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인해 남극의 턱끈펭귄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뉴스를 보신 적 있나요? 턱끈펭귄 터전의 얼음이 녹고 크릴이 남획되면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건데요.

아프리카 가봉에서는 농장과 목장의 확대로 숲을 유지하며 씨앗을 퍼트려주는 둥근퀴코끼리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한편, 태평양 연어는 바다와 산란하는 강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중요한 어종이자 생태계의 지표인데요. 미국 서부에서 연어들이 산란지를 잃고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실 동물의 멸종 위기는 단순히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서 우리에게도 큰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24년 세계자연기금(WWF)이 펴낸 ≪2024년 지구생명보고서≫에는 ‘1970년~ 2020년 사이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은 평균 73%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69% 감소했다는 2022년 보고서와 비교해보면 생태계는 더욱 악화된 것인데요. 특히 담수생태계는 85%나 줄어들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육상은 69%, 해양은 56% 감소했습니다.

출처: WWF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인류가 직면한 ‘6차 대멸종’의 전조로 해석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멸종을 비교해보면 지난 5번의 대멸종은 수천만 년의 긴 시간에 걸쳐 자연적으로 발생했지만, 이번 현상은 인류의 활동과 기후변화로 불과 100여 년 만에 가속화되었다는 게 특징인데요. 현재 종의 멸종 속도는 과거보다 100~1,000배 빠르다고 분석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속도라면 2200년경에는 양서류 40%, 조류 13%, 포유류의 25%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동물 멸종 위기는 단순한 종 개체 수 감소 문제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신호입니다. 단순히 생명 존중 차원을 넘어 동물과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지속가능성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생태계를 피라미드형 먹이사슬로 인식하는데요. 사실 수많은 종이 서로 얽혀 있는 ‘그물망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한 종이 감소하거나 사라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종에 영향을 주면서 생태계 균형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달’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난 100년간 해달 개체수가 줄자 해달의 먹이였던 성게가 폭발적으로 개체수를 늘렸고, 많은 성게는 다시마 숲을 갉아먹어 80%나 감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다시 어류 감소와 연안 어업 붕괴로 이어지며 인간의 생계에도 타격을 주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입니다. 20세기 초 가축 피해를 이유로 늑대를 포획하자 엘크 개체수가 급증하고 강변 식생이 파괴되었습니다. 강변에 살던 비버와 물고기는 서식지를 잃으며 개체수가 감소했고, 이 지역의 생태계는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두 사례 모두 비영리환경단체와 환경 보호 프로젝트 등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동물 한 종만 사라져도 연쇄적으로 그 지역의 모든 생물이 영향을 받고 생태계가 위협받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인간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방어막 역할을 하는데요. 지구의 생명체 종이 다양할수록, 바이러스는 효율적인 숙주뿐만 아니라 병원체 증폭 능력이 낮은 비효율적인 숙주까지 두루 확보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병원체가 비효율적 숙주에게 희석되어 생태계 내 전체적인 바이러스 밀도와 확산 위험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다양성이 붕괴되면 환경 변화에 취약한 종이 사라지고, 특정 종만 우세해지며 감염병 발생 위험이 급증하게 됩니다.
이를 증명하는 연구들도 나오는데요. 미국 노르트담대 제인슨 로어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생물 다양성 손실은 감염병 발생 위험을 무려 857%나 증가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마존의 삼림 10%가 사라질 때마다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약 3.3%씩 높아진다는 연구, 설치류의 다양성이 줄자 특정 쥐가 매개하는 한타바이러스 감염률이 급증한 연구 결과 등도 이를 뒷받침하죠.

한편, 동식물은 소중한 의학 자원이 되기도 하는데요. 고혈압 치료제인 캅토프릴은 브라질산 살무사 독에서 추출한 성분을 토대로, 진통제 지코노타이드는 바다달팽이의 한 종류인 청자고둥의 독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항암제 택솔은 주목나무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키니네는 퀴나나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외에도 토양 속 세균에서 결핵 치료제가 탄생했는데요. 실제로 신약 후보의 80%가 자연에서 유래하거나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즉 다양한 생물 보호는 인류 건강과 생존 기반을 지키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멸종 위기 극복과 생태계 기능 회복을 위해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리와일딩(Rewilding)입니다. 리와일딩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다시 불러들여 끊어진 먹이사슬을 복원하고 생태계를 회복하게 하는 전략인데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리와일딩 실행을 위한 10대 원칙을 제시하며 단순 보전을 넘어 생태계가 스스로 균형을 되찾도록 적극 개입하는 방식을 강조합니다.
유럽에서는 2011년부터 ‘리와일딩 유럽(Rewilding Europe)’이라는 이니셔티브가 활동 중입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스페인 이베리아 고원에서 원시림 264ha을 보호하고 흑독수리를 자연으로 되돌려 보냈으며, 불가리아 로도페 산맥에는 10년동안 붉은 사슴, 유럽 들소 등 초식동물 수백 마리를 방사했습니다. 특히 루마니아 지역에서는 들소 170마리를 방사했는데요. 그 결과, 초원지대의 탄소 흡수량이 9.8배 증가하며 매년 미국 자동차 43,000대가 대기에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이는 대형 초식동물이 풀을 먹고 배설해 토양을 단단히 만들어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국제사회도 멸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멸종 위기종 복원을 위한 협약들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먼저, ‘TX2 이니셔티브’가 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20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호랑이 정상회의에서 호랑이 서식지를 보유한 13개 국이 밀렵,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호랑이 개체 수를 2022년까지 2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를 담은 공동결의안을 채택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2년간 노력했는데요. 그중 네팔은 2022년 13년만에 호랑이 수를 121마리에서 355마리로 2배 이상 늘리는 성과를 거두며, 노력을 통해 호랑이 개체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다른 글로벌 협약으로는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진행된 지구 정상 회담에서 채택한 생물다양성협약(이하 CBD)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생물다양성의 보전, 지속가능한 이용, 그리고 생물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목표로 하며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으며, 2022년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 지역으로 지정 및 관리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는 30X30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를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이라고 하는데요. GBF는 2025년과 2030년까지 달성할 지원 규모 목표도 설정했지만, 아쉽게도 첫번째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협력과 효율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세계 최대의 지방정부 네트워크인 이클레이(ICLEI)는 2024년 제14차 유엔이동성야생동물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이동성 야생물 보전을 위한 도시 이니셔티브인 ‘생명의여정(Journeys for Life)’을 발족했는데요. 이 이니셔티브는 철새, 나비, 고래, 표범 등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성 야생물의 이동경로에 있는 도시들이 연결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경기도 연천군은 임진강생물권보전지역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FNS 서식지로 지정되어 이 이니셔티브의 모범 사례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전곡 습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산업체, 국내외 NGO, 연천군청이 협력해 자연기반해법으로 습지를 복원하고 있으며, 청소년 특별세션을 통해 지역학생들이 유네스코 지정지역과 철새 보전의 가치를 이해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40여 개국에서 생물다양성 재정 분석 및 전략 실행 지원,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 방안 등 경제성 관점에서 지원 및 관리하는 유엔개발기획(UNDP)의 BIOFIN(Biodiversity Finance Initiative), 생물다양성 평가를 위한 국제적 기준과 도구를 개발하는 국제자연보전연맹 등 여러 이니셔티브와 활동을 통해 동물 보호와 생태계 지속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21세기 신종감염병을 경험하고,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먹거리가 감소하고 폭염, 폭우, 한파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까지 지속가능성을 잃어가는 지구. 멸종 위기종,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은 멸종을 막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인류의 지속가능성까지 지키는 일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