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위키: 철도 #9Q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열차 레일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
여름철 폭염은 열차의 안전 운행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레일에 열팽창이 발생해 선로가 휘어지거나 어긋나게 되고, 이로 인해 열차 운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최악의 경우 탈선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철도공사는 레일의 온도가 55℃ 이상이 되면 열차 운행 속도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운전취급규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요 선로에 설치된 자동살수장치를 이용해 수시로 살수 작업을 진행하거나 하얀색 차열성 페인트를 취약 선로에 집중적으로 도포하는 등 레일 온도 상승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철도공사
30도를 웃도는 날씨, 숨막히는 더위가 연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구가열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전 세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폭염과 홍수 등의 극단적인 자연재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철도 관련 시설물은 물론, 철도 운영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얼마 전에도 폭우로 인해 열차 운행이 정지되기도 했죠.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이번 여름, 안전한 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폭염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그럼, 이런 여름철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날이면 열차의 서행운전으로 인해 도착 시간이 지연됐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이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정하고 있는 운전취급규정 때문인데요. 온도가 높아지면 레일의 주성분인 철이 태양열을 받으며 뜨겁게 달궈져 열팽창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선로가 휘어지거나 어긋나는 ‘장출 현상’으로 이어져 열차 운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탈선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운행 속도에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보통 35℃ 이상의 폭염이 발생하거나 레일 온도가 55℃를 넘으면 일부 구간에서 속도를 줄여 운행하게 되는데요. 일반 열차의 경우 레일 온도가 55℃ 이상 60℃ 미만일 시에는 주의 운전을, 60℃ 이상 64℃ 미만일 시에는 시속 60km 이하로 서행 운전을, 64℃ 이상이면 열차의 운행을 전면 중지해야 합니다. 평균 속도가 시속 250~300km에 달하는 고속열차 역시 레일 온도가 55℃를 초과할 경우에는 230㎞ 이하로 서행 운전해야 하고, 64℃ 이상이면 일반 열차와 마찬가지로 운행을 중지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일반열차와 고속열차 규정에 차이를 두는 이유는, 각 열차가 이용하는 레일의 구조적 차이 때문입니다. 흔히 이용하는 광역 철도나 일반 열차는 25m 길이의 레일을 사용하고 있으며, 레일과 레일 사이에 약간의 간격을 두고 이음매로 이를 연결합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레일이 팽창하는 현상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인 셈이죠. 그런데, 이음매 구간이 많아지면 승차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열차 고장이나 선로 훼손도 빨라져 유지보수 비용 역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KTX나 SRT 같은 고속철도에서는 25m짜리 짧은 레일 대신 200m 이상, 최대 2km에 달하는 장대 레일을 사용하는데요. 그만큼 열팽창 등의 상황에는 취약할 수 있는 구조라 운행 속도에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일반 레일보다 밀도가 높은 고탄소강으로 장대 레일을 제작해 온도 변화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충격음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레일의 팽창은 완화시켜주는 신축 이음매를 도입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름철 폭염에 맞서는 방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불볕 더위가 이어지는 시간대에 맞춰 레일의 적정한 온도 관리를 위해 선로에 물을 뿌리는 살수 작업 등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예전에는 사람이 호스를 가지고 물을 뿌렸다면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이용해 레일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주는 ‘스마트 선로관리 시스템’을 도입, 주요 선로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형태의 자동살수장치와 연동하여 필요 시 수시로 살수 작업이 가능한 자동화 체계를 갖췄습니다. 현재 레일 온도가 48℃를 넘으면 고속철도 전 구간에 걸쳐 설치되어 있는 457개의 자동살수장치가 즉각 가동됨으로써 열차 지연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선제적으로 하얀색 차열성 페인트를 선로에 도포하는 유지보수 작업을 통해 레일 온도 상승을 예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차열성 페인트는 외부 열기를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폭염으로 인한 레일의 온도 상승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고, 열에 의해 발생하는 장출 현상 역시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레일 온도를 최대 6.4도까지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차열성 페인트는 주로 지형의 특성상 통풍이 잘 되지 않거나 일조량이 많은 지점, 또는 교량이 시작되는 지점, 곡선 구간 등 취약 선로로 설정된 곳에 도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