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도시를 직접 걷고, 뛰며, 몸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오픈하우스서울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관람객들에게 이러한 독특한 여정을 선사합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세심하게 설계한 5~7km 길이의 건축 코스를 따라 걷고 뛰면서 도시의 숨겨진 면모를 발견하거나, 평소 들어가 보지 못한 아름다운 공간을 찾아 공간과 직접 교감하며 도시를 오감으로 느끼는 몰입감 있는 체험을 제공하죠.
올 가을 서울에서 연이어 열리는 두 가지 참여형 건축 전시는 사람이 도시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함께 모색하는 깊이 있는 탐구의 시간을 만들어갑니다. 글로벌 건축도시를 꿈꾸는 서울의 현재를 살펴보고, 도시건축의 미래를 그려보는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오픈하우스 서울 2025. 서울의 건축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는 체험형 축제, 만나볼 준비 되셨나요?

출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휴머나이즈 월
전 세계 도시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국제적인 축제가 지난 9월 26일 막을 올렸습니다. 도시건축비엔날레는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건축과 도시를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전시 행사인데요. 이번 5회의 총감독을 맡은 토마스 헤더윅 덕분에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번 행사의 핵심 방향을 명확히 ‘인간 중심’으로 설정했습니다. 서울 시민들이 자신들의 도시를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비엔날레를 통해 전문가와 시민들을 연결시켜 대화를 이끌어내고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가 어떤 모습일지 질문을 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건축물을 통해 도시를 더 즐겁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 주요 기획방향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이에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매력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는 주제 안에,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건축과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들로 꾸려졌습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네 개의 전시 섹션(주제전, 도시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은 ‘사람중심의 도시건축’이라는 큰 타이틀 안에서 파생된 각각의 주제들을 통해 시민들에게 창의적이며 새로운 영감을 선사합니다.
주제전은 ‘보다 사람다운 도시건축’이라는 주제를 통해 건축이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연결하며 공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조명합니다. 비엔날레의 상징적 설치물이라 할 수 있는 ‘휴머나이즈 월(Humanize Wall)’은 주제전이 열린 송현녹지광장에 설치되었는데요. 길이 90m, 높이 16m의 규모에 달하는 이 거대한 벽은 38개국 110명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모은 1,428장의 스틸 패널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한국 전통의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이 설치물은 서로 다른 도시의 감정과 기억을 한자리에 엮어낸 거대한 건축 모자이크인데요. 불완전한 조각들이 만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보처럼, 도시도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모여 완성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넓고 푸른 잔디밭 위에 세워진 이 거대한 구조물은 서로 다른 생각과 시선을 자연스럽게 어우르며, 우리가 꿈꾸는 ‘사람다운 도시건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되묻게 합니다.
주제에 걸맞게 이번 비엔날레에는 요리사, 패션 디자이너, 수공예 장인 등 비건축 분야의 창작자들이 ‘일상의 벽(Walls of Everyday Life)’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들은 가로 2.4m, 세로 4.8m 규모의 총 24개 벽체를 다양한 재료와 질감, 패턴을 활용하여 구현해냈는데요. 이를 통해 벽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매력적인 존재이자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건축가 디에비도 프란시스 케레,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 요리사인 에드워드 리 등 세계적 인사들이 함께 참여해 비엔날레의 주제를 한층 깊이 있게 풀어냈습니다. 프란시스 케레는 한국의 소나무와 자신의 고향인 티에벨레(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 전통마을)의 건축기법을 결합한 작품을 보여줬습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만나 하나의 벽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그의 설치물은, 경계가 아닌 문화적 연결 매체로서의 벽의 의미를 드러내며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모여 도시를 완성한다는 주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좌) 프란시스 케레 ‘그 소나무 숲을 지나’ (우) 쿠마 켄고 ‘키쿠미’, 출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일상의 벽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인 요앞건축사무소의 ‘낯선 산수’는 콘크리트의 벽에 폐플라스틱과 버려진 장난감을 통해 색을 입히며 한국적인 산수의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건축가는 멀리서 보면 그림 같지만 가까이 보면 재료의 질감이 드러나는 낯선 대비를 통해 도시의 다양성을 표현했다고 밝혔죠.

(좌) 요앞 건축 ‘낯선 산수’, (우) 에드워드 리 ‘살아있는 레스토랑’, 출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일상의 벽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도시전은 그 이름에 걸맞게 세계 도시들의 선도적인 공공 프로젝트를 한자리에서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얼굴: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라는 주제 아래 선별된 15개국 21개 도시의 총 25개 프로젝트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각 건물들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공간의 느낌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자와 깊이는 어떠한지, 건물 외관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재질과 표면처리 등의 질감은 어떤지에 대한 기준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감상자에게 전달하고,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건물들이 선정되었습니다.

출처: 내 손안에 서울, 임수영
각 도시의 문화, 역사, 감정, 기술 등이 담긴 외관들을 통해 다채로운 도시의 얼굴을 경험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점점 도시의 건물들이 무표정하고 단순해지는 현상 속에서 좀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도시 건축 환경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향유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기존의 획일화된 사진 전시에서 벗어나 내부의 천장 약 10m 높이에 건축물의 일부(외관)을 1:1의 스케일로 재현해 마치 실제 건물 속에 들어온 듯한 생동감을 선사하는 것이 이번 도시전의 특별함입니다. 스위스 대표 건축팀인 헤르조그&드 뫼롱을 비롯해, 스위스 실험적 건축가 크리스티안 케레즈, 프랑스 혁신 스튜디오 브루더, 중국 설계 연구팀 네리&후 디자인 앤드 리서치 오피스, 호주 대표 사무소 콕스 아키텍처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설계 철학이 담긴 건축물들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도시전은 단순히 기능 중심으로 움직이는 도시환경이 아닌, 사람들의 정서가 담기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인간적인 건축, 즉 사람을 위한 환경으로서의 건축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전시가 열리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송현그린플라자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공간인데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도시의 역사적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자, 서울비엔날레가 처음 열린 2017년부터 핵심 전시장으로 자리해온 공간입니다. 송현그린플라자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녹지형 공공공간으로, 도시 속 열린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죠. 두 장소는 전시와 도시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공간이 관람 경험의 일부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울전은 시민들이 도시(서울)가 변화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서울에서 현재 추진 중인 여러 도시 프로젝트 가운데 지역사회,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서울의 방향을 제시하는 18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는데요. 이번 전시는 ‘펼쳐보는 서울’이라는 주제 아래, 서울에서 살아가는 모든 시민이 도시의 변화 과정을 직접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내 손안에 서울, 임수영
서울전은 우리가 이 도시를 어떻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조감도의 시선을 벗어나 ‘사람의 눈’으로 본 서울을 통해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새의 눈’이 아닌, 도시를 걷고 숨쉬는 시민들의 시선으로 포착한 도시는 한층 더 생생하고 인간적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관람객이 이러한 미래의 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가벼운 재료인 패브릭을 활용해 공간이 자연스럽게 변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촉각과 감각의 자극을 통해 도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인데요. 실제 도시를 걷는 듯한 경험을 포함한 이 모든 구성은 관람객이 수용자가 아닌 도시를 탐험하는 주체자로 변화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전에서는 비야케 잉겔스 그룹(BIG), 도미니크 페로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미래 도시 프로젝트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BIG은 모두가 즐거운 공공 공간인 서울 플레이그라운드(Seoul Playground)를, 페로는 빛을 활용한 복합환승센터를, 헤르조그 & 드 뫼롱은 투명한 수장고를, 헤더윅 스튜디오는 감각적인 노들섬을,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성수동 K프로젝트(K Project)를 통해 다채로운 서울을 새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펼쳐질 프로젝트들은 미래의 서울이 어떻게 사람 중심, 참여 중심, 체험 중심으로 변화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시 환경이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임을 보여주는 서울전은 미래 서울을 미리 펼쳐보며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어갈지 함께 고민하게 하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겁니다.

출처: 오픈하우스서울 2025
오픈하우스는 ‘도시의 문턱을 낮추고 건축을 만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평소 닫혀있던 의미 있는 건축물이나 스튜디오 등을 개방하여 도시, 건축, 공간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자 시작된 축제입니다. 1992년 빅토리아 손튼은 평소 접근이 어려웠던 건물들을 일정기간동안 대중에게 개방하자는 아이디어로 런던 오프나우스를 설립합니다. 런던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건축적 가치를 발견하고, 건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혁신적인 계기가 되었는데요. 첫해부터 런던에서 인기를 얻고 대성공을 거두기 작하면서 뉴욕, 바르셀로나, 로마 등 전 세계 60여개의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며, 세계적인 도시건축 축제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오픈하우스서울 2025
오픈하우스는 주로 도시의 역사가 담긴 장소나 예술가들의 영감이 깃든 공간을 소개하며 누구나 직접 건축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건축전문기자인 임진영 대표를 주축으로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멋진 건물을 구경하는 게 아닌, 도시를 둘러싼 환경과 건축, 장소,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예술을 발견하며, 일상적 공간에 특별한 가치를 찾게 하는 것이 바로 오픈하우스만의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오픈하우스 서울은 10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187개의 프로그램(2014년 34개의 프로그램으로 시작)을 선보이며 도시 탐색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도시를 탐험하며 건축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서울의 대표 도시건축축제 오픈하우스. 올해는 ‘공간 미학’이라는 주제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우리의 공감각을 일깨우며, 단순히 기능적 측면이 아닌 건축의 예술적, 감성적 측면에 주목하고 무엇이 도시의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오래된 장소의 쓰임: 다가올 유산을 호명하다’라는 기획은 시민들에게 쓰임을 다했거나 사라진 공간들을 공개해 건축적,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새로운 활용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과거의 흔적들의 현재 도시의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와 역할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오픈하우스 서울은 창설 이후부터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고 새롭게 활용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는데요. 2021년 건축가 김중업의 사직동 주택을 ‘빈집의 재발견’이라는 테마로 공개하며, 철거 위기에 처했던 주택이 우수건축자산으로 보존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AI가 건축설계에 끼친 변화에 주목하는 ‘말(로)하는 건축가 컨퍼런스,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건축, 감각을 열다-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오픈하우스, 경동교회‘ 등 서울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논해볼 수 있는 스페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출처: 오픈하우스서울 2025
또한, 평소 접근이 쉽지 않았던 건축물을 탐방할 수 있는 오픈하우스(Open House) 투어 프로그램과, 작가의 스튜디오나 작업실을 방문해 대화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Open Studio)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 한국타이어 테크로플렉스, HD현대 글로벌 R&D센터 등 주요 기업들이 적극 참여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출처: 오픈하우스서울 2025. 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
시간이 흐르며 도시는 무채색의 풍경 속에서 건축은 획일화되고 무감각해지며, 점차 각자의 이야기를 잃어가고 있다고 하죠. 그런 도시에서 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오픈하우스 서울 2025는 건축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직접 걸으며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임을 깨닫게 해주며 우리가 살고 싶은 진짜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합니다.
일상 속 평범한 거리에서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도시건축 축제들. 가을이 끝나기 전, 도시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한층 더 사랑하게 만들 축제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도시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일상이 특별해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