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으로 손꼽는 것 중 하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입니다. 그중 공연문화는 해외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그 수요와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콘서트를 비롯해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에 팬덤이 증가하고 피켓팅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데요.
소프트웨어 플랫폼 깃눅스의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2027년까지 세계 음악 공연 시장은 31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미 시장의 경우, 2022년 3,221억 8,000만 달러에서 2028년 6,179억 1,000만 달러로 연평균 11.5% 성장세를 추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서도 비슷하게 추론했는데요. 2024년 공연 이벤트는 342억 3,000만 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며,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간 2.1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과 몰입감을 찾는 요즘 세대에게 콘서트를 비롯한 공연 산업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앞으로 세계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주목받는 것이 공연장 건축인데요. 세계적인 공연장은 외관부터 실내까지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연의 분위기와 몰입감을 높여주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며 여행자들의 문화적 경험을 높여줍니다.
2023년 세계의 모든 이목을 끈 공연장이 있습니다.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MSG스피어입니다. 아레나, 스타디움의 설계로 유명한 파퓰러스(Populous)가 디자인한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원형 건축물입니다. 높이 111m, 너비 172m로 강철 3,000톤을 이용해 제작했으며, 18,60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MSG스피어를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엑소스피어(Exosphere)’입니다. 엑소스피어는 둥근 돔 형태의 건물 외부에 하키 퍽 크기의 LED 전등 120만 개를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로, 360도 영상을 상영할 수 있습니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는 이모지, 세상에서 가장 큰 농구공, 지구에 불시착한 달 등의 영상으로 개장 이후 많은 관심을 불러왔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큰 360도 스크린에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호기심도 자극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피어 내부 공연장에는 원형의 구조를 살려 180도 곡선형 스크린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스크린은 15,000㎡로 축구장 2개를 맞먹는 대형 크기로 이곳을 찾은 관람객을 압도합니다. 오픈 첫 공연으로 진행한 록밴드 U2의 콘서트는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이 스크린을 활용했는데요. 셋리스트에 따라 미국 네바다주의 사막이 펼쳐지기도 하고, 숫자로 가득한 매트릭스 세계를 연출하며, 때로는 거대하고 화려한 벽화가 있는 궁전에 온 듯한 영상으로 감싸며 공간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몰입을 유도했습니다.
스피어는 전문 콘서트장이자 영화관으로서 16만 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어디에 앉든 깨끗한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모든 좌석은 4D로 진동, 바람, 향기 등 특수 효과를 온몸으로 경험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메타버스 같은 신기술을 도입해 방문객에게 새로운 시공간의 세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MSG스피어가 최근에 지어진 현대적인 돔형 공연장이라면, 15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세계 최초의 돔형 지붕 공연장도 있습니다. 1871년 개관한 런던 사우스 켄싱턴의 로열 앨버트홀입니다. 이곳은 로마 시대 원형 극장인 콜로세움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어졌습니다.
로열 앨버트홀은 원형 건물을 따라 공연장을 가운데 조성하고, 복도는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선형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돔 지붕은 유리와 철로 만들었는데요. 800톤 무게에 돔 지붕은 당시 획기적이었습니다. 지붕 구조물을 작업했던 엔지니어링 회사는 338톤의 철 프레임과 279톤의 유리를 이용해 본사가 있던 맨체스터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조립에 성공하자 이들은 시험적으로 조립한 이 돔을 해체하고, 말과 수레를 이용해 런던까지 이동시켜 재조립했다고 합니다.
2024년 편의시설 확충과 안전을 위해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현재 5,0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운영 중입니다. 또한 오르간의 파이프를 9,799개에서 9,999개로 늘리며 영국 최대 규모의 파이프 오르간을 보유한 공연장이 되었습니다.
로열 앨버트 홀이 유명한 이유는 BBC가 개최하는 ‘더 프롬스’ 때문인데요. 더 프롬스는 정해진 좌석에 앉아 즐기는 정통적인 연주회와 다르게 관객들이 자유롭게 바닥에 앉거나 서서 관람하는 클래식 공연으로, 1941년부터 퀸즈 홀에서 이곳으로 무대를 옮겨와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을 비롯해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손열음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곳의 핵심적인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2008년 4월 오픈한 노르웨이의 랜드마크입니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건축회사 스노헤타(Snohetta)가 설계했습니다. 이 회사는 화재로 사라졌던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프로젝트(2002년)에서 ‘지중해에 반쯤 잠긴 태양’이라는 콘셉트를 제안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곳으로,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에도 지역적 특색을 살린 콘셉트 ‘눈에 덥힌 노르웨이의 산과 피오르’를 제안했습니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차가운 설산과 빙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36,000장의 흰색 대리석 패널과 투명 유리를 사용했습니다. 깎아지른 빙식 지형을 살려 완만한 사선으로 지붕을 만들었는데요. 이 지붕을 사람들이 오르내릴 수 있는 여가 공간으로 조성해, 오슬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산책하고 일광욕을 즐기며, 겨울엔 아이들의 썰매장으로 변신합니다.
차가운 외관과 다르게 오페라하우스 내부는 따뜻한 목재를 이용해 마감했는데요. 노르웨이 전통 배를 만드는 장인이 직접 깎아 만든 계단, 발틱 오크를 사용한 벽, 그리고 15m 높이의 유리 창문으로 떨어지는 빛이 따사롭고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는 1/3이 바닷물에 잠긴 형태입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수심 12미터 바다의 공간에서 연주를 한다고 합니다.
1,350석의 메인 오디토리움, 400석의 공연실, 연습실 등 총 1,100개 공간이 마련된 이곳은 노르웨이 대성당 건립 이래 가장 큰 문화 시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2008년 세계 건축페스티벌 상, 2009년 유럽연합의 현대건축상인 ‘미스 반 데어 로에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천안문, 인민대회당 등 중국 전통 건축 사이에 외계 생명체가 살 것 같은 형상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베이징의 랜드마크가 있습니다. 2007년 오픈한 국가대극원입니다. 이곳은 샤를드골 공항을 설계해 이름을 알린 프랑스 출신 폴 앙드레가 설계했는데요. 인공 호수 위에 달걀을 눕힌 듯한 타원형 건물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건물은 20,000여 개의 티타늄판과 1,200여 개 유리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외관에 사용된 티타늄판과 흰색 유리는 특별한 산화 과정을 거친 소재로, 광택이 잘 날 뿐만 아니라 빗물이 유리 표면에 떨어져도 물 자국이 남지 않고 먼지가 잘 붙지 않아 15년간 일정한 색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인공호수를 이루는 물은 오래된 지하수로, 이 지하수는 부력을 만들어 건물을 지탱해줍니다. 건물 설계 당시 물의 온도를 0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지하수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사계절 내내 호수가 얼지 않도록 해 방문객은 항상 호숫물에 반사되는 건축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대극원은 이 인공호수 밑으로 조성된 지하 80m의 수중터널을 지나야 실내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터널은 투명한 천장으로 되어 있어, 관객들에게 물 위의 하늘과 구름을 보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재 2,416석의 오페라하우스, 2017석의 콘서트홀, 1040석의 드라마센터 총 3개의 메인 극장을 운영하며, 465석의 다목적 극장과 제5공간으로 불리는 열린 무대, 전시실, 도서자료센터, 기자회견장, 기념품점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