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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다? 고령친화도시를 선언한 세계의 도시들

2026-07-09

노인을 위한 도시는 있다? 고령친화도시를 선언한 세계의 도시들

전체 인구 구성에서 노년층의 비율이 증가하는 고령화 현상은 이미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는 출산율 감소와 함께 보건 및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평균 수명 연장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더 이상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엔(UN)은 국가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2025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50년에는 고령층의 비율이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연령별 세계 인구 증가 추세(기준연도: 2000~2050년), 출처: 세계은행(World Bank Group)

이처럼 인간의 기대 수명이 나날이 연장되고 노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노인들에게 친화적인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대부분의 고령층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2025년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이 발표한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World Urbanization Prospects 2025)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 82억 명 가운데 45%(약 37억 명)가 대도시를 비롯한 핵심 도시(Urban)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여기에 소도시(Peri-urban/Suburban) 거주 인구 36%를 합친 실질 도시화율은 무려 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고령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거를 포함한 도시 공간의 재설계 및 세대 통합형 시스템 등의 전면적인 도입과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그 중심에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가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 나이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

고령친화도시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건 세계보건기구(WHO)였습니다. 2006년부터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 Global Network of Age-Friendly Cities & Communities)를 가동하며 고령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그들이 정의하고 있는 고령친화도시란, 노인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회에 참여하고 활기차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나 교통, 의료, 여가 등의 인프라와 정책, 서비스 등이 조성된 도시를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나이가 드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령자만을 위한 도시가 아닌 연령에 상관없이 전 세대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고령친화도시의 개념을 단순히 노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 확충의 문제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모든 세대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해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고령층의 요양시설 입소를 최소화하고, 살던 지역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계속해서 거주(AIP: Aging in Place)하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GNAFCC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현재 GNAFCC에는 전 세계 약 60개 국가에서 1,705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으며(2025년 1월 기준), 우리나라도 서울을 비롯한 8개의 광역자치단체와 55개의 기초자치단체가 회원 도시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고령친화도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요? WHO의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WHO가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고, 이에 기반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요. 이때 고령친화도시의 인증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 기준은 외부 환경과 시설, 교통, 주거, 여가, 일자리, 사회적 존중, 소통, 건강 및 돌봄 등 총 8가지 영역에 걸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령자가 건강하고 활발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아울러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시의 구조와 정책, 서비스 전반을 ‘활동적 노화(Active Aging)’의 관점에서 개선함으로써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 하겠습니다.

WHO 고령친화도시 8대 영역, 출처: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GNAFCC)

여기에는 건강(Health)과 참여(Participation), 안전(Security)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최적화한 도시 환경을 조성해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고령자를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주체로 인식하여 고령자의 자립성과 잠재력, 사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 또한 담겨있습니다. 이처럼 고령친화도시에 필요한 인프라와 정책, 관련 서비스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진다면, 이는 그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회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WHO 고령친화도시 8대 영역 세부 가이드라인

8대 영역 주요 내용
①   외부환경과 시설
(Outdoor spaces and buildings)
야외 환경과 공공건물 등을 포괄하며, 도시 기반시설의 안전성, 편리성, 접근성 향상으로 삶의 질 제고
②   교통수단
(Transportation)
이용이 쉽고 저렴한 대중교통 및 편의 환경 구축을 통해 고령자의 사회 참여 및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제고
③   주거환경
(Housing)
고령친화적 주거시설의 구조, 디자인, 위치, 비용 및 공공서비스 설계를 통해 편안하고 안전한 삶 구현
④   여가 및 사회활동
(Social participation)
고령자의 가족․ 사회·문화․ 종교․ 여가활동을 위한 접근성 제고와 행정 및 정보지원 체계 구축을 통해 사회적 소속감 증대
⑤   사회 참여와 일자리
(Civic participation and employment)
고령자의 욕구에 따른 인적자원 개발, 자원봉사 및 취업기회의 제공·확대를 통한 시민 참여활동 독려 및 지역사회 공헌 활성화
⑥   사회적 존중 및 통합
(Respect and social inclusion)
고령자의 이미지 향상을 위해 초·중등 교육내용 반영 및 대중언론 매체 활용, 지역사회 내 고령자의 역할 강화를 통한 세대간 통합 제고
⑦   의사소통 및 정보
(Communication and information)
고령자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정보 제공 체계 구축 및 정보 접근성 강화를 통해 사회적 활동 및 인간관계 활성화
⑧   지역사회 돌봄 및 건강
(Community support and health services)
고령자를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 및 의료 서비스의 충분성, 적절성, 접근성의 질적 강화를 통해 고령자의 건강한 생활 유지 및 자립 가능성 증대

출처: 세종특별자치시 고령친화도시 정책모니터단

 

이웃과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뉴욕의 고령자 지원 프로그램

2009년, 이와 같은 WHO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59개의 구체적인 실행 과제를 가장 먼저 제출하며 GNAFCC에 최초로 가입하고, 일찌감치 고령친화도시를 선언한 도시는 바로 미국의 뉴욕이었습니다. 뉴욕은 2007년부터 뉴욕시와 시의회, 대학,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작 기구 ‘Age-Friendly NYC’를 설립하고, 이 곳을 통해 고령자의 안전과 사회 참여를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며 주거와 교통, 보건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정책은 바로 고령자들을 위한 안전한 거리 조성을 포함한 교통 분야 정책이었습니다. 이는 고령의 보행자 사고가 잦은 뉴욕 퀸즈(Queens)에 위치한 플러싱(Flushing) 지구 등 5개 지역의 도심 교차로 중간에 ‘보행자 섬(Median)’을 설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후 뉴욕시는 보행자 사고율이 적게는 9%, 많게는 60%까지 감소하는 결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와 함께 횡단보도의 보행 시간을 걸음이 느린 고령자에 맞춰 연장하고, 고령자가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뉴욕시 전체에 1천개 이상의 벤치를 설치하여 보행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Age-Friendly NYC의 활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역 내 다수의 민간 기업, 비영리 기구 등과 협력하여 총 13개에 달하는 ‘고령 친화 이웃(Age-Friendly Neighborhoods)’을 조성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지역 내 상점들을 고령 친화 상점으로 바꾸고자 상점 출입구에 문턱을 없애고 노인 전용 계산대나 휴식용 의자를 배치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고령자를 위한 할인 혜택 및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여 노인들의 일상적인 소비생활을 돕고 있습니다. 또,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전용 택시 바우처 등을 운영함으로써 고령자의 외출 지원 및 이동권을 보장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뉴욕을 포함한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은퇴자들이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 가지 않고 평생 살아온 동네에 거주하며 이웃과 함께 건강한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노크(NORC: 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ies)’ 프로그램이 확대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은퇴자 마을이나 주거 구역을 의미하는 NORC는 거주민 중 노인 인구가 30~40% 이상 밀집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시니어센터,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인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고령자 중심의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병원 진료를 포함한 의료 및 상담 지원, 가사 지원, 식사 배달 등의 종합 복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NORC는 뉴욕시의 다양한 고령화 정책과 맞물러 주택, 교통, 보건 및 사회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고령친화도시 프로그램의 글로벌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도시 기능의 압축과 축소를 통해 세계적인 고령친화도시로 거듭난 일본 도야마

한편, 2000년대 초반 일찌감치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2025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고령화 비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를 기반으로 한 도시 공간의 재편이었는데요. 도시의 주요 기능을 특정 허브 지역으로 밀도 있게 압축하고, 각각의 허브를 잇는 촘촘한 대중교통 노선을 도입하는 방식(Hub and Spoke)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콤팩트 시티 정책을 가장 빠르게 채택하고,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도시가 바로 일본 북서부 지역에 위치한 인구 40만 명의 중소도시 도야마(Toyama)입니다.

주요 허브를 대중교통 노선으로 잇는 도야마의 콤팩트 시티 모델, 출처: 세계은행(World Bank Group)

당시 도심 공동화 현상과 함께 자동차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도야마시는 오래된 철도 노선을 트램 등의 노면전차(LRT)로 전면 개조하고, 기존의 철도망과 버스 노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운행을 확대하는 등의 대중교통 정책을 도입해 자가용이 없거나 운전을 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누구나 쉽게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또, 철도역 주변에 주거지와 상업, 문화, 행정 시설을 집중시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도심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65세 이상의 승객에게는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외출 정기권을 제공하며 고령자의 사회활동을 장려했습니다.

여기에 대중교통 노선 주변(트램역 500m, 버스 정거장 300m 이내)으로 시민들의 이사를 유도하는 ‘도심 거주 촉진 프로젝트’도 함께 시행했는데요. 이 지역에 신규 주택을 짓는 건설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거주지를 옮기는 시민들에게 50만 엔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도야마의 외곽 지역으로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도심으로 모여들면서 상권은 살아나고, 중심부에 거주하는 인구 역시 크게 증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전철 도입 및 노선 확충으로 인해 대중교통 분담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쇠퇴를 거듭하던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등 도야마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처럼 콤팩트 시티 전략으로 도시에 활기를 되찾은 도야마의 또 다른 강점은 도심 곳곳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었다는 점입니다. 대중교통을 포함한 모든 시설을 설계할 때 가장 이동이 어려운 사람을 기준으로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도시를 누릴 수 있도록 고려했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노면전차의 철로는 모두 지상에 위치하고 있어 고령자들이 힘들게 승강장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고, 객차의 바닥 높이 또한 턱이 없는 무단차 설계를 적용해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까지 배려하고 있습니다. 보행로 역시 이동 약자를 고려해 모든 턱을 낮추었고, 시각장애인용 점자 블록과 노약자를 위한 벤치, 안내소 등을 도로 주변에 충분히 배치함으로써 도심 시설 이용에 차별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도야마시가 공을 들인 건 고령자들의 질병 예방 관리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장기요양 서비스나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의 수를 줄이는 일이었는데요. 이러한 역할은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해 설립한 카도카와 예방의료 센터(Kadokawa Preventive Care Center)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센터 내에는 고령자들을 위한 온천수 수영장 시설이 갖춰져 있어 이곳에서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운동을 하거나 수중 재활운동, 맞춤형 물리치료 등의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와 돌봄 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고령친화도시 지정 제도

그럼, 지난해를 기점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보건복지부는 2024년 통과되어 2025년부터 시행된 ‘노인복지법’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의 주거, 교통, 의료, 일자리 등의 맞춤형 노인 정책을 직접 심사하여 인증하는 ‘고령친화도시 지정 제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앞으로는 노인의 행복한 삶을 기준으로 한 지역 차원의 정책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단순히 노인복지시설이 많은 지역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과 발전 과정에 노인의 능동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안전과 돌봄을 위한 체계 구축,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후 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이 구현되는 지역과 도시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 및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고령친화도시는 노인 복지의 차원을 넘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포용적인 도시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고령자가 살기 좋은 도시가 결국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빠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령친화 정책들이 도입되길 기대해 봅니다.

 

고령친화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