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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더욱 단단하고 오래가는 회복을 위하여, 산림복원에 자생식물이 중요한 이유

2026-10-13

더욱 단단하고 오래가는 회복을 위하여, 산림복원에 자생식물이 중요한 이유

산림을 복원한다고 하면 대개 나무 심기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어떤 식물을 심느냐에 따라 복원의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최근 복원 현장에서 ‘자생식물’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그 지역에서 오랜 세월 맺어진 생물 간 관계망까지 되살려야 비로소 건강한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지난 9월 15일에는 산림청, 한국환경보전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업무협약을 맺고, 생태복원사업에 필요한 자생식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활용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세 기관은 제도·정책 지원부터 자생식물의 품질·기술 관리, 복원 현장 적용까지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자생식물이 지속 가능한 환경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국내에서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고도와 기후대가 비슷한 출신의 식물, 자생식물

자생식물은 넓은 의미로는 특정 지역에서 인공적인 보호 없이 자연 상태로 살아가는 식물을, 좁은 의미로는 그 지역에 원래부터 살던 토착식물을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자라는 식물이 모두 자생식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산림자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산림복원에 쓰이는 자생식물은 복원 대상지 주변이나 대상지와 고도 및 기후대가 비슷한 지역에서 채집한 종자로 생산한 식물이어야 합니다. 산림청이 기후대를 고려해 ‘종자이동구역(Seed Zone)’을 설정하고, 종자 수집부터 유통까지 이력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가는 이유입니다. 그 땅에 맞는 출신인지까지 따져야 하는 셈이죠. ㅜ

출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자생식물 가운데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식물은 특산식물이라고 부릅니다. 구상나무·미선나무·히어리처럼 널리 알려진 종부터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섬벚나무처럼 분포가 극히 제한된 종까지 그 범위도 다양합니다. 특산식물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생물자원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고, 한반도 식물이 어떻게 분화하고 진화해 왔는지 밝히는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이 많아 우선적으로 관리하고 보전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푸른 숲 그 이상의 가치, 생태계를 되살리는 힘

자생식물의 가치는 무엇보다 생태적 측면에서 드러납니다. 한 지역의 환경에 오랜 시간 적응해 온 자생식물은 다른 식물은 물론 동물, 곤충 등 다양한 생물과 어우러져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 왔습니다. 따라서 지역 환경에 맞는 자생식물로 복원하면 기존 생태계의 식생과 생물다양성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꽃과 열매는 곤충과 새의 먹이가 되고, 식물 자체는 여러 생물의 은신처이자 서식 기반이 됩니다. 식생이 자리 잡으면 뿌리가 흙을 붙들어 침식과 토사 유출을 줄이는 등 훼손된 땅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자생식물을 활용한 산림복원의 의미는 초록빛을 덧씌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생태계가 스스로 기능할 수 있는 기반을 되살리는 데 있습니다.

자생식물은 자연을 이루는 구성원인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품은 생물자원입니다. 예로부터 식용·약용 자원은 물론 섬유·염료·향료의 소재로 쓰여 왔고, 최근에는 화장품과 바이오산업 소재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2022년 국내 자생 담수식물인 좀개갓냉이 추출물에서 항염증 및 아토피 피부염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포 실험에서 염증과 아토피 관련 지표가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특허도 출원했습니다. 좀개갓냉이 추출물은 이듬해인 2023년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자생식물 중에는 아직 활용 가능성이 밝혀지지 않은 종이 많은 만큼, 이들의 유전자원을 지키는 일은 곧 미래의 산업적 가치를 지키는 일로 이어집니다.

 

2019년 법제화로 마련된 국가적 자생식물 복원 체계  

우리나라는 2019년 산림복원의 정의와 기본원칙, 시행 계획 등을 담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산림복원사업에는 자생식물과 흙·돌·나무 같은 자연재료를 써야 하고, 복원사업 종료 후에는 원칙적으로 10년 이상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2020년에는 「산림복원용 자생식물 및 자연재료의 공급 등에 관한 고시」가 시행되면서 복원용 자생식물의 생산과 종자 공급 절차가 구체화됐습니다. 이어 2021년 산림청은 종자이동구역 설정과 이력 관리, 품질 인증, 인증·공급센터 설립 등을 담은 ‘자생식물 복원소재 공급체계 구축방안’을 발표하며 채집부터 현장 활용까지 전 과정의 실행 절차를 제도화했습니다.

출처: 산림청

자생식물을 생산·공급하는 센터도 지정되고 있습니다. 2023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생식물 종자 공급센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온대중부권역을 담당하는 이곳에서는 구상나무·가문비나무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고산 침엽수와 꼬리진달래·굴참나무 등 산림복원에 필요한 자생식물을 생산·공급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국립세종수목원에도 공급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온대중남부권역을 담당하는 세종수목원은 산불피해지뿐 아니라 섬숲과 멸종위기종 복원 등 다양한 생태복원 현장에 필요한 자생식물을 생산·공급하고 있습니다.

 

자생식물로 되살리는 복원 현장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한 현장 복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동해안 산불피해지 복원입니다. 산림청은 피해지 가운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을 산림생태복원 대상으로 정하고, 자연 회복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기본 방향을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울진 지역 보호구역 1,013ha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자생식물과 자연재료를 활용한 5개년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는 공급센터를 통한 복원소재 공급체계가 적용됐는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공급센터에서 생산한 산불피해지 복원용 묘목 15종 13만 7,424그루가 울진과 DMZ 일원에 공급됐습니다.

울진의 복원 방식은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5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한 제2회 세계복원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는데요. 한국 사례로는 유일합니다. 식재 실적보다 시민참여 거버넌스, 법·제도에 기반한 의사결정, 공급센터를 통한 복원소재 공급을 하나의 과정으로 엮어 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울진 산불피해지는 2027년 복원을 마친 뒤 10년간 모니터링을 거치며 숲의 회복력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한편, 자생식물을 활용한 생태복원은 기업 현장에서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삼표자원개발은 강원 삼척시 근덕면 교곡리 석회석 광산 가운데 채광을 마친 약 2.5ha를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생태복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복구설계 승인을 받은 뒤 2024~2025년 지형 기반 조성과 자연친화형 배수로 공사를 마쳤고, 올해는 주변 자생식물을 바탕으로 고른 산림수종 10종, 묘목 2만 그루를 심어 연내 식재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사업지 주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하늘다람쥐의 서식 흔적이 75곳에서 확인돼 인공 둥지 50개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식재 이후에는 나무가 제대로 뿌리내려 자라는지, 부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생태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숲이 다시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에 그 땅에서 나고 자란 자생 식물로 생태계를 가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하고 오래가는 회복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생식물을 활용한 복원은 이제 막 현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삼표자원개발의 숲을 비롯해 곳곳의 복원지가 건강하게 자라 지속 가능한 복원의 좋은 사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산림복원, 자생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