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어두운 길을 밝히며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를 끌며 이렇게 하루를 연 지 벌써 각각 20여 년, 30여 년이 훌쩍 넘었다는 박광옥, 한명수 기사.
하루 몇십, 몇백 km를 운행하며 땅보다 차에서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오랜 BCT 기사들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명수(이하 한), 박광옥(이하 박) BCT는 벌크(포장이 없는 상태) 시멘트 트레일러 차량으로, 분말 형태의 시멘트 등을 싣고 운송하고 있습니다. 1대당 25~28톤 정도 되는 시멘트를 실을 수 있고요.
한 트레일러 기사들은 새벽부터 움직일 때가 많은데요. 정해진 근무시간이 따로 없고 변수도 많이 있지만 저는 서부공장 담당이 어서 하루 평균 450km정도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박 저는 송도공장 담당인데, 빈 차로 평택항으로 가서 슬래그시멘트를 싣고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에서 송도공장까지 하루 5번을 왕복하고 있습니다. 평소 이동 거리로 따지면 기본적으로 하루 평균 300km 정도 되죠. 훨씬 더 많을 때도 있고요. 이건 기사들마다 맡은 구역이 있기 때문에 거리에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박 20대 후반부터 회사 통근버스 운전을 했습니다. 그 후에는인천 쪽에서 사료 원료가 되는 곡물을 운반하다가 소속 업체 분중에 BCT 기사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그때부터 바꾸게 되었습니다. 올해로 BCT 운전경력만 벌써 30년 정도 되었네요.
한 마흔 살 정도쯤 지인 분 중에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추천해주셨어요. 순서대로 1종 보통, 대형면허, 특수면허를 따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BCT 차량 운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제가 아는 분 중에 여든 살까지 이 일을 하신 분이 계셨거든요. 정년이 없다는 것, 내가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매력인 것 같아요.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일을 하면서 삶의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또 업계 메인 업체인 삼표는 물량도 고정적이고, 운반비 수당도 안정적으로 지급되고 있어서 다른 걱정 없이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고요.
박 일단 BCT는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차들보다 크고 멋있어보여서 애정이 있습니다(웃음). 또 제가 운송한 시멘트로 지어진 신도시들을 지나칠 때 조금은 그 개발에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박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유가가 오른 거죠. 경유 가격 인상으로 장거리를 운행할수록 손실이 발생할 때도 있으니까요. 상반기에 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기도 해서 꽤 바쁘기도 했고요.
한 시멘트를 싣는 시간이 길다 보니 차에서 보내는 대기시간이 많다는 거죠. 새벽부터 기다리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계속 수면 부족 상태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저희는 운송 시간을 맞춰야 하다 보니 식사도 대부분 차에서 도시락으로 해결 할 때도 많아서 10분 안에 식사를 하는 일도 잦습니다.
박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그리고 화장실까지 이 세 가지 문제는 아마 대부분의 트레일러 기사들이 공통으로 겪는 일일 거예요.
한 평소 주행하다가도 이상한 소리나 잡음이 들리면 바로 점검 을 하고 있습니다. BCT는 배출 호스가 닳거나 금이 가서 터지거나, 압력이 높아져서 탱크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가끔 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수습 시간도 길어져서 공장이 마비되거든요. 항상 미연에 방지하고자 철저하게 차량점검을 실시합니다.
박 크랙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도 일어나지만 무엇보다 인명사고 예방에 힘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삼표는 안전 강화에 특히 힘쓰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출입할 때부터 안전에 대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고요. 안전모는 기본이고, 작년에 가드레일도 설치해서 한층 더 안전에 유의하고 있는 것 같아 기사 입장에서도 마음이 놓입니다.
박 나이도 한 살 차이로 비슷하기도 하고, 어쨌든 자주 마주치고 같은 업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친하게 지내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서로 힘든 점 같은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생각이 날 때마다 챙기게 되는 거죠.
한 박 기사님은 평소에 먼저 안부 전화도 잘 해주는 편이에요. 특히 장거리를 뛸 때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 졸리지는 않고 잘 가고 있는지 확인차 전화를 해줘서 많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몇십년 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면 힘들기 마련인데, 동료들
끼리 먼저 챙길 건 챙겨주고 힘을 실어주니까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박 각자 소속된 공장에서 그날 그날 처리해야 할 물량들을 지장 없이 안전하게 운송하는 게 오늘의 목표이자, 앞으로 꾸준히 이뤄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를 포함해 BCT 기사 분들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일을 함께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저희는 주로 분말 형태인 시멘트 원자재를 이동하고 있는데, 이게 없으면 공사에 차질이 생기게 돼요. 어떻게 보면 공사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보니 박 기사님 말처럼 차질 없게 운송하는 것이 BCT 기사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이자 목표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