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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파빌리온

2025-05-08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파빌리온

지난 4월 13일 일본 오사카 서쪽에 위치한 인공섬 ‘유메시마((夢洲)’에서 전 세계 158개국, 7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2025 오사카·간사이 국제박람회(이하 오사카 엑스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는 10월 13일까지 총 6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엑스포는 각국을 대표하는 혁신적인 기술과 문화, 실험적 디자인 등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오사카 엑스포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건축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완성된 각국의 파빌리온입니다.

여기에는 생명 존중의 미래, 그리고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들이 담겨있는데요. 세계적인 건축거장들이 대거 설계에 참여한 것은 물론, 새로운 미래의 공간들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구현하거나 또는 전통 건축의 토대 위에 첨단의 기술을 입히고, 재생 가능한 건축 자재들을 사용해 기술과 문화,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고, 각 나라의 서로 다른 정체성을 건축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2025 오사카 엑스포의 대표적인 파빌리온을 소개합니다.

 

끝없이 순환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랜드 링

2025 오사카 엑스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랜드 링((Grand Ring)은 지름 615m, 높이 20m, 둘레가 무려 2km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의 원형 목조건축물입니다. 이미 지난 3월 세계 최대 목조건축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Fujimoto Sou)가 설계를 맡았습니다. 여기서 링은 끝없이 순환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로 연결하는 개념을 반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주제와도 분명하게 맥이 닿아있는 부분입니다.

그랜드 링은 못이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수평 방향으로 끼워 맞추는 일본의 전통 건축기법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환경에 따른 수축과 팽창을 견디는 것은 물론, 해체나 재조립까지 용이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류가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해온 전통적인 재료인 목재와 새로운 건축 구조 기술의 결합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랜드 링은 엑스포가 열리는 행사장 대부분을 개방형 외벽이 둥글게 감싸고 있으면서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공간들을 연결해주는 관문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나 햇빛을 피해 이동할 수 있는 쾌적한 산책로이자, 원형 지붕 위를 걸으며 주변을 둘러싼 바다와 행사장 전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인 그랜드 링은 오사카 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비눗방울을 닮은 다섯 개의 초경량 ETFE 구체의 향연, 스위스관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국가관들 가운데, 가장 가벼우면서도 공중에 떠있는 공처럼 보이는 구형의 외관을 선택한 스위스관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위스 바젤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누엘 헤르츠 아키텍츠(Manuel Herz Architects)가 설계한 획기적인 디자인의 파빌리온으로, 일반 건축물의 1%에 불과한 매우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데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 ETFE 폴리머라고 하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다섯 개의 구체 형태를 완성하고, 각 구체의 무게는 400kg을 넘지 않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건물을 짓는 과정이나 운송 중에 발생하는 탄소 배출 역시 크게 줄임으로써 이번 엑스포에서 생태 발자국(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소비하는 자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을 토지 면적으로 환산한 환경 지표)이 가장 작은 전시관으로 꼽힙니다.

출처: https://www.manuelherz.com/osaka

비눗방울을 닮은 하얀 구체들로 연출된 스위스관은 마치 각각의 독립된 우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자연과 혁신 기술의 융합을 표현하기 위해 전시관 주변에 수국, 배롱나무, 나팔꽃 등의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 구조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으며, 다른 한편으론 이들 식물이 가진 무게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위스관의 주제인 ‘하이디에서 하이테크까지(From Heidi to High-Tech)’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알프스의 자연을 품은 스위스 고유의 정체성과 함께 AI와 생명공학, 우주과학 기술 등의 미래산업을 이끄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완벽한 전시공간이자,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는 경쾌하고 개방감 넘치는 미래형 건축의 모델로서도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바다와 항해의 역사를 건축적 언어로 풀어낸 쿠마 켄고, 카타르관·포르투갈관

한편, 일본이 배출한 세계적인 건축거장 쿠마 켄고(Kuma Kengo)는 이번 오사카 엑스포에서 카타르와 포르투갈 두 곳의 파빌리온 설계를 동시에 맡아 진행했습니다. 우연하게도 두 나라 모두 오랜 해양 역사와 관련된 상징적 이미지들을 건축으로 풀어내고자 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먼저, 카타르관의 경우 아랍권의 전통 선박인 도우(Dhow)에서 영감을 받아 하얀 돛을 연상케 하는 직물 소재의 외피가 내부의 고요한 목조 건축물을 감싸 안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또한, 카타르관 주변에 조성된 수경 장식으로 인해 마치 잔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돛단배 같은 서정적 아름다움까지 선사하고 있는데요. 이는 카타르의 해양 역사와 항해 문화는 물론, 카타르와 일본 양국의 문화 융합과 교류 협력을 상징하는 건축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츌처: https://kkaa.co.jp/en/project/expo-2025-qatar-pavilion/

반면 포르투갈관은 ‘바다: 푸른 대화’라는 주제 하에 관람객들에게 생명의 자원이자 무한한 지속가능성을 가진 바다를 파빌리온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제대로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재활용 로프와 어망을 활용한 유연하고 역동적인 파사드가 눈길을 끄는데요. 바다의 움직임에서 영감은 받아 완성된 작품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독특한 외관과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상단의 공간 구조가 시각적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와 더불어 포르투갈의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항해 정신과, 바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역동성을 건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한 쿠마 켄고의 해석과 의도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Expo Osaka 2025 Portugal Pavilio © AICEP, E.P.E

 

사막 위의 길처럼 이어지는 비정형 마을의 낯선 풍경, 사우디 아라비아관

사우디 아라비아는 하나의 상징적인 구조물 형태가 아닌 여러 개의 비정형 구조물들이 모여 형성된 군집형 파빌리온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 형태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전통 도시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관람객들에게 사우디 아라비아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전달하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공간적 경험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를 담당한 사우디 아라비아관은 얼핏 보면 사막 위에 건설된 미래도시 속 작은 마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각기 다른 형태를 한 비정형 건물들이 길처럼 이어져있어 실제 마을을 걷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 The Saudi Pavilion at Expo 2025 Osaka, Kansai, Japan

건물의 외관은 경량화된 저탄소 석재와 철골 프레임 등을 사용했고, 모듈형 구조로 설계되어 엑스포가 종료된 후에도 효율적인 해체와 재조립, 완전한 재구성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마을 중앙에는 자생 식물이 식재된 녹지 광장을 조성해 기후 변화에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자연풍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해 여름에는 서쪽에서 시원한 바람을 내부로 유입하고, 겨울에는 북쪽에서 부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등의 적극적인 기후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공간 전체가 거대한 미디어 연출의 무대가 되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관람객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감성적이고 서사적인 체험 공간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북유럽 5개국이 제안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 만들기, 노르딕 파빌리온

덴마크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아이슬란드까지 5개의 북유럽 국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노르딕 파빌리온(Nordic Pavilion)은 시대를 초월하는 지속가능성과 순환 디자인 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리몬드 아키텍츠(Rimond Architects)가 설계를 맡아 진행했으며, 총 면적 1,200m², 높이 17m에 달하는 목조 구조물의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노르딕 파빌리온의 핵심은 북유럽 국가들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디자인, 신뢰와 혁신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를 위해 산림 관리 인증을 받은 목재 패널로 외관을 짓고, 북유럽 전통의 목재 보존 기법에서 착안한 천연 오일과 안료로 마감을 진행하는 등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자연과의 공존’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expo2025.or.jp/en/official-participant/sweden/

또한, 노르딕 파빌리온은 북유럽의 문화적, 경제적 구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목재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다양한 활용가치를 반영한 선택이기도 한데요. 이와 같은 의식적인 자재 선택은 자원 순환과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인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자 파빌리온을 방문한 이들에게 북유럽의 전통과 현대를 모두 경험하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마치 울창한 숲 속에 들어온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짙은 색의 외관은 현재의 심각한 기후 위기적 상황을 반영한 디자인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파빌리온 전체가 분해와 재활용이 용이한 순환 설계의 방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된 자재들은 향후 호텔과 학교, 기차역, 도서관 등에서 재사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미래사회를 구현한 실험적 공간, 시그니처 파빌리온

한편,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메인 테마 프로젝트인 ‘시그니처 파빌리온’은 영화와 음악, 미술, 문학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대표 전문가들이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건축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8개의 특별 전시관입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가와세 나오미를 비롯해 미디어 아티스트 오치아이 요이치 등이 참여했습니다. 각각의 파빌리온은 노래와 동작, 침묵 등 저마다의 건축 언어로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있는데요. 현실과 가상을 결합한 다양하고 놀라운 경험들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생명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총 8개의 시그니처 파빌리온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Better Co-Being’은 ‘생명의 공명(Resonance of Lives)’이라는 주제 하에 201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그룹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가 설계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Better Co-Being은 지붕도 벽도 없는 열린 공간에, 11m 높이의 공중에는 금속 그리드 캐노피로 채워진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공기처럼 가볍고 투명한 건축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빛과 바람, 비, 안개 등의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장치들이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설치되어 있는데요. 특히, 땅속에서 뿜어내는 안개와 기상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파빌리온 내 빛의 궤적, 머리 위로 실제 무지개가 떠오르는 풍경 등은 관람객의 숨은 감각을 깨우는 것은 물론, 자연과의 연결성을 스스로 발견하는 뜻 깊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밖에도 풍부한 음악적 유산을 건축으로 표현하기 위해 총 길이 91m, 너비 4.3m에 이르는 거대한 악보 모양의 나선형 구조물을 설치한 오스트리아관, 구릿빛 나선형 계단을 중심으로 끊어지지 않는 인연과 연결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프랑스관, 공중에 매달려있는 반투명 큐브와 두 개의 삼각형 구조물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관 등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이번 오사카 엑스포에 3,501㎡의 부지에 대규모 파빌리온을 조성했는데요. 건축 요소는 최소화하되 높이 10m, 폭 27m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여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문화유산, 첨단기술 등의 내용을 담은 짧은 영상들을 번갈아 상영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시각적 몰입감과 감정적 여운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사카엑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