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19세기 진보와 혁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장소에 20세기를 상상하며 그린 그 풍경화 한 점이 걸렸습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림 속에 하늘을 나는 항공택시가 그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120년 전에도 누군가는 자유자재로 비행기를 타고 사람이 하늘을 이동하는 꿈을 꾸었던 거죠. 백투더퓨처, 제5원소, 블레이드 러너처럼 미래 도시를 그려낸 영화 속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누구나 한번쯤 미래도시를 상상해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일 텐데요. 그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언젠가 인류가 이뤄내고 싶은 기술적 지향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현재 인류는 제4차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새로운 이동수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21세기 모빌리티의 혁명’이라 불리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 UAM입니다. 줄곧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얼마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Urban Air Mobililty의 약자인 UAM은 도심항공교통 즉, 항공 플랫폼을 활용해 도심 내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항공교통 수단으로 기체 개발과 인프라구축, 플랫폼, 서비스 등의 관련 사업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항공기술과 경량화 소재, 자율주행, 5세대 이동통신 통신, AI 등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UAM은 한마디로 ‘드론과 항공기를 결합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도심형 에어택시’라 말할 수 있습니다.
UAM은 세계적으로 인구 증가 및 대도시 인구 과밀화가 진행됨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 주거, 교통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게 되었는데요. 우선 UAM은 휘발유나 디젤 등을 사용하는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처럼 모터와 배터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습니다. 생김새가 헬리콥터와 유사해 그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항상 따라붙기도 하는데, 바로 친환경적이라는 부분이 헬리콥터와 가장 큰 차별점이고, 헬리콥터에 비해 100배 정도 적은 소음과 비용적인 면에서도 1/4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최적의 이동수단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UAM가 가진 장점은 바로 속도인데요. 최대 시속 320km로 비행했을 때, 인천에서 잠실까지 25분, 김포에서 잠실까지 16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죠. 우리나라 대도시권 시민들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약 116분(국토교통부, 2022년 대도시권 광역교통조사)으로 ODCE 회원국들의 평균시간인 28분보다 5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한국항공우주원에 따르면 UAM 서울 시내 평균 이동 시간은 자동차 대비 약 70% 짧으며, UAM으로 출퇴근 시 90분 이상 소요되는 교통 정제를 25% 완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도시에 살면서 교통체증을 겪어본 사람들이라면 하루빨리 UAM이 상용화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UAM은 앞으로 교통, 물류, 관광뿐만 아니라 응급, 우체국 등 공공형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예정입니다.
<UAM 운송서비스의 활용 범위>
장거리 여행에서만 이용해왔던 항공기를 일상적 이동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 UAM. 대도시의 교통 혼잡을 해결하고, 친환경적인 교통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어 전 세계는 UA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항공과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기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UAM 시장 규모도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 K-UAM(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로드맵)에 따르면 주요 컨설팅社별 분석결과, 2035년 740억 달러(약 81조)에서 2040년경에 1조 달러(약 1,140조)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국내 시장 또한 2025년 2억 1,000만 달러(2,773억 6,800만원)에서 연평균 25.8%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2040년에는 109억 달러(14조 3,967억 2,000만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3년 택시 산업의 약 140%, 항공 산업의 약 65% 해당하는 규모로, 그간의 발전 기간을 고려했을 때 UAM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EU, 싱가포르, 두바이 등 여러 나라들이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중국은 이미 감항인증(안정성 및 환경보전을 위한 기술상 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해 정부가 인정하는 증명)을 받은 기체 판매에 돌입하기도 한 상황입니다.
UAM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단연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aviation)인데요. UAM 개념을 처음 정립한 우버 엘리베이트를 인수한 곳으로, 2009년부터 테슬라 등의 여러 기업 전문가를 채용하여 배터리 시스템과 전기모터를 개발해 UAM에 적용해왔습니다. 2017년 처음 프로토타입 비행을 시작했고, 지난 10년간 eVTOL 개발 및 제작을 통해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하며 글로벌 1위 eVTOL 제조업체이라는 타이틀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또한 UAM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SK텔레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1년 설립된 독일의 항공 스타트업인 볼로콥터는 단거리 에어택시인 볼로시티라는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높이 2.5m, 직경 9.3m의 원형 구조물에 18개의 소형 전기모터가 장착되어 있고, 최대 시속 110km로 조종사 1명과 탑승객 1명이 탑승할 수 있죠. 독일 항공 응급·구조 기관인 ADAC 루프트레퉁(Luftrettung)과 협력을 체결해 향후 공중에서 조종사와 응급의사를 신속 지원하는 응급 의료 서비스 보조항공기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중국의 대표 UAM 회사인 이항은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생산 인증을 취득하면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2인승 드론 EH216-S는 이항의 간판 제품으로, 지난 2년간 중국 내 18개 도시의 20개 지점에서 9,300여 차례 저고도 비행 테스트도 진행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약 4억 4,300만 원에 판매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요 국가 AUM 관련 동향>
미국 | – NASA의 UAM 실증사업 및 미공군(USAF)의 eVTOL 기술획득 프로그램 등을 통해 UAM 생태계 구축 지원
– 2020년부터 조비 에비에이션, 리프트 에어크래프트, 베타 테크놀로지스 등 UAM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군사 목적의 소형 항공기 개발을 함께 추진 |
유럽 | – 유럽항공안전청, 유럽표준화기구를 중심으로 UAM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
– 국가별 UAM 관련 정책 수립・추진 중 – 2022년 세계 최초로 유인수직이착륙기 관련 규제를 마련해 감항성, 항공종사자의 자격, 항공 규칙 등에 대해 규정 |
영국 | – ‘Future Flight Challenge’ 추진을 통해 에어택시를 포함한 미래형 항공 시스템 개발・구축 추진 |
중국 | – 감항당국을 중심으로 UAM 관련된 정책과 지침 마련으로 UAM 생태계구축 주도 |
싱가포르 | – 글로벌 기체개발업체들과 UAM 운용 서비스 실현을 위해 운용 인프라 구축 및 시범사업 등을 추진
– 화물운송을 포함한 UAM 시범 서비스 진행 |
일본 | – 도요타, 후지스 등 15개 기업이 공동으로 ‘카티베이터(Cartivator)’에 출자하고 이를 통해 공동기술 개발, 스타트업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 중 |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UAM 기술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UAM 상용화 추진을 위해 총괄부처인 UAM 팀코리아(정부, 공공기관, 기업 및 학계 등이 모인 협의기구)를 구성해 UAM 실증사업인 UAM 그랜드 챌린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인데요. 그랜드 챌린지의 목표는 2025년 말 UAM 상용화 추진, 2030년 UAM 전국적 확산, 2035년 UAM 이용 보편화로, 현재 비도심에서 운영 능력을 확인하는 1단계 실증작업이 종료되었고, 이후 수도권에서 2단계 실증작업(1단계를 통과한 컨소시엄이 조종사가 탑승하는 조건으로 수도권으로 이동해 테스트 진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한국형 UAM인 오파브(OPPAV, Optionally Piloted Personal Air Vehicle)는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에 위치한 시설에서 1시간 30분가량 무인비행에 성공하며 UAM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비행체 총 중량 650kg, 날개 길이 7m에 달하는 오파브는 100kg 정도 무게를 실을 수 있고, 날개 앞, 뒤로 각각 4개의 프로펠러가 달려있어 최고 시속 24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데요. 오파브에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틸트 기술이 적용되어 안전성과 비행 시 속도를 증가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3사 이동통신사들은 2025년 국내 UAM 상용화를 앞두고 사업 본격화를 위한 기반(UAM 전용 상공 통신망 구축 등)을 마련하고 있고, 기체개발업체인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 공동 기술 연구 개발, 지분 투자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자동차가 도시공간을 크게 바꾼 계기가 되었듯 미래에는 UAM으로 인해 건축과 도시 공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를 위해 마련된 도시의 도로와 주차장 등의 공간들이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인 MVRDV는 에어버스(Airbus)와 바우하우스 루프트파르트(Bauhaus Luftfahrt),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 Zurich), 시스트라(Systra)와 협력하여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미래를 연구하고 계획했는데요. UAM의 핵심 인프라로 손꼽히는 버티포트(vertical+airport)에 대해 “트랙이나 터널, 도로가 필요하지 않아 전통적인 정류장이나 역, 터미널의 모습보다 더욱 다양한 위치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며, 다양한 구성으로 도시를 연결하고 개선해가며 도시 개선의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버티포트는 수직(vertical)과 공항(airport)의 합성어로, UAM 기체가 이착륙하고 충전과 정비 및 승객 탑승이 이루어지는 정류장을 뜻합니다. UAM 산업에서 약 40% 이상(2020년 CEAS 항공저널)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성공적인 버티포트 구축 및 운용이 UAM 산업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만큼 각 나라들은 버티포트 구축의 첫 단계인 입지 선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기업들도 버티포트를 차세대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낙점하며 버티포트에 대한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버티포트 입지 조건으로는 탑승객의 편리성, 교통의 공공성, 수익성, 비행안정성, 지역사회 수용 등을 들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바로 접근성입니다. 접근성이 뛰어난 곳 즉 도심에 위치해야 이용수요가 많고 상업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첨단기술이 집약되어있는 버티포트는 구축과 운용에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거죠. 또한 도심은 대중교통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잠재적 전환 고객의 수요도 높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우선적으로 도심에 버티포트를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K-UAM 1단계 실증을 위해 버티포트 인프라 시설 입지 분석을 진행했는데요. 도심에서 실현 가능한 버티포트 입지인 환승센터 및 유통 계열사 옥상, 한강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2025년까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등) 내 4개 지역에 버티포트 입지 선정할 계획이고, 2030년에는 8개, 3205년에는 20개(5대 광역권에도 30년부터 수도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로 버티포트 수를 점차 늘려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향후 도시의 여러 건물과 시설들이 융복합되어 버티포트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만큼 이에 따라 UAM을 수용하는 건축물에 대한 개념 정의와 건축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비행경로에 따른 건축물의 위치 및 높이를 규정하는 가이드라인 제시는 물론, 도시 설계 단계에서 버티포트 입지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거나 비행으로 인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을 고려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시 설계가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통체증부터 대기오염까지 다양한 도시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가며 도시 건축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UAM. 미래 도시의 발전과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UAM을 통해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3차원의 공간을 일상적으로 비행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상상 속 세계가 일상이 되는 현실은 우리 눈앞에 이미 다가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