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과밀화 및 자동차 보유율 증가로 인해 주차문제는 이미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주거지 곳곳에서도 주차로 인한 시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빈 주차자리를 찾느라 주위를 몇바퀴 도는 것도 일상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주차공간 확보가 필수지만 이미 포화된 도시에서 주차면을 새로 그리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이런 주차 지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일부 국가에서는 로봇주차 솔루션 등을 도입해 같은 면적 당 주차가능한 대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로봇주차는 말 그대로 ‘로봇’이 주차하는 시스템입니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로봇이 자동으로 차량을 주차하고 출차하는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는데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로봇주차 시스템 시장은 2022년 약 8,790만 달러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17.1% 성장해 약 3억 9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로봇주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선, 일반 자주식 주차나 기계식 주차보다 공간 활용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자주식 주차는 사람이 차량에 타고 내리거나 전후진할 때 필요한 여유 공간과 이동 동선, 그리고 그만큼의 층고가 필요하지만, 로봇주차는 차량과 로봇이 움직일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면 됩니다. 덕분에 빈 공간을 줄이고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차량을 주차할 수 있으며, 지하주차장 시공 시 굴착 깊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이 아닌 기계가 차량을 주차하므로 사고 가능성이 낮습니다.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종종 작동 오류 등으로 차량 입출고 중 사고가 발생하지만, 로봇주차의 경우에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셈페르엠은 국내 대표 로봇주차 기업으로, 2008년 헝가리를 시작으로 자사 로봇주차 시스템 ‘MPSystem’을 12개국에 수출하는 강소기업입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이미 태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멕시코, 스페인 등에서 MPSystem이 도입·운영되고 있습니다.
삼표그룹은 셈페르엠에 기술력 및 국내 도입가능성에 주목해 2022년 셈페르엠과 합작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했습니다. 기존의 해외사업은 셈페르엠이 담당하고, 국내 영업은 에스피앤모빌리티가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첫 국내 적용 사례로 서울 장안동에 건설중인 오피스텔에 102대 규모의 MPSystem이 구축중이며, 대형 쇼핑몰 등에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에스피앤모빌리티의 MPSystem은 AGV(무인운반로봇) 기술이 적용된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으로, 주차 로봇과 무인운반 기술이 결합된 방식인데요. 높이 99㎜의 납작한 주차 로봇이 차량의 크기와 중량에 관계 없이 주차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촘촘하게 주차합니다.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른 레이아웃을 적용, 병렬 주차를 통해 빈공간을 최소화 해 같은 면적에도 더 많은 주차 대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인데요. 예를 들면, 9칸짜리 자주식 주차 공간에 로봇주차 시스템을 도입하면 최대 21칸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 세단, SUV, 밴 등 차종을 가리지 않고 최대 3t 중량의 차량까지 로봇이 손쉽게 들어올려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데요. 이렇게 차량 제원에 관계 없이 적용 가능한 로봇으로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AAA 등급의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안전성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차량을 스테이션에 주차하기만 하면 이후 입차부터 주차, 출차까지 무인 로봇이 처리하기 때문에 주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원천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전기차 화재를 해결하는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일반 기계식 주차장의 철골 구조와 달리 콘크리트 구조로 차실을 구성하기 때문에, 내화성이 높고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규정으로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태국은 고질적인 주차난과 교통체증으로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은 곳입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것도 이유지만, 강의 지류가 도시 전체에 뻗어있어 지반이 약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굴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하주차장 보다는 주차타워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좁은 대지에 상대적으로 많은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로봇주차 시스템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방콕의 쇼핑센터로 잘 알려진 ‘Whizdom101’에는 2022년 9월부터 셈페르엠의 MPSystem이 적용돼 총 690대 규모의 로봇주차 시스템이 운영중입니다. 이곳의 로봇주차 시스템은 자체 개발된 프로그램을 통해 1신호 1출고가 아닌 다수 신호에 모두 반응한다는 점이 특징으로, 차량 출고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음 순서의 차량이 미리 출고를 대기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처리가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실제 2분 30초가량의 짧은 시간에 차량 출차가 이뤄져 쇼핑객들이 큰 불편 없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주거시설에도 로봇주차 일상화가 자리잡은 모습인데요. 하이엔드 주거시설인 ‘Hyde Heritage’에는 좁은 대지면적에도 불구하고 로봇주차 시스템을 이용해 총 249대 규모의 주차 대수를 확보했습니다. 차량 주차 공간인 차실(車室)의 높이는 낮추고, 필수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차를 위한 공간 확보에 중점을 뒀습니다.
방콕 내 400객실 규모의 호텔 ‘SM42’에도 MPSystem이 적용되었는데요. 투숙하는 고객들은 입구의 스테이션에 차를 주차한 후 바로 로비로 향합니다. 이후에는 납작한 주차로봇이 빠른 속도로 주차장으로 차량을 이동합니다. 출차시에도 차량의 출차 모습과 예상 시간 등을 호텔 로비와 카페 등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태국 현지에 MPSystem 도입을 담당하고 있는 총판 파크플러스의 아비람 시타칼린(Abhiram Sitakalin·40) 대표는 태국 현지 내 MPSystem의 도입이 늘고 있는 이유를 MPSystem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에서 찾았는데요. 타 경쟁사들의 로봇 주차 시스템을 이용하면 전장(전체 길이)이 5300㎜(5.3m)이하 차량밖에 입고하지 못하지만, MPSystem은 최대 5400㎜까지 입고할 수 있다며 같은 면적의 공간에 더 큰 차를 더 많이 수용하는 것이 MPSystem만의 경쟁력이자 인기비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방콕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로봇주차의 장점을 실제 공급자의 관점에서 설명했는데요. 설치비로 보면 로봇 주차가 당연히 더 비싸겠지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주차 공간을 줄인 만큼 그 위치에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비교하면 (종합적으로는) 오히려 더 쌀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AI) 기술과 로봇 산업의 발전으로 로봇주차 시스템이 도심 주차난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국내 도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MPSystem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특히 MPSystem은 순수 국내 기술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자체 설계·생산하여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제공하며, 건설 기초소재 전문기업 삼표와의 시너지를 통해 더욱 견고하고 안전한 주차 공간을 구축을 지원합니다. 앞으로 에스피앤모빌리티의 활약을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