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된다”고 했던가요. 일제강점기 약탈의 흔적은 군산의 생생한 기록이자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됐습니다. 이 특별한 시간여행지를 천천히 걷다 보면 군산만이 지닌 든든한 힘을 발견하게 됩니다. 군산에서 만난 오래된 것들이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조선시대 군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서 거둬들인 세곡이 모이는 조창(漕倉)이 설치될 만큼 경제적 요충지였습니다. 1899년 군산항이 개항할 무렵엔 국제무역항으로 황금빛 미래도 꿈꾸기도 했죠.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도 군산은 화려한 근대도시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가 도래하며 군산은 식민지 수탈의 근거지로 왜곡된 성장을 겪게 됩니다.
이처럼 박물관의 로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대륙진출의 정략적인 목적으로 건설됐던 어청도 등대가 우리를 반깁니다. 3층 근대생활관에는 1,200만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던 구마모토농장의 토지목록을 비롯해 창씨개명 호적원부 등 당시 일본의 수탈과 탄압을 짐작해볼 수 있는 자료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 군산의 다양한 풍경도 재현되어 있는데요. 군산 최고의 번화가였다는 영동상가 맞은편에는 산비탈로 쫓겨난 도시빈민들이 거주하던 토막집이 자리해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소설 <탁류>에서 ‘미두장’으로 표현된 미곡취인소도 눈에 띕니다. 칠판에 적힌 당시 미곡시세현황을 보면 곡식을 사고팔면서 생기는 시세차익을 노린 미두가 성행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일본의 대규모 수탈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만큼 군산의 독립운동은 특별히 거세고 뜨거웠는데요. 2층 독립영웅관은 군산에서 이뤄진 호남 최초의 3·1만세운동과 악질적인 일본인 농장을 대상으로 벌인 옥구농민 항일항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의 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아이들과 함께라면 느낀 바를 이야기해보는것도 좋겠습니다.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한 일본식 사찰입니다. 1913년 일본인 승려 우치다가 금강사란 이름으로 처음 창건했고, 광복 이후 동국사로 이름을 바꾸긴 했으나 팔작지붕 홑처마에 장식이 없는 에도시대 건축양식은 그대로 보전되어 있습니다.
동국사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찰 내 자리한 평화소녀상입니다. 군산시민은 물론 일본인들까지 성금을 모아 지난 2015년 건립된 평화소녀상 뒤로는 2012년에 세워졌다는 참사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참사비에는 일본 승려 주도로 일제강점기의 잘못을 참회하는 내용이 쓰여있습니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 동국사로 향하는 길에는 말랭이마을도 자리합니다. 말랭이는 산비탈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으로, 달동네란 의미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군산으로 밀려온 피난민들은 이 일대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죠. 산비탈 마을은 젊은이들이 하나 둘 떠나가면서 겨우 50여 세대만 남았지만, 예술가들이 정착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말랭이마을에 7팀의 예술가가 거주하며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이곳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빈집을 활용해 소리공간, 추억전시관, 동네책방 등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말랭이마을부터 수제맥주체험관인 군산비어포트까지는 야간관광 명소로 소개되어 있는 군산의 달빛산책 코스이기도 한데요. 여행자와 여행지를 연결하는 시간여행카페는 관광객들에게 휴게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잠시 쉬어가도 좋습니다.
군산하면 고군산군도로 불리는 섬 여행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 중에서도 신선이 노니는 섬이란 의미의 선유도는 그 이름만큼이나 빼어난 절경 덕분에 서해안 최고 피서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활처럼 휘어진 백사장은 곱디고운 모래로 가득하고, 100여 미터를 걸어 나가도 허리춤에서 찰랑이는 바다는 차라리 호수처럼 느껴질 만큼 고요합니다. 해변 끝자락에는 웅장한 바위 봉우리가 솟아 더욱 이채로운 풍경을 빚어냅니다. 그림 같은 해안선 위를 아찔하게 나는 집라인과 섬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바이크도 대여하고 있으니 색다른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도 그만입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선유도는 고려시대 수도 개경으로 향하는 세곡선들이 쉬어가는 곳이자, 조선시대엔 이 작은 섬에 수군만호영이 설치될 만큼 군사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당시 군산도로 불리던 이곳은 수군진영이 지금의 영화동 일대로 옮겨가면서 옛 군산이란 의미의 고(古)군산으로 불렸습니다. 선유도란 그 낭만적인 이름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이란 점은 씁쓸함이 남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옛 군산, 진짜 군산이라는 것만큼은 변함없는 듯 합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의 군산에는 삼표그룹 각 계열사 사업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➊ 삼표시멘트 군산사업소
➋ 삼표레미콘 군산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