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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광역교통 시스템

2026-02-26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광역교통 시스템

2025년 UN DESA(유엔경제사회국)가 발표한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2025(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45%가 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1950년 25억 명의 인구 중 도시 거주자가 2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입니다. 

전 세계적인 도시화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어, 인구 천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는 계속해서 확장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행정경계를 넘어 거대한 기능적 도시권과 생활권을 형성하는 도시의 규모와 달리, 교통 시스템은 여전히 단일 도시 스케일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출퇴근에 1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수도권과 위성도시 간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하며, 지역 간 불균형과 탄소 배출 증가 등 다양한 환경적·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습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교통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메가시티의 환경,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교통 솔루션

도시는 계속해서 팽창하는데, 교통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세계은행에 따르면, 대도시의 저소득층이 저렴한 대중교통만으로 1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의 2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저소득 노동자들은 하루 3시간 이상을 통근에 사용하고 소득의 15% 이상을 교통비로 지출합니다. 도심과 외곽을 잇는 대중교통 축이 부족해 이동권 보장이 어렵고 사회적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통근이나 통행 패턴에 맞는 교통체계가 부재할 경우, 사람들은 자가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가용 이용자의 증가는 도시의 교통 혼잡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1km 이동 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비교해 보면 용차는 200~250g, 버스는 20~50g, 지하철(철도)은 10~20g 내외가 배출됩니다. 자가용이 버스보다 약 5배 이상, 지하철보다는 10배 이상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셈입니다. 이때문에 UN 역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11.2)를 통해 ‘2030년까지 안전하고 저렴하며 접근 가능한 대중교통 시스템의 확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메가시티의 교통 솔루션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광역교통 시스템’입니다. 광역교통 시스템이란 하나의 기능적 도시권 또는 광역권 전체를 아우르며, 기초자치단체 또는 도시 간 이동을 통합된 네트워크와 거버넌스로 다루는 체계를 뜻합니다. 여기서 기능적 도시권이란 중심도시와 그 도시를 향한 통근권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는데요. 즉, 대도시권역에서 2개 이상의 시, 도에 걸친 교통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연결한 교통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개별 노선이 존재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대중교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광역교통 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교통 혼잡 완화는 물론, 도시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유도하고 교통 소외 계층에게 보편적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등 다방면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단일 도심 도시 모델에서는 광역교통시스템이 더욱 중요하죠.  

 

교외를 촘촘하게 연결해 불균형을 해소한,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

광역교통 시스템으로 가장 주목받는 도시는 프랑스의 수도, 파리입니다. 파리는 서울의 1/6 면적에 불과한 작은 도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비즈니스 지구(라데팡스)나 올림픽 주경기장, 공항 등 핵심 시설은 대부분 파리 외곽에 위치합니다. 자연스레 외곽 광역도시에서 파리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수요가 많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대중교통망이 듬성해져 많은 시민이 자동차에 의존해 왔습니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일드프랑스(파리 광역권) 주민들은 교통 체증으로 연평균 100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낭비했다고 합니다. 

출처: https://www.grandparisexpress.fr/ligne-15-sud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그랑 파리 익스프레스(Grand Paris Express)’라는 초대형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2030년대 중반 완공을 목표로 4개의 신규 지하철 노선(15~18호선)을 신설하고 기존 14호선을 연장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도시 외곽을 잇는 거대한 순환선과 이를 가로지르는 노선이 결합된 파이(Φ) 모양의 15호선과 14호선입니다. 도심보다는 교외의 교통 연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비대칭적인 대중교통 문제를 해소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를 통해 파리는 2050년 기준 프랑스 교통망 전체 배출량의 10%에 달하는 1,420만 톤의 탄소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특히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68개의 신규 역 주변에 주거지와 산업 집적지를 조성해 ‘직주근접’의 공간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역교통청(IdFM)을 통해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의 모든 대중교통(메트로, 트램, RER 등)의 요금과 계획을 통합 관리하며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수송능력 보강으로 생활권역의 접근성을 높인, 영국 런던의 ‘크로스레일’

런던은 중심부인 대도시권과 더 넓은 개념의 런던 생활권으로 나뉩니다. 2000년대 이후 인구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으로 런던 외곽으로의 인구 이동이 가속화되었습니다. 기존에도 철도 인프라가 있었으나, 수송 능력이 한계에 달해 교통 정체가 심각해졌고 원거리 통근자들의 이동 시간이 길어지며 도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그레이터 런던(영국의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프로젝트, ‘크로스레일(Crossrail)’입니다. 2009년 착공해 2022년 ‘엘리자베스 선(Elizabeth line)’이라는 이름으로 개통된 이 거대한 단일 통합 노선은 외곽과 중심 간의 통행 시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애비우드에서 토트넘 코트로드까지의 이동 시간을 기존 45분에서 18분으로 단축됐죠. 개통 후 2023~2024년에만 2억 1,000만 명 이상(평일 평균 약 70만 명)이 이용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연간 최대 22만 5,000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선은 도시 재생과 포용성 측면에서도 훌륭한 사례입니다. 노선 주변으로 55,000채의 주택이 공급되었으며, 모든 역을 계단 없이(Step-free) 설계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의 접근성을 100% 보장했습니다. 또한, 영국 대형 인프라 최초로 건설 과정의 환경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굴착된 약 800만 톤의 토양 중 99.7%를 재사용했으며, 절반가량은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SPB)와 협력해 월라시 섬(Wallasea Island)의 해안 습지를 조성하는 데 활용하는 등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강력한 규제와 대중교통 확충의 만남, 싱가포르 ‘육상운송 마스터플랜 2040’

싱가포르는 자동차 개인 소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육상교통청(LTA) 주도로 철도, 버스, 자전거 네트워크를 국가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강력한 광역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육상교통 부문을 혁신하기 위해 ‘육상운송 마스터플랜 2040(LTMP 2040)’을 이행 중입니다. 이 로드맵의 핵심 목표는 2040년까지 피크 시간대 이동의 90%를 대중교통과 보행, 자전거 등 친환경 수단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출처: https://www.lta.gov.sg/content/ltagov/en/who_we_are/our_work/land_transport_master_plan_2040.html

전략의 중심에는 도시철도(MRT/LRT)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2030년대까지 철도망을 약 360km로 확장하여, 모든 가구가 기차역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거주하는 ’45분 도시, 20분 동네’를 지향합니다. 일례로 텡가(Tengah) 지역의 신규 주택 개발 지구에서 중심지까지 걸리던 55분의 광역버스 이동 시간을 신규 철도를 통해 40분으로 단축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싱가포르 정부는 강력한 차량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자동차를 구매하려면 기존 차량을 폐차해야 하는 ‘차량 소유권증서(COE)’의 총량을 동결했습니다. 또한 2040년까지 모든 버스와 택시를 100% 청정에너지 차량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내연기관 승용차 대신 전기 철도(MRT)를 이용하면 탄소 발자국을 최대 90%까지, 디젤 버스를 전기 버스로 교체하면 배출량을 약 70% 줄일 수 있어 강력한 환경적 성과가 기대됩니다.

 

서울 도심과 외곽을 단숨에 연결하는 교통 혁신, 대한민국 ‘GTX’     

인구 약 2,600만 명이 모여 있는 대한민국 수도권은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핵심 업무지구로 통근하는 인구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긴 통근 시간과 이동 수단의 한계로 경기도권 거주자들의 자가용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교통 혼잡과 탄소 배출, 삶의 질 저하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급행 광역교통망 GTX(Great Train eXpress)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광역교통 2030’ 비전에 따라 거점 간 이동 시간 30분대 단축, 통행 비용 최대 30% 절감, 환승 시간 30% 단축이라는 3대 목표를 세웠습니다.

출처: 경기도청

2024년 3월 첫선을 보인 GTX-A 노선은 경기도 동탄에서 서울 수서까지의 이동 시간을 75분에서 19분으로 파격적으로 줄였습니다. GTX-A, B, C 등 전 구간이 개통되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핵심 지구로의 통근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도권 전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대 접근성을 확보하게 되니까요. 

GTX에서 하나 더 주목할 점은 제동 에너지를 회수해 전력으로 변환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열차 대비 에너지 소비를 약 20% 절감하고 연간 407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냅니다. 장거리 통근 수요를 전기로 움직이는 고속 철도로 흡수하여 시간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역세권 복합 개발과 연계되어 수도권 전역의 공간 구조를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완성되는 지속가능한 메가시티

파리, 런던, 싱가포르, 그리고 서울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메가시티들은 거대한 광역교통 인프라(하드웨어)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관점에서, 이 모든 수단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이동)입니다. MaaS는 지하철, 광역철도, 버스, 공유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 사용자에게 가장 빠르고 저렴하며 환경 부담이 적은 최적의 경로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메가시티가 탄탄한 광역교통 인프라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플랫폼(MaaS)까지 완벽히 조화시킬 때, 비로소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도시의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