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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셀렉트

고정관념을 깨고 디자인적 진화를 선택한 아파트

2024-07-04

고정관념을 깨고 디자인적 진화를 선택한 아파트 – 환경과 건축, 사람의 조화로움을 디자인하는 창조적 공간들

아파트의 어원은 불어인 아파르트망(appartement)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원래 아파르트망은 궁전이나 대 저택 안의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의미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 이후 이 공간을 쪼개 시민들에게 임대하면서 공동주택의 개념으로 바뀌게 된 거죠. 이후 오랜 시간 다양한 나라를 거치며 개념과 단어가 조금씩 변화해왔고, 현재도 나라마다 그 이름과 뜻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의 사전적 정의는 ‘한 건물 내에 여러 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건축된 5층 이상 영구건물로서 구조적으로 한 가구씩 독립하여 살 수 있도록 건축된 공동주택’을 말합니다. 아파트는 연립주택, 다세대주택과 함께 공동주택의 한 형태로 속해 있는데, 4층 이하라도 아파트로 허가 받았으면 아파트에 해당됩니다.

출처: 서울시 도시계획용어사전

<공동주택의 종류>
* 공동주택: 부지를 공유하면서 개인별 독립된 생활공간을 소유하는 주택

– 아파트: 각각의 독립된 가구가 생활할 수 있고, 층수가 5층 이상인 주택
– 연립주택: 바닥면적의 합계가 660제곱미터 초과하고 4개 층 이하인 주택
– 다세대주택: 바닥면적의 합계가 660제곱미터 이하이고, 4개 층 이하인 주택

국토교통부 주거실태 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주택유형은 아파트가 51.9%로 가장 많고, 그 뒤로 단독주택 29.6%, 다세대주택이 9.3%순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서도 아파트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제 아파트는 우리의 삶과 떼놓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의 주거형태가 된 것이죠.

이처럼 우리나라에 가장 많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아파트는 부동산으로서 경제적 가치가 높고, 편리한 기능을 갖춘 대신 단순한 형태의 구조와 공간의 폐쇄성으로 이전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아파트의 단점은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극대화시킨 아파트가 있다면 어떨까요?

기존의 고정화된 구조적 특성을 벗고,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는 아파트들은 ‘공간은 인간과 상응한다’는 말 그대로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사하며 아파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디자인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8하우스, 더 웨이브

코펜하겐 신도시인 외레스타드(Ørestad)에 만들어진 8하우스는 마치 예전 우리나라 동네를 축소해놓은 듯한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어느 곳으로 들어서든지 이어진 골목길을 가는 것 마냥 길과 집이 이어져 있어서인데요. 위에서 보면 숫자 8과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곳은 타운하우스, 아파트, 펜트하우스까지 세 가지 기본 유형의 주거공간과 상점, 갤러리, 사무실, 교육시설 등 상업용 사무실이 혼합된 공간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현재까지 덴마크에서 시행된 가장 큰 민간개발이기도 한 이 건물을 설계한 덴마크의 신진 건축그룹 비아케 잉겔스(BIG–Bjarke Ingels Group)의 말에 따르면 ‘건축과 도시 계획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2011 세계 건축 축제에서 올해의 주택 건축상과, 2012 미국 건축학회에서 명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집에 정원이 있고, 계단대신 1층부터 옥상까지 경사로를 따라 올라갈 수 있는 복도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1층부터 10층까지 산책로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어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자신의 문 앞까지 갈 수 있는 것이죠.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없이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게 설계된 이 건물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고, 실제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을 보기 위해서 이 동네를 일부러 들르기도 합니다. 남서쪽면의 V자처럼 보이는 경사로에는 잔디를 심어 공중정원으로 만들었고, 경사로가 끝나는 1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그 앞쪽으로는 운하가 있어 이곳에서 사람들은 보트도 타고, 산책과 운동을 즐깁니다. 숫자 8처럼 생긴 만큼 모든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건물 그 자체가 거주자들의 유연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데 한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Courtesy of Henning Larsen Architects

주거문화에 관심이 높은 덴마크에서 8하우스만큼이나 주목받고 있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바일르(vejle)라는 소도시에 세워진 ‘더 웨이브’는 말 그대로 바다의 일렁이는 파도를 표현한 건물인데요. 낮에는 파도처럼, 밤에는 산처럼 보이기도 하는 곡선 디자인의 하얀색 아파트는 주변 지역의 언덕과 부드러운 물결 등 지역적인 특색을 건축물에 잘 녹여낸 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총 5개 동의 큰 파도모양 아래에는 다양한 평수의 14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세대마다 발코니가 배치되어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피요르드 해변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발코니는 야외활동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아파트 앞쪽에는 바닷가 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펼쳐져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공 후 11년 만에 완공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완공 후에는 2009년 덴마크 무역잡지의 올해의 거주건물, 2012년 국제 LEAF 어워드에서 혁신적인 건축물로 선정되는 등 하나의 건축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현재는 바일르 뿐만 아니라 덴마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대만의 이산화탄소를 먹는 아파트, 타오주 인 위앤

대만은 덥고 습한 기후를 가진 나라이자, 주요이산화탄소 배출국 중 하나로 특히 친환경 건축과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타오주 인 위앤은 이러한 대만의 생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벨기에의 친환경 건축가인 뱅상 칼보는 “이곳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올바른 공생을 연구한 결과이다. 기둥 없는 혁신적인 구조로서 더 넓은 창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공중정원도 즐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의 말처럼 21층에 달하는 이 건물의 1층 정원과 각 세대 발코니, 테라스에는 무려 2만 3천여 그루가 심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건물의 구조가 DNA를 닮은 비정형의 나선형 구조인 것도 대기와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이산화탄소를 먹는 아파트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건물에 심긴 나무들은 연간 13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습도를 조절하는 등 건물 그 자체로 공기청정기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외에도 태양광 패널이나 자연채광, 빗물 재활용 등을 활용해 전기를 공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숲이 된 아파트, 보스코 베르티칼레

동화 속에 나올법한 환상적인 비주얼로 눈길을 사로잡는 보스코 베리티칼레. 도심 속 숲속 공원에 우뚝 자리한 이 건물은 베란다에 나무와 풀, 가지 등이 엉켜있어 멀리서보면 하나의 큰 나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각각의 면에 총 800여 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들은 각자의 매력을 뿜어내는데, 계절마다 그 모습을 달리해 보는 재미가 있는 건물로도 손꼽힙니다.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26층, 16층 높이의 두 건물로 구성된 아파트로, 빌딩 표면에 15,000점의 다년생 식물 및 지피식물과 5,000개의 관목들을 심어서 ‘밀라노 수직 숲’이라 불리고 있죠. 실제로 나무가 많다보니 이 건물에는 새, 나비, 곤충까지 약 1,600종이 함께 거주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수직 숲은 세계적인 건축 트렌드로, 보스코 베르티칼레를 필두로 스위스나 호주, 네덜란드 등 많은 나라에서 수직 숲을 건설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곳은 세대별로 하나의 정원, 하나의 숲을 꾸밀 수 있게 되어 있으며, 1년마다 식재를 돌보는 플라잉 가드너(조경 관리 전문가)가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있어 사람과 식물이 함께 공생하는 데 필요한 균형을 맞추는데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동식물이 거주하는 하나의 서식지가 된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건축물의 생물학적 다양성에 한계가 없음을 보여주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주거공간에 대한 가치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By Darsheni – Own work, CC BY-SA 3.0,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75527115

 

싱가포르의 거대한 블록을 쌓아놓은 듯한, 더 인터레이스

“왜 건물이 수직이어야 할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모습을 갖춘 이곳의 시작은 한 건축가의 물음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싱가포르의 주거복합단지 인터레이스는 ‘꼬이다, 엮다’라는 뜻처럼 기존의 직사각형 모양의 아파트를 가로로 배치한 것이 특징인데요. 흡사 아이들이 블록 쌓기를 해놓은 듯한 모양을 연상시키는데, 실제 건축가도 젠가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길이의 6층짜리 블록 31개를 각각 다르게 배열하면 각 빌딩이 결합되는 공간에 공간이 생겨나는데 이곳을 공용 공간, 즉 옥상가든이나 테라스로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수직 고립이기만 했던 아파트가 수평 교류의 구조로 바뀌면서 공동체의 모습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놀이터나 휴식공간들이 많아 주민들이 어디서나 친근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죠. 수평적 확장을 통해 조화로운 생활공간을 탄생시킨 인터레이스는 2015년 세계건축박람회 올해의 건물상을 수상하고, 싱가포르 관광청은 싱가포르 방문 시 꼭 방문해야 할 건축물의 하나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프라이버시와 공동 공간의 균형감을 동시에 유지하면서도 강한 소속감을 주는 인터레이스는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다른 미래의 아파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답을 제안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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