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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마침내 현실이 된 미래도시 프로젝트, 우븐 시티와 네옴 시티

2025-02-18

마침내 현실이 된 미래도시 프로젝트, 우븐 시티와 네옴 시티

2022년 UN해비타트가 발표한 ‘세계 도시 보고서(World Cities Report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56.2%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수치는 2050년이 되면 68.4%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머지 않아 전 세계 인구 세 명 중에 한 명이 도시에 거주하게 될 정도로, 인류에게 도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삶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출처: 유엔 해비타트(unhabitat.org)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해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지금, 세계는 기존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 에너지, 주거 등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거나, 새로운 디지털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미래 도시 프로젝트도 여럿 포함되어 있는데요. 도시의 목적과 형태는 각각 다르지만 현재의 기술을 총동원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일본의 대표 자동차기업 토요타는 5년 전 발표했던 미래형 실증 도시 ‘우븐 시티((Woven City)’ 계획에 대한 건설 현황과 1단계 준공 계획에 따른 구체적인 도시의 모습을 공개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7년, 사우디 아라비아 역시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 시티 ‘네옴 시티(Neom City)’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사막 위에 세워질 거대한 미래 도시를 기대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친환경 수직 도시 ‘더 라인(The Line)’의 기초공사가 이미 진행 중에 있고, 지난해 10월에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의 일부인 고급 휴양 지구 ‘신달라(Sindalah)’가 완공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저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미래 도시가 어느덧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실험실이 될 토요타의 야심작, 우븐 시티

지금으로부터 5년 전, CES 2020에서 토요타의 토요타 아키오(Toyoda Akio) 회장이 처음으로 우븐 시티 건설 계획을 밝혔을 당시만 하더라도 이 프로젝트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토요타는 2021년부터 후지산 기슭에 위치한 옛 공장 부지에 새로운 스마트 도시 건설 작업을 시작했고, 현재 1단계 개발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올 가을에는 토요타의 임직원 100여 명이 가장 먼저 입주할 예정이며, 이후 단계적 개발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60개국 이상에서 모인 2,000여 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습니다.

‘우븐’은 ‘짜다, 엮다, 직조하다((Weave)’라는 뜻으로, 과거 방직기 제조기업으로 시작한 토요타의 역사를 상징하는 단어이자,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하나로 엮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우븐 시티의 핵심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 규모가 약 70만8천㎡(21만여 평)에 달하는 우븐 시티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개발하는 미래형 실증 도시이자 ‘살아있는 실험실’을 표방하고 있는데요. 누구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다면 이곳에서 자유로운 실험과 발명을 진행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공동 창작(Co-Creation)’이라고 하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모인 우븐 시티의 거주자이며 동시에 파트너이기도 한 ‘위버스(Weavers)’가 서로 간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혁신 기술을 검증 및 개발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위버스는 다수의 연구자와 개발자, 스타트업 창업가, 기업가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인데요. 단순히 도시의 거주자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미래와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 이끌어간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첨단 모빌리티와 인공지능, 지속가능성을 접목한 미래형 도시

민간 자동차기업의 주도로 건설되고 있는 우븐 시티는 자율주행 자동차나 UAM 등과 같은 미래 모빌리티 환경과 관련 기술 연구에만 국한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에너지, AI, 로봇, 드론, 스마트홈 등 차세대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한 스마트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내용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일상적인 생활 환경이었는데요. 도심 곳곳을 누비는 친환경 자율주행 자동차와 도쿄 시내를 오가는 도심형 항공기(UAM)는 물론, 안전한 귀가를 도와주는 개인용 드론과 노인들의 일상을 돕는 반려동물 로봇, 빨래를 대신 접어주는 로봇까지, 거주자의 생활 전반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븐 시티는 지속가능성에도 중점을 두고 있어 도시 안에서 사용하는 모든 교통수단이 저공해 또는 무공해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도시를 움직이는 주요 에너지원도 수소와 태양광 등의 천연 에너지만을 고집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일본 에너지 기업 ‘ENEOS’와의 협력을 통해 수소 연료 전지를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 건물과 인프라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체적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게 됩니다. 특히, 우븐 시티는 일본 최초로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최고 수준의 지속 가능성을 달성한 건축물에만 수여되는 최상위 등급입니다.

이처럼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 머물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토요타의 원대한 꿈을 현실화하는 일에 동참한 이는 바로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거장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입니다. 그가 이끄는 건축그룹 BIG은 구글의 새로운 본사인 구글 베이 뷰 캠퍼스와 뉴욕의 제2세계무역센터, 덴마크의 레고 하우스, VM하우스 등을 설계한 곳이기도 합니다. BIG은 우븐 시티 전체의 이동 환경을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와 개인 이동수단 전용 도로, 그리고 보행자 전용 도로 등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격자 모양으로 만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모든 건물은 천연 목재 등의 친환경 자재로 만들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였으며, 도시의 중앙에는 대규모의 공공 정원이 위치하도록 설계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 도시의 새로운 기준과 연결의 형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도시 계획 프로젝트, 사우디 아라비아의 네옴 시티

민간 기업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우븐 시티와 달리, 네옴 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가 직접 추진중인 대규모 스마트 시티 조성사업입니다.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의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담은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서북부와 아카바만(Gulf of Aqaba) 인근 홍해 연안 일대에 건설될 예정으로 전체 거주 인구는 2030년까지 총 100만 명, 장기적으로는 최대 1,0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26,500k㎡(약 80억 평)의 크기가 될 것이라고 하니 말 그대로 ‘초거대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네옴 시티를 구성하고 있는 세부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저탄소 친환경 스마트 도시이자 170km 길이의 수직도시인 ‘더 라인(The Line)’, 사우디 아라비아의 고산지대에 건설되는 산악 도시 ‘트로제나((Trojena)’, 바다 위에 세워질 첨단산업단지 ‘옥사곤((Oxagon)’, 그리고 홍해에 위치한 고급 휴양 리조트 섬인 ‘신달라(Sindalah)’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네옴 시티가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도시, 스마트 시티의 개념을 넘어 모든 인프라가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세계 최초의 인지 도시((Cognitive City)로 계획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먼저, 설계 단계에서부터 획기적인 도시 디자인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네옴 시티의 주거지구 ‘더 라인’은 높이 500m, 폭 200m, 길이 170km로 펼쳐지는 수직 도시이자 직선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긴 거울 벽과 같은 형태의 고층 건물이 사막의 뜨거운 햇빛을 반사해 도시 내부 공간을 보호하고, 자동차를 위한 도로 대신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고속철도와 UAM을 활용해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또한, 태양광과 풍력, 그린 수소 등 100% 재생 가능 에너지만으로 도시 내부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아직까지도 더 라인의 완공 여부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2030년까지 일부 구간 완공을 목표로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산악 도시 트로제나부터 바다 위 옥사곤까지, 멈추지 않는 네옴의 도전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의 개최지로 선정된 네옴의 산악 도시 ‘트로제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 낮은 해발 1,500~2,600m 높이의 산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트로제나의 관문인 인공 절벽 마을 ‘더 볼트(The Vault)’를 비롯해 겨울 스포츠와 휴양을 위한 호텔 및 레지던스, 인공 호수와 전망대, 그리고 36km에 달하는 슬로프를 갖춘 대규모 스키 리조트가 2026년 말경 완공될 예정입니다. 눈은커녕 비도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지역에서 펼쳐지는 동계 스포츠라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데요. 이미 2022년부터 본격적인 건설 작업이 시작된 트로제나의 설계 및 디자인에는 영국의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를 비롯해 네덜란드의 UN 스튜디오, 독일의 LAVA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neom.com

한편,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팔각형 모양의 산업단지 ‘옥사곤’은 지름이 무려 7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유식 구조물 도시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물류 단지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최적의 토지 이용을 고려한 도시 디자인을 구현했습니다. 단지 내 모든 물류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분류되고, 드론을 이용한 운송으로 보다 빠른 물류 수송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세계 최초로 디지털 기술을 통한 완전 통합 항만 및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해 실시간 운송은 물론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더 라인과 마찬가지로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될 옥사곤은 전 세계 해운 교역량의 약 13%가 이동하는 핵심 무역로인 수에즈 운하와 인접해 있어 향후 세계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 네옴 시티 프로젝트 중 처음으로 완공 소식을 알린 휴양 리조트 섬 ‘신달라’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고급 관광 시대를 여는 홍해의 관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옴 시티의 해안선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준의 호텔과 레스토랑, 요트 클럽, 스파 등의 휴양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달라 섬 주변 바다에는 600종 이상의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 수상 스키 등의 스포츠를 즐기러 온 방문객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신달라 주변의 모든 해양 생물들은 네옴 시티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며 고급 휴양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