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볼매’ 여행지들이 있습니다. 청주와 세종은 후자에 속하는데요. 인기 여행지로 단번에 꼽히는 지역은 아니지만 의외의 볼거리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풍경이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 평화로운 순간을 잊지 못해 다른 계절이 궁금해지고, 그렇게 서너 번 찾다 보면 이 소박하고 다정한 도시에 마음을 뺏기게 됩니다.
대통령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때부터 전국 곳곳에 대통령 별장이 운영됐는데,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 모두 없애고 한 곳만 남겼습니다. 바로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던 청남대인데요. 청남대를 처음 지은 건 제5공화국, 그러니까 전두환 대통령 때입니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여했던 그는 일대 풍경을 보고 당시 ‘섯밭’으로 불리던 마을을 사들여 대통령 전용 별장을 만들었습니다. 무려 2만 9,000여 평에 이르는 대지에 낚시터와 3홀 규모 골프장, 25m 길이 수영장, 테니스장, 헬기장 등의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대통령이 머무는 곳이다 보니 반경 6km까지 접근은 물론 촬영도 금지됐습니다. 대통령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나면 새로운 정국 구상이나 결단이 나와 ‘청남대 구상’이란 정치용어가 생기기도 했죠.
오랜 세월 대통령만을 위해 존재했던 청남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 덕분입니다. 경호와 각종 규제로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을 위해 청남대 개방을 지시, 관리권이 충청북도로 이양됐습니다. 이제 대통령 전용공간이었던 본관은 물론 산책 시 휴게실로 사용했던 그늘집까지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골프장은 방문객들을 위한 공원으로 바뀌었고, 역대 대통령들이 정국을 구상하며 걷던 길은 화합과 통일, 민주화의 길이란 란 이름을 붙여 사계절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청와대 본관을 60% 사이즈로 재현한 대통령기념관에선 현대사의 다양한 기록을 살펴보고 직접 대통령이 되어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봄꽃과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사랑받게 됐습니다.
청주 동북쪽과 청원군의 경계를 이루는 상당산 위를 두른 상당산성은 충북을 대표하는 산성으로 꼽힙니다. 삼국시대 청주는 백제 상당현에 속했는데, 그 시절부터 여기에 토성을 쌓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도 이곳에 관리와 군사가 주둔했음을 알 수 있는 기와도 발견됐는데요. 현재 남아 있는 성곽은 대부분 조선시대에 개축한 것으로, 임진왜란을 비롯해 다양한 역사의 현장입니다. 상당산성의 정문 격인 남문은 안쪽에 옹벽을 세우고 근처에 치성 세 곳을 두었는데, 이는 적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건축적 요소입니다.
한때 수백 명의 군사가 주둔했던 산성 내부는 이제 드넓은 잔디밭으로 바뀌어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성곽길은 산책을 즐기기 더없이 좋고, 햇살 따스한 날이면 삼삼오오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로 싱그러운 풍경을 연출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소문나면서 청주여행 필수코스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종특별자치시로 불리는, 과거 연기군에 특별한 동물원이 있었습니다. 설립자가 주말마다 내려와 가꾸기를 50여 년, 구석구석 살가운 손길로 채워진 동물원은 눈길 닿는 곳마다 애정이 묻어납니다. 과거에는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아갔지만 지금은 세종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장했죠.
2009년 처음 문을 연 베어트리파크는 그 이름처럼 동물원과 식물원이 함께 어우러진 형태였으나, 수백 마리로 늘어난 반달곰과 불곰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입구에 자리한 연못에는 고운 빛깔의 비단잉어가 떼를 지어 유영하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꽃사슴과 공작새, 원앙도 만날 수 있고, 신기한 모양의 나무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2,000년이 넘었다는 편백나무 뿌리를 비롯해 기이하게 뒤틀린 향나무, 사람 모양을 닮은 소나무 등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서 있습니다. 10만 평에 이르는 베어트리파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놓치긴 아쉽습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위해 반려식물 심기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종호수공원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 인공호수입니다. 축구장 62개를 합쳐 놓은 크기죠. 무대섬, 축제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으로 테마도 다양합니다. 호수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축물이 무대섬인데요. 갖가지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670석 규모입니다. 평소엔 호수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전망대이자 쉼터가 되어줍니다.
물놀이섬에서는 모래놀이와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호수에서 웬 모래놀이인가 싶겠지만 가장자리에 모래톱을 만들어 마치 바닷가에 온 것처럼 즐깁니다. 매년 5월부터 9월까지는 딩기나 수상스키, 서핑도 체험할 수 있고요. 바람이 상쾌한날에는 공공자전거를 빌려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공원 한쪽에 오토캠핑장이 자리해 하룻밤 도심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낭만도 가능합니다. 일몰 후 화려한 야경도 볼만 합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의 세종, 청주에는 삼표그룹 각 계열사 사업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