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얼음의 땅’이라 불리는 그린란드는 최근 지구의 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며 그린란드 자치령의 외교와 군사를 담당하는 덴마크와 갈등을 빚었고, 그린란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국토의 약 80%가 거대한 빙상으로 덮여 있는 이 땅을 둘러싸고 이권 다툼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북극 항로의 개척 가능성이 높아져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 개발의 잠재성까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린란드 빙상은 남극 다음으로 큰 세계 제2의 담수 저장고입니다. 국토 대부분을 덮고 있는 거대한 얼음층은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알베도 거울’이자 북대서양 해류 순환에 영향을 주어 지구 기후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그린란드에서는 해마다 수백 기가톤에 달하는 막대한 얼음이 사라지고 있으며, 빙하가 얇아지는 동시에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칼빙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24년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985년에서 2022년까지 37년간 5,091㎢의 빙상이 사라져 기존 추산보다 20% 더 많은 빙하가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그린란드 빙하는 매년 여름철을 거치며 계절적으로 약 193(± 25) ㎢의 면적이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빙하 중 하나인 스틴스트럽 빙하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빙하 전선이 약 7km 후퇴했으며 얼음 두께가 20%나 얇아졌습니다. 그 결과 방류량이 2배, 유속이 4배로 증가해 지구 해수면 상승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습니다.
북극의 온난화는 현재 전 지구 평균보다 약 4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더욱 문제입니다. 북극 온난화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평균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폭우, 폭풍과 같은 극한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키운다는 점입니다. 강력한 저기압과 폭우는 그린란드 곳곳에 홍수 위험성을 높이고, 해양 생물의 이동 경로와 서식지를 바꾸며, 어업과 사냥에 의존하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까지 위협합니다.
영국 리즈대 연구팀이 발표한 2024년 논문에 따르면 그린란드 습지는 30년 전보다 약 4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빙하와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암석이 드러나고 습지나 녹지로 변한 것인데요. 이때 얼음 안에 갇혀 있던 메탄,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에도 직간접적인 파장을 일으키는데, 얼음이 물러난 자리에 새로운 식생과 서식지가 생겨나는 한편, 한랭 또는 해양 환경에 적응해온 종들은 서식지를 잃고 북쪽으로 더 밀려나가며 생존의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그린란드 빙상에서 녹아 나온 대량의 담수가 북대서양 해류를 약화시키는 ‘기후 티핑 포인트(Climate Tipping Point)’를 건드릴 경우, 전 세계 기후대와 해양 환경이 연쇄적으로 바뀌며 수많은 종의 서식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때 지구를 식히는 제2의 담수 저장고이자 기후 안전판이었던 그린란드 빙상은 이제 물리적 붕괴와 온실가스 피드백, 생물다양성 위기를 동시에 드러내는 지구 시스템의 ‘경고등’이 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빙하의 감소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주며 현재의 그린란드 사태를 만들었는데요. 그 배경에는 풍부한 자원과 북극항로가 있습니다. 그린란드 빙하 아래에는 막대한 광물 자원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희토류’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풍력발전 설비, 반도체, 방산 산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필수적인 원자재라 전 세계는 희토류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해 다변화가 시급한 가운데, 그린란드에는 약 3,610만 톤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니켈 매장량 역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기관(GEUS)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질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그린란드 내 니켈 미탐사 자원은 약 19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리튬, 우라늄, 아연, 철광석, 구리, 금 등 다양한 광물 자원과 석유, 천연가스의 존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럽위원회가 지정한 34개 핵심 원자재 중 25개가 그린란드에서 발견될 만큼, 경제 안보를 지킬 원자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그린란드의 해빙 감소와 함께 북미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상 운송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는 크게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가는 ‘북동항로’와 캐나다-북극 군도를 통과하는 ‘북서항로’로 나뉘는데요. 두 항로 모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 경로보다 거리를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로테르담으로 갈 때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약 10,500해리를 항해하지만, 북동항로는 7,800~8,500해리로 거리를 대략 20~30%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북서항로 역시 거리를 대폭 줄여 운항 시간을 약 10일 정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료비를 최대 30%, 운송 비용을 최대 25%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2025년 9월 북동항로를 이용한 최초의 정기 상업 운항이 성공하면서 항로 개척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극한의 기후와 부족한 기반 시설은 물론, 심각한 환경 오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 3대 희토류 매장지인 크바네펠트 광산은 희토류와 우라늄이 섞여 있어, 방사성 폐기물이 식수원과 목초지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2021년 환경 보호를 내세운 이누이트 아타카티기트 당이 승리하며 우라늄 채굴 금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으나, 관련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또한,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던 얼음이 사라지면 파도나 폭풍이 거세져 선박 운항에 적합한 환경이 유지될지 미지수이며, 선박 증가가 북극 해양 생태계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그린란드는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북극 지역에서 운영하는 최북단 군사 기지인 피투피크 우주기지가 위치해 있어, 냉전시대부터 현재까지 북미 방공 및 우주 감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최근 북극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최초로 북극을 나토의 주요 안보 지역으로 명시하는 등 이곳을 핵심 거점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의 해빙 감소는 지역 사회의 생존 위기도 불러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어업과 사냥에 의존해온 이누이트족의 식량 확보가 매우 어려워진 것인데요.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의 92%가 기후변화를 믿으며, 76%는 그 영향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그린란드 최북단 도시 카나크에서는 겨울철 해빙이 형성되지 않아 어부와 사냥꾼들이 수개월간 바다나 얼음 위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항해조차 쉽지 않아 주민들은 사실상 고립되었고, 어획물을 팔 수 없게 된 현지 시장 상인들 역시 가족 부양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해빙 감소와 수온 상승으로 물개, 고래, 벨루가 등 주요 해양 포유류의 이동 패턴이 변하면서 전통적인 사냥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어부·사냥꾼 협회는 어획과 사냥이 어려워지면서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이들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 부족이 심각해 지역사회가 모금을 통해 피해 가정을 돕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그린란드 아동 대변인은 “곧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조차 없는 가정이 나올 수 있다”며 긴급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교통 인프라가 약화되면서 지역사회의 연결성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도시 간 도로가 거의 없는 그린란드에서는 오랜 기간 얼음 자체가 주요 교통망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해빙 형성 기간과 범위가 줄어들면서, 주요 운송 수단이었던 개썰매 이동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그린란드의 썰매개 개체수는 약 25,000마리에서 13,000마리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한때 5개월 이상 얼음 위를 달리던 썰매는 이제 연간 한 달 반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여기에 스노모빌로의 대체, 사료비 상승, 전염병까지 겹치면서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개썰매–해빙 도로’라는 전통 교통 인프라와 문화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습니다.
빙하 융해로 인한 홍수는 기존 도로나 교량을 파괴하고, 항구의 수심 변화를 일으켜 선박 운항을 어렵게 만들어 지역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이러한 인프라 취약성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식료품과 연료 공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어, 소규모 정착지들은 심각한 식량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이 같은 기후변화는 이누이트족의 정신 건강과 정체성에도 큰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생활 방식의 붕괴, 식량 불안, 경제적 어려움이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지역 주민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빙상이 녹으면서 드러난 자원과 항로는 세계 경제와 안보에 새로운 길을 열었지만, 동시에 지구 기후와 생태계, 그리고 그린란드에 사는 이누이트의 삶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문제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인류학자 마크 너틀은 “사라지는 것은 단지 얼음과 사냥감이 아니라, 그 얼음과 함께 축적된 지식과 삶의 방식”이라며 기후위기를 문화와 정체성의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이는 단순한 자원과 항로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구의 기후 안정을 도모하고 토착 공동체의 권리를 얼마나 지켜낼 것인지 묻는 지속가능한 선택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