Schwihag는 콘크리트로 만든 중공침목 Prototype을 최초로 선보였고, 중국의 산해관에서는 신소재 고망간강 U20 합금강을 개발하여 경도 HB350급의 노스블록 크로싱을 전시했습니다. 이는 기존 대비 수명을 3.5배 증가시킨 혁신 제품이라고 하는데요.
각 사에서 주력으로 소개된 대부분의 기술들이 철도의 안전성 향상과 사용수명 증대를 통한 LCC(Life Cycle Cost: 생애 주기 비용)감소, 유지보수비 절감이라는 기술발전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철도 산업은 튼튼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유지보수의 편의성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이번 박람회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람회에서 눈에 띈 또 다른 기술은 USP(Under Sleeper Pad) 침목인데요. 여러 업체들이 선보인 섬유 기반(부직포 타입) 방식의 USP 패드는 기존의 그리드 돌기방식보다 생산비가 저렴하고, 침목과의 부착성(타설 직후 부착하여 경화)이 우수하여 매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USP 침목을 도입한 이후, 2015년 이후로 급속도로 공급이 확대돼 현재는 100% USP PC침목만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등도 주요 본선 30% 이상에 도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기존 일반 PC침목보다 선로 유지보수 작업이 약 3배로 감소하기 때문인데요. 국내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향후 10년 내에 관련 시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체결장치 분야에서도 많은 혁신이 있었습니다. Vossloh와 Pandrol 같은 업체들은 지하철, 일반철, 고속철, 화물철도등 각각의 조건에 최적화된 M시리즈 제품들을 선보였는데, 이는 열차하중과 속도를 고려하여 선로별로 최적의 탄성계수를 부여하여 선로의 안전성 향상과 유지보수비 절감을 위한 세분화된 타켓팅 기술이었습니다. 선로 유지보수에 사용하는 소형 장비(절단기, 연마기, 드릴등)들이 엔진에서 배터리 방식으로 전환된 것도 확연한 차이였습니다.
IRIS라는 이름의 AI기술을 활용 S/W도 눈에 띄었는데요. 선로현장에서 보수한 이력과 검측차량에서 측정된 데이터들이 자동으로 프로그램에 입력되어 철도 지도망에 보수가 필요한 곳(빨강), 안전한 곳(녹색)이 자동으로 모니터에 현시됩니다. 추세를 예측하여 향후에는 어떤 상태의 선로가 될 것이며, 유지보수를 시행한다면 어느 구간에 얼마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고, 보수 후에는 어떤 선로가 될 것인지를 AI가 예측해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선로의 중장기 관리 계획을 비교적 정확하게 입안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럽 여러국가들이 사용중이라며, 국내에도 도입이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도 레일의 연마와 밀링 기술도 이번 박람회에서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글로벌 연마 장비 업체인 HARSCO, SPENO, LORAM은 최신 연마 기술과 AI 기반의 안전 감지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HARSCO의 AI 기술은 연마 후 레일의 상태, 체결장치의 상태(볼트 탈락)를 패턴으로 인식하는 선로 점검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우리도 도입을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한편, 기존의 연마 방식이 아닌 밀링 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었습니다. 밀링 장비는 작업의 정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점차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도 이 트렌드를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InnoTrans 2024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철도 산업이 단순한 시설물 구축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스마트 기술을 통한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고, 업역간 경계가 무너지고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AI 기반의 선로 점검 시스템, U20 합금과 같은 신소재 활용, 밀링 및 연마 기술의 발전, CO2감축을 위한 재활용 소재, 친환경 제품 개발은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기술적 요소들입니다. 삼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미래 철도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수명증대, 유지보수성 향상, 신소재를 적용한 제품 개발과 더불어, AI와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야 할 때입니다.
박람회를 둘러보며, 변화의 속도에 놀라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이 명확해졌습니다. 앞으로의 철도 산업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서,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참관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가 우리 회사의 미래에 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