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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이제 에너지를 줍줍하는 시대!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

2024-09-24

이제 에너지를 줍줍하는 시대! 에너지 하베스팅 (Energy Harvest)

사람은 살면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에너지를 만드는 주체가 되기도 합니다. ‘긍정 에너지 전파’와 같은 감정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사소하게 걸음을 걷거나 문을 여닫거나 하는 과정에서도 소소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극히 미량이고, 모아 활용할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아 ‘쓰임새’가 없었을 뿐이죠. 일상 생활을 벗어난 산업현장에서도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이나 공정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최근에 이렇게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다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세계 곳곳에서 개발되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자연적으로 발생해 사라지는 에너지들을 모아 유용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로, 우리가 친환경 에너지원이라고 일컫는 바람, 물, 태양 등의 자연 에너지뿐만 아니라 사람의 체온, 진동, 교량, 철도, 폐열, 방송 전파 등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GMI(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2023년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은 6억 1490만 달러로 예측하며, 2024년부터 2032년까지 매년 8.5% 이상(CAGR)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는 모두 에너지 하베스팅의 재료

에너지 하베스팅은 70년 전 제시된 개념으로, 우리에게 친환경 발전으로 익숙한 태양전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45년 미국 벨 연구소가 태양광을 에너지로 바꾸는 태양 전지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며 이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전력 생산 방식은 화석연료를 태워 발전기를 돌리는 것만 존재했으며 태양열, 바람과 같은 자연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개념이 없었죠. 벨 연구소는 태양광을 이용한 전지를 만들면서, 버려지는 자연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개념이 현재까지 이어져, 지금은 자연 에너지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낭비되는 모든 에너지원을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을 뜻하는 의미로 확장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에너지 생성 방법에 따라 크게 광전, 열전, 압전, 전자기 등 4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광전 하베스팅’은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광을 이용해 에너지를 수집하는 기술인데요. 금속 등의 물질이 햇빛과 같은 빛 에너지를 흡수할 때 전자를 내보낸다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에너지 하베스팅으로 가장 먼저 개발된 방식이자 현재 많이 보급된 기술로,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태양광이 500GW 설치될 정도로 계속해서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열전 하베스팅’은 열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로, 온도가 높은 물체의 전자들이 온도가 낮은 물체의 전자들보다 더 높은 운동 에너지를 갖는다는 과학적 원리를 적용해 고온부의 전자들을 저온부로 이동시킴으로써 전기를 발생시킵니다. 열전 하베스팅은 화력 발전소의 잔열, 화석연료를 연소한 후 발생하는 폐열, 냉각수로 사용한 후 방출되는 따뜻한 물, 신체 열과 공기의 일교차 등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압전 하베스팅’은 압력과 진동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입니다. 특정 물체에 압력을 가할 때 음전하와 양전하가 분리되는 과학적 원리를 토대로 전하의 밀도 차로 발생되는 전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합니다. 압전 효과는 우리가 걷거나 뛰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가스레인지나 라이터에 압력을 가해 전기 스파크를 생성하는 원리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편, 전자기 하베스팅은 통신에서 버려지는 전자기를 수집해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모든 전자기기와 연결된 전력선 주변에는 자기장이 존재하는데요. 흩어지는 자기장의 에너지를 모아 전기 에너지로 만드는 것이 전자기 하베스팅으로, 대표적으로 독일 디자이너 데니스 시겔이 개발한 에너지 수확기는 휴대전화, 컴퓨터, 전기장판 등 전자기기 주변에 방출되는 여분의 에너지를 모아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걸음부터 버려지는 산업의 열까지, 실제로 적용된 에너지 하베스팅 이야기

영국 ‘페이브젠(Pavegen system)’은 밤이 어두워 축구를 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밤을 밝혀주었습니다. 브라질 빈민가 파벨라에 이 기술은 아이들이 축구장을 뛰놀며 생긴 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축구장 인조잔디 아래 특수한 타일은 아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내는 압력 에너지를 모아 전기를 생산합니다. 페이브젠은 이후 런던에 세계 최초 보행자의 발걸음을 이용해 가로등을 밝힐 수 있는 스마트 거리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한 클럽은 춤을 추면 에너지가 생산됩니다. 네덜란드 항구도시인 로테르담의 한 클럽의 사례인데요. 이 클럽은 스튜디오 Roosegaarde이 개발한 에너지 플로어를 설치해 자체적으로 전기 에너지를 모읍니다. 사람들이 춤을 추며 내는 운동 에너지가 압전 소자에 모여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 원리입니다. 2019년 독일 클럽들에도 유사한 기술이 설치되었는데요. 독일의 클럽에서는 춤추는 사람들의 신체 열을 모아 공연장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바디히트(Body Heat) 시스템까지 적용해 효율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 열전 효과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도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 중입니다. 대표적인 열전 하베스팅으로는 스위스 베즈나우 원전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170GWh 의 폐열을 모아 주변 마을에 지역난방용 에너지로 제공하는데요. 11개 지역, 약 2,600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아 전력으로 재활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의 사례가 계속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1년 성산자동차검사소에 시범으로 구축한 제로 에너지 자동차 검사소가 있습니다. 검사소의 다양한 시설을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시스템인데요. 안전도 검사 항목 중 속도계 장비에서 버려지는 회전과 정지 동력, 매연 포집기 환기구에서 발생하는 20㎧의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고객대기실의 냉난방의 에너지로 이용합니다.

국내 많은 산업 현장에서 폐열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뜨거운 쇳물을 담은 용선운반차의 폐열을 이용해 야간 운행 시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차량의 조명을 밝히는 에너지로 사용합니다. 차량 표면에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열전발전 전원공급장치를 부착해 공정 이동 간 버려지는 열 에너지를 회수해 사용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이면서도 연료비, 유지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습니다.

삼표도 폐열을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삼표시멘트는 전력비 감소를 위해 폐열발전설비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도입했습니다. 삼표시멘트는 소성로의 폐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폐열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데요. 2020년 5.77MW였던 폐열발전 용량은 2022년 19.2MW까지 늘렸으며, 2025년 전력비 30% 절감을 목표로 26.2MW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아주 작은 에너지를 더 큰 에너지로 계속되는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출력 성능, 내구성,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까지 개선 과제가 많습니다. 환경에 따라 에너지 수집량이 제한될 수 있으며, 생산 가능한 전력량의 한계가 있어 더 큰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반드시 출력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해외는 물론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는 중인데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자재료연구센터에서는 자동차 엔진 등 진동 및 열에너지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두 에너지를 융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열전-압전 통합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은 진동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메타물질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인위적인 설계를 통해 만든 성인 손바닥 만한 크기의 신소재로, 내부로 들어온 미세진동을 가두고 축적해 45배 이상의 에너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진동 에너지 하베스팅의 생산 전력량이 낮은 점을 좀 더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4배 이상 큰 단위 면적당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고 얇은 평면 구조라 어디든 쉽게 부착 가능하고, 부착 대상 구조에 맞게 변형도 할 수 있어 고층 빌딩, 교량 손상을 점검하는 진단 센서부터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소형 바이오 센서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한 연구팀은 공기나 사람의 날숨에 포함된 수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분 구동 발전기의 출력량을 높이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기존보다 전압은 2배, 전류 밀도는 10배로 향상시켜 조명 램프, 전자계산기 등 소형 기기 정도를 작동시킬 수 있으며, 이 기술에 사용한 물질은 비교적 저렴하다는 면에서 고무적인 성과로 이 기술은 사물인터넷 기기 등에 접목 가능한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무한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줍니다. 또한 작은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는 산업 시설과 스마트 팩토리까지 다양한 산업에 적용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하베스팅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기술 발전으로 우리의 일상과 산업에 적용될 미래를 더욱 기대해봅니다.

 

에너지하베스팅, 폐열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