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오늘은 건축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해 드릴 때 종종 언급하게 되는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동안의 수상자는 누구인지 알아보다보면 현대 건축이 추구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건축계의 노벨상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1979년 미국에서 시작됐죠. 1979년 하이엇(하얏트)호텔을 운영하는 하이엇재단의 창립자 제이 프리츠커와 아내 신디프리츠커가 만들었고, 현재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호텔 관련 재단이 왜 건축가에게 상을 주기 시작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하이엇 호텔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이엇는 1957년 당시 제이 프리츠커가 LA공항 근처의 하이엇 하우스 호텔을 설립자로부터 인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사세를 키운 하이엇은 1967년 하이엇의 시그니처가 된 ‘하이엇 리젠시 애틀란타’를 오픈하게 됩니다.

하이엇 리젠시 애틀랜타가 전 세계 호텔의 시그니처가 된 이유는 당시로서는 무척 독특했던 구조 때문인데요. 건물 중앙이 수직적으로 개방된 ‘아트리움’ 형태로 트여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 객실이 로비를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보안 및 안전을 강화한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From Wikimedia Commons

제이 프리츠커는 호텔의 건축적 요소가 이용자들의 정서와 직원들의 태도에 영향을 줬다는걸 깨닫게 됐습니다. 건축물이 인간의 감정 뿐 아니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거죠. 이후 1978년 노벨상과 유사한 건축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고 실행에 옮깁니다.

프리츠커상의 많은 절차와 보상은 노벨상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요. 건축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을 보여줘 인류와 건축 환경에 기여한 살아있는 수상자에게 상을 수여합니다. 표창장과 10만달러의 상금, 그리고 수상메달이 함께 전달되고 있습니다.

ⓒ The Hyatt Foundation

 

프리츠커상의 수상 자격 

프리츠커상의 경우 매년 40여개국의 500명 이상이 후보자로 지명된다고 합니다. 후보자 등록에 대한 큰 제한은 없고, 건축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건축가라면 누구든 본인 또는 자격이 있는 타인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매년 11월 1일까지 추천을 받으며 추천을 통해 선정된 예비수상자들을 두고 심사에 돌입합니다. 교수, 평론가, 건축가 등으로 구성된 5~9명의 심사위원단이 전 세계를 돌며 작품들을 돌아보고 만장일치로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하는데요. 프리츠커 상의 경우 건축가의 특정 건축물이 아닌 전반적인 건축세계 전반을 평가해 수상작을 선정하며, 따라서 개인 자격으로만 시상을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프리츠커상의 수상 자격인 ‘인류와 건축환경에 기여’ 부분을 평가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1979년 첫 수상자인 필립 존슨을 시작으로, 오스카 니마이어, 루이스 바라간, 프랭크 O. 게리, 알바로 시자, 피터 줌토, 렘 쿨하스, 안도 다다오, IM 페이, 자하 하디드 등 세계 유명 건축가들이 프리츠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들이 디자인한 랜드마크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랭크 게리의 ‘루이비통 메종 서울,’ 안도 다다오의 유민미술관 등이 있습니다.

시상식은 주로 매년 5월에, 전세계적으로 이름난 건축적 랜드마크에서 열리는데요. 시상식 장소는 수상자가 선정되기 전부터 선택되기 때문에 수상작과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코로나로 행사 진행이 어려웠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시도, 지속 가능한 건축에 주목

2000년대 초반까지의 프리츠커상은 건축을 위한 새로운 예술적, 기술적 시도, 혹은 형식미를 파괴한 건축물 등 소위 전세계에 이름난 작품들을 만들어 낸 유명 건축가들 위주로 시상을 했습니다. 전통적 한계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것 등 건축물의 건축적 가치를 높게 샀죠. 이름난 대가들이 주로 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2010년 들어 프리츠커 상의 수상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https://www.pritzkerprize.com/laureates/ale-jan-dro-ara-ve-na

2016년 수상자는 칠레사람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로, 빈민 및 중산층을 위한 공동주택 ‘반쪽짜리 집(Quinta Monroy Housing)’을 짓던 건축가였습니다. 그는 골조와 시설 등은 갖췄지만 마감은 하지 않은 반쪽집들을 지어 부족한 정부 지원금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거주민 스스로 집을 완성하는 과정에서의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17년 수상자인 라파엘 아란다, 카르메 피젬, 라몬 빌랄타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건축가로, 사상 처음 3인 공동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피레네 산맥 기슭의 마을 올로트에서 자연 환경과 어울리는 여러 공동체 건축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성과로 상을 수상했습니다.

FRAC Nord-Pas de Calais,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2021년 수상자인 프랑스의 안 라카통과 장 필리프 바살은 건축물을 지을 때 철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철거가 아닌 개조를 통해 기존에 거주하던 사람들, 있던 것들도 자리를 지키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가치를 더하는 그들의 프로젝트 성과를 인정받았죠.

2022년 수상자인 프랑시스 케레는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상을 받았습니다. 이름도 낯선 부르키나파소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고, 독일에서 건축 유학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지역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주변에 존재하는 재료들로, 주민들과 함께, 지역을 위한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흔한 흙과 점토, 나무 등으로 뜨거운 햇빛을 막고 바람이 통하는 학교, 커뮤니티 센터 등 사회의 구심점을 만들었죠. 심사위원단은 매우 척박한 땅에서, 아프리카의 진흙으로 사회를 바꾼 그의 작품을 높이 샀습니다.

Lycée Schorge Secondary School, photo courtesy of Francis Kéré

위 수상자들은 모두 건축물의 위치한 지역에서 행동하는 건축, 사회 공동체에 기여 하는 건축을 선보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건축물 자체의 미 뿐 아니라 사회와 공존하는 방식, 그리고 사회문제의 대안이 되어줄 수 있는 더 넓은 의미의 건축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에는 또 어떤 건축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을까요? 전 세계, 지역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더 나은 삶을 위한 건축을 위한 시도를 함께 응원하며 수상작을 기대해보겠습니다.

프리츠커상, 건축계의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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