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지속가능한 미래

기후를 관리하는 시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후 예측

2026-01-06

기후를 관리하는 시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후 예측

인류는 이제 기후 변화를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일상을 지키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C에서 1.9°C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2024년 전국 연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2.0℃ 높은 14.5℃를 기록하며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해로 남게 되었고, 뜨거워진 해수면 온도는 기후 변화의 속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의 근간인 여러 산업 현장에 현실적인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어업계는 갑작스러운 한파와 고온 현상이 반복되며 큰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 생물 폐사 피해액이 이전 해의 3배가 넘는 1,439억 원에 달했습니다. 제조 현장과 건설 현장에서도 예측이 어려운 기상 조건 때문에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생산 및 시공 품질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넘어, 우리 산업 및 생활의 안정성을 지켜내는 필수적인 과정이 되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정부 기관의 AI 도입

이처럼 변화무쌍한 기상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인공지능(AI)을 예보 시스템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가 선보인 ‘AIFS’는 지난 40년의 데이터를 학습한 지능형 모델로, 2025년 2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소모를 1,000배 가까이 줄이면서도 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저기압의 경로를 반나절이나 더 빨리 예측하며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기상청 또한 2025년 5월부터 ‘나우알파(NowAlpha)’라는 초단기 예측 모델을 현장에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WMO에서 ‘최종 방어선’이라 부르는 초단기 예보는 집중호우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나우알파는 6시간 앞의 날씨를 10분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해 단 1분 만에 결과를 내놓으며, WMO가 규정한 선행시간을 충족시켰습니다. 기상청은 2027년까지 엔비디아와 협력해 시스템을 고도화할 예정이며, 2031년까지 독자적인 국가기후예측시스템도 완성해  방재와 에너지, 산업 현장 등 우리 생활 곳곳에 필요한 기상 정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혁신을 넘어 일상이 되는 IT 기업들의 AI 모델

글로벌 기술 기업들도 저마다의 혁신적인 AI 모델을 통해 기후 예측에 나서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그래프캐스트(GraphCast)’는 그래프 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10일치 기상을 1분 내외로 예보하는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전통적인 수치예보 모델들이 수백 대의 슈퍼컴퓨터로 몇 시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2023년 허리케인 ‘리’의 상륙을 기존 모델보다 사흘이나 앞당겨 예측하며 그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죠. 기존 수치 예보 황금 표준이라고 손꼽던 ECMWF HRES 모델과 비교했을 때 2,760개의 목표변수*와 리드타임 중 89.3%가 훨씬 더 정확하다는 결과를 통해 정확도 측면에서도 뛰어납니다.

화웨이의 ‘판구웨더’ 또한 기존 모델보다 수만배 빠른 연산 속도로 2023년 태풍 마와르의 경로를 미리 짚어내는 등 재난 경보 분야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단일 V100 그래픽 카드를 이용해 1.4초 만에 24시간 전 세계 일기 예보를 리스트업이 가능합니다.

엔비디아의 행보도 주목할 만합니다. 포캐스트넷(ForecastNet), 스톰캐스트(StormCast) 등의 기상 예측 모델을 선보이다, 2024년부터는 자체 가상 세계에 지구를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어스2(Earth-2)’를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킬로미터 단위로 더 정밀하게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새로운 모델  CorrDiff를 공개하기도 했죠.  이러한 기술들은 이제 단순히 ‘날씨를 맞히는 것’을 넘어, 산업 현장 및 생활 속에서 위험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 물리 법칙과 데이터가 만난 ‘하이브리드 모델’

물론 AI 기술이 만능은 아닙니다.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특성상 전례 없는 극한 기후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예보 결과가 도출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블랙박스’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물리 방식과 AI를 하나로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기후 모델’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네이처>에 발표된 ‘Neural GCM’입니다. 이 모델은 대기 흐름을 계산하는 정교한 물리 방정식 장치 안에 머신러닝 요소를 삽입한 형태입니다. 덕분에 수십 년 규모의 기후 시뮬레이션에서도 기존 모델과 대등하거나 더 우월한 성능을 보여주면서도, 연산 비용은 수십 배 이상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과학적 신뢰도가 높은 물리 모델의 장점과 학습 능력이 뛰어난 AI의 장점을 결합해 ‘정확도’와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입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기술은 지구 전체를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비용으로도 정밀한 장기 기후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수십 년 뒤의 환경 변화까지 고려한 경영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AI와 과학이 손을 잡고 그려나갈 하이브리드 예보의 미래는, 우리가 기후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더 유연하고 안전하게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AI, 기후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