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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품은 도시의 풍경

2025-01-07

상하이,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인 건축을 품은 도시의 풍경

인구 2,500만 명이 거주하는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上海)는 경제와 물류, 금융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현대 건축을 상징하는 초고층 빌딩과 과거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고전적 스타일의 서양식 건축물들이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 경관을 연출하고 있는 덕분에 ‘동양의 뉴욕’ 또는 ‘동방의 파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시아 최대의 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특히, 황푸강(黄浦江)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유럽식 석조 건축물로 가득한 와이탄(外灘)이, 동쪽에는 동방명주와 상하이타워 등의 수많은 마천루를 품은 푸동신구(浦東新區)가 상하이의 매력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사무소들의 글로벌 아지트, 상하이

상하이는 글로벌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현재 9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지사들이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허브로서 상하이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접근과 관련 제도 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상하이를 선택한 기업들 중에는 다수의 유명 건축사무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1990년대 이후 중국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하이 푸동(Pudong) 지구 개발사업 등에 전 세계의 자본이 몰려들게 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무렵 중국 내 개발사업과 관련해 건축 및 설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목적으로 해외 건축사무소의 중국 진출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의 아시아 건축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 많은 글로벌 건축사무소들이 거점 마련을 위해 상하이에 아시아 본부 및 지사들을 설립하며 성장과 확장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겐슬러(Gensler)와 콘 페더슨 폭스(KPF: Kohn Pedersen Fox Associates), SOM(Skidmore, Owings & Merrill), 영국의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와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프랑스의 아틀리에 장 누벨(Ateliers Jean Nouvel), 일본의 쿠마 켄고 앤드 어소시에이츠(Kengo Kuma & Associates), 네덜란드의 MVRDV, 유엔 스튜디오(UNStudio)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그간 중국 내 도시 곳곳에서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대형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얻어왔는데요. 대부분 현상공모 형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상공모의 경우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과 인지도를 자랑하는 해외 유명 건축가나 건축사무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공모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후에도 시간과 비용의 절약 그리고 투자자 및 건축주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본사(혹은 지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또,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국제사회에 개방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건축사무소들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와 참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상하이는 오랜 시간 건축가들의 모험과 도전, 건축적인 실험을 응원해온 건축의 도시입니다.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최근 상하이는 건축가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예술적인 감각으로 탄생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시안(西安)을, 현재를 보려면 베이징(北京)을, 그리고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上海)를 보라’는 말처럼, 가장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 상하이에서 건축적 상상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 사무소들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아름다움,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

2025년을 맞아 상하이에는 또 하나의 놀라운 건축물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와 금융의 중심 상하이를 문화예술적으로도 세계의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추진된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Shanghai Grand Opera House)가 드디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통 공연은 물론 오페라, 콘서트, 클래식 공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될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건축사무소 스뇌헤타(Snøhetta)가 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되어 설계를 진행했는데요. 건물 전체가 커다란 부채를 활짝 펼친 듯한 나선형 지붕의 형상을 하고 있어 설계안이 공개된 당시부터 건축계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는 ‘역동성(Movement)’입니다. 춤을 추는 인간의 몸이 가진 활력과 열정이 곳곳에서 느껴지는가 하면, 소용돌이 치며 하늘로 향하고 있는 방사형 계단은 피아노 건반 또는 오선지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물합니다. 이렇게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나선형의 계단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도시의 경관과 황푸 강변의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야외 공연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루프탑, 최첨단 음향 시설을 갖춘 2,000석 규모의 대극장, 그리고 이보다 조금 작은 1,2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비롯해 건물 내부에는 레스토랑과 갤러리, 교육센터, 도서관, 작은 영화관 등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공연장 내부와 갤러리 바닥에는 뛰어난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참나무를 사용했으며, 로비와 홀 등의 내부 마감재로 붉은 톤의 부드러운 실크 소재를 사용한 것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이처럼 상하이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Oslo Opera House)를 비롯해 호주의 퀸즐랜드 공연예술센터(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프랑스의 낭테르 아망디에 극장(Théâtre Nanterre-Amandiers), 캐나다의 이사벨 바더 공연예술센터(Isabel Bader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 그리고 2026년 준공 예정인 대한민국의 부산 오페라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전 세계에 수많은 공연예술 공간 설계를 진행해온 스뇌헤타의 경험과 노하우가 빚어낸 가장 파격적이고 놀라운 공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환생한 바빌론의 공중정원, 천안천수(1000 Trees)

현존하는 건축가 중 가장 대담하고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리고 있는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상하이에 두 가지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바로 전설 속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재현한 듯한 ‘천안천수(天安千树: 1000 Trees)’와 하프를 닮은 외관으로 더 유명한 ‘푸싱아트센터(Fosun Art Center)’인데요. 특히, 천안천수는 현재 헤더윅 스튜디오의 중국 사무소가 위치하고 있는 건물이기도 합니다.

먼저 400개의 공중 테라스에 1,000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천안천수는 2022년 오픈 이후부터 상하이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곳이 되었을 정도로 이미 상하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상하이의 예술특구인 모간산루(莫干山路) 50호 인근 쑤저우 강변에 자리하고 있으며, 갤러리와 호텔, 쇼핑몰, 레스토랑, 여가시설 등을 두루 갖춘 대형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중국의 황산에서 영향을 받은 만큼 멀리서 보면 도심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기둥에는 급수관과 우수관이 설치되어 있고, 토양의 수분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나무에 주는 물의 양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건물 전체에 심어진 1천 그루의 나무와 25,000여 개의 식물들로 인해 1년에 약 2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하니, 환경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측면에서도 도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죠. 이처럼 천안천수는 오랜 시간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에 자연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연구해온 토마스 헤더윅의 꾸준한 노력이 빚어낸 결과라 하겠습니다.

한편, 와이탄 금융센터(Bund Finance Centre Shanghai: BFC)에 위치하고 있는 푸싱아트센터는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로 토마스 헤더윅과 영국의 유명 건축사무소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했습니다.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는 중국의 전통 희곡 무대의 막에서 영감을 받아 형상화한 대나무 모양의 회전식 청동 파이프 커튼으로 뒤덮인 황금빛 파사드인데요.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음악에 맞춰 회전하며 이동하기 때문에 ‘춤추는 건물(Dancing Building)’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걷는 듯한 경이로운 순간, 상하이 천문관

상하이 남서쪽 링강(Lingang) 지역에 가면 SF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낯선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뉴욕과 상하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엔니드 아키텍츠(Ennead Architects)가 설계를 맡아 진행한 상하이 천문관(Shanghai Astronomy Museum)을 두고 하는 말인데요.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의 어느 시대에 불시착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우주의 본질과 신비로움을 건축에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천문관은 전체 면적이 무려 39,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문관이기도 합니다. 천체물리학의 난제 중 하나인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에서 영감을 받아 둥근 천장과 구체, 반전된 형태의 돔을 통해 복잡하고 불안정하면서도 역동적인 나선형의 궤도를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 세 가지 요소는 모두 지구에서 작용하는 천문학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공간적 장치로 적절히 활용됩니다. 다시 말해 태양과 달, 별을 추적하는 장치로서의 기능을 각 공간에 부여한 것인데요. 이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시간의 개념이 머나먼 천체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직선이나 직각을 완전히 배제하고 건물 전체를 둥근 곡선으로만 설계한 점과, 거대한 구 안에 위치한 천체 투영관을 무중력 상태의 우주로 보여질 수 있도록 공중에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설계한 점이 인상적인데요. 천문관 내부는 우주의 역사와 중국의 천문학의 역사를 주제로 한 상설 전시를 비롯해 기타 임시 전시를 위한 갤러리와 디지털 스카이 상영관, 광학 천문관, 아이맥스 극장, 교육연구센터, 24m 태양 망원경, 청소년 관찰 캠프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관람객들 누구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전된 돔 형태의 지붕은 장대하게 펼쳐진 상하이의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공간인데요. 천문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곳으로, 이곳 루프탑에서 무수한 별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밤하늘과 마주하며 우주의 신비를 한번 더 경험하길 바라는 건축가의 진심이 담겨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상하이 천문관은 중국 천문학의 오랜 역사와 미래를 연결한다는 상징성과 함께, 천문관의 규모와 형태, 시간의 경과에 따른 빛의 변화를 통해 마냥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우주를 보다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존재로 인식하고 교감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목적이 완벽하게 부합하는 건축물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