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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교실의 개념을 해체하라! 창의와 융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21세기 학교 공간  

2025-03-04

전통적인 교실의 개념을 해체하라! 창의와 융합적 사고를 길러주는 21세기 학교 공간  

학교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네모 반듯한 건물과 교실, 빼곡한 창문, 이어지는 비좁은 복도, 가장자리의 계단 등 정형화 된 구성이 그려지는데요. 수차례 교육과정 바뀌면서   기존의 주입식, 수동적 교육방식이 창의력과 사고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지만 교실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공간은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경험뿐 아니라 행동과 가치관 등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죠. 학교라는 공간은 자아를 형성하는 성장기의 아이들이 머무르는 공간인 만큼 교육자와 건축가 모두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OECD도 미래 학교가 단순한 학습공간을 뛰어넘어 소통과 정보교류,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 높은 성취도, 그리고 자유롭게 융합적 사고와 건강한 가치관을 기르도록 혁신을 꾀한 세계의 학교들을 소개합니다.

 

열린 공간 구조에서 함께 성장하는,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 야르벤빠 고등학교

핀란드의 혁신학교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라또가르타노 종합학교(Latokartanon Peruskoulu)는 유네스코(UNESCO)가 인정한 친환경 학교입니다. 초등 과정부터 중등 과정의 교육을 아우르는 이 학교는 ‘건물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닌 교육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교육관을 갖고 있는데요. 학교의 실내는 연(Kite)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큰 유리창을 내어 열린 공간으로 연출했습니다. 2층짜리 건물 중앙에는 식당 겸 행사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홀을 두고, 복도를 최소화했으며 모든 시설이 이 중앙 홀로 연결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출처: https://lasifakta.fi/latokartanon-koulu

또, 각 층을 4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의 교실은 두 개의 교실이 하나의 유리 벽을 두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는데요. 필요에 따라 이 유리문을 개방하고 2개 교실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출해 두 교실의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수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열린 공간 구조는 교사들의 협력을 끌어내며 새로운 교육법을 발굴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학생들 간의 협력, 학생과 교사 간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왔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패시브 환기 시스템, 지붕의 태양광 패널, 고효율 열교환 시스템, 자연 채광을 높인 창 등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건축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야르벤빠 고등학교(Järvenpään lukio)도 이와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요. 학교 건물은 중심부가 천정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으며, 원형의 광장과 같은 로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레나’라고 부르는 이 원형 공간을 중심으로 둘레에 교실과 건물이 방사형으로 설계되어 있는데요. 아레나는 평소 식사하고, 소통하고, 때때로 공연을 펼치는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또, 광장 주변으로 층마다 앉아 책을 읽고, 대화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배치된 책상과 소파를 배치해 마치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지는데요. 교육과정 역시 대학교와 흡사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고정된 학급이 없으며, 학생들 스스로 역량과 희망에 따라 졸업 시기를 정하고, 필수 과목 외에는 직접 교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취득합니다. 야르벤빠 고등학교는 경남 양산 효암고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합니다. 효암고는 이 핀란드 학교에 영감을 받아 착안해 수요자(학생들)의 공간인 중앙홀과 도서관 등 본관에 마련하고, 별관으로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등 사무 공간을 이전하는 등 전통적인 학교 구조를 탈피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재단장했습니다.

 

학생들이 자유와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는 스웨덴 비트라 텔레폰플랜 학교

스웨덴 스톡홀롬의 사립학교 비트라 텔레폰플랜(Vittra Telefonplan school)은 설계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건축가 로잔 보쉬는 ‘학교가 아이들이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창의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계 단계부터 학생들에게 의견을 수용하고 학생들이 반대하는 시설은 어떤 것도 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출처: https://imagineschooldesign.wordpress.com/2014/07/09/vittra-school-brotorp/

이 학교에는 학급(교실), 긴 복도, 칠판 대신 개성 가득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개인의 학습을 위한 케이브(the Cave), 실험 등의 공동작업을 하는 랩(the Lab), 그룹 활동을 하는 공간인 캠프파이어(Campfire), 나무 모양의 오브제와 레고 등의 놀잇감이 있는 휴식공간 워터링홀(the Watering hole), 토론의 공간이자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쇼오프(the show off) 등 5가지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2~3명이 모여 소통하는 작은 공간인 소통의 가구(Conversation Furniture), 방음장치를 설치해 마음껏 뛰어노는 댄스홀(Dance hall) 등까지 학업뿐 아니라 또래 유대감 형성,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장소들을 마련했죠.

이 같은 공간 구성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특별한 교육과정을 들 수 있는데요. 비트라 텔레폰플랜 학교는 나이, 학년, 교실을 모두 허물고 모든 학생이 개방형 공간에서 자신의 학습 수준에 맞춰 공부하는 무학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사 역시 수업을 주도하기보다 조력하는 존재로 교육하기 때문에 기존의 정형화된 교실이나 칠판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죠. 학습 공간부터 힐링 공간까지 학생들을 중심으로 배려된 이곳의 공간은 학습의 동기를 유발하고, 자기 주도성과 창의성을 기르도록 돕고 있습니다.

 

공간 재구조화로 변화를 꾀한, 대한민국 마곡하늬중학교&서울서진학교

국내에서도 기존의 획일적이고 건조한 학교 공간을 탈피해 창의와 융합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공간 개선 사업들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요. 2010년대 서울의 ‘꿈을 담은 학교’, 강원도의 ‘감성화 학교’ 등 지역별 학교 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현재는 ‘공간재구조화’라는 학교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교 공간 개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마곡하늬중학교와 서울서진학교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마곡하늬중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마을 결합형 학교의 사례입니다. 교문과 담벼락 대신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실내 광장을 만들어 마을 지역 주민과 공유합니다. 실내광장에는 식당, 체육관, 시청각실, 음악실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광장을 지나면 교실이 나오기 전, ‘홈베이스’라는 공간이 있는데요. 마곡하늬중학교는 수업 과목별로 이동해서 수업을 받는 교과교실제를 시행하고 있어 이 공간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머무는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또, 층마다 넓은 테라스를 곳곳에 만드는 등 공용 공간을 교실만큼 많이 두고 있는데요. 이는 또래끼리, 선생과 학생이 상호교류하는 기회를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합니다.

한편, 서울서진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로, 아이들을 위한 연출과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공간 지각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해 공간과 복도를 ㅁ자 형태로 배치해 길을 헤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또, 행동반경이 넓은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복도 넓이도 일반 학교의 2배로 조성했으며,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공간을 구분할 수 있도록 층별, 복도별로 바닥선을 알록달록한 색으로 채색했습니다. 층마다 2개씩 파드(pod)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작은 음악회를 열고 전시를 개최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휠체어에 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중정의 화분 높이를 다르게 배치하고, 카페테리아의 천장을 유리로 개방해 빛이 들어와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연출하는 등 곳곳이 배려로 가득합니다.

 

건물 설계부터 하나하나 모두 함께 만든 일본 후쿠이 시민 중학교

일본 후쿠이의 시민중학교는 일본 사회에서 손꼽는 학교 건축 개혁 모델입니다. 2008년 개교한 이 학교는 학교 건축물 설계 단계부터 학생, 지역 주민, 교직원, 학교운영위원회 등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모아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교사들은 기본 설계에 참여했는데, 워크숍이 무려 2년 동안 여러 차례 열렸을 정도라고 합니다.

학교는 전체적으로 나뭇잎을 형상화합니다. 건물 자체도 나뭇잎 모양을 그린 곡선의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광장이나 중정도 나뭇잎 모양을 띠고 있습니다. 또한 교실, 홀에도 나뭇잎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부릅니다. 전체적으로 공간 디자인은 따뜻한 소재의 편백을 활용했습니다.

대표적인 공간은 학교 중심에 설계한 다목적 공간인 나뭇잎 광장인데요. 이곳에는 음악실, 미술실, 도서관 등의 교과 교실을 배치했습니다. 시민중학교의 학년 혼합형 교과 방식이 이런 구조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 곳은 지역사회에도 열려있는데요. 시민중학교를 설계한 건축가는 광장을 ‘교과 교실의 오픈 스페이스이자 학생들 간, 그리고 지역사회가 서로 교류하는 길모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교무실에 해당하는 교원 스테이션 역시 학생들의 공간과 연결되어 있고 오픈된 구조로, 선생님과 학생 간의 상담 및 교류뿐만 아니라 선생님 사이의 대화나 수업도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한편, 교실은 학습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가변형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합동수업, 실험 수업, 지역 주민 참여 수업 등 넓은 공간이 필요할 때는 2개 교실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데요. 이를 ‘연속교실’이라고 부릅니다. 이동이 가능한 벽은 화이트보드로 마감되어 있어 교실과 교실 사이를, 레일이 설치된 창가와 광장까지 이동해 스크린이나 학생들의 학습 게시판 등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며 학업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개방적인 구조와 지역사회와의 연결로 건강해진, 영국 헤리스 로우 아카데미

런던 북서부에 위치한 헤리스 로우 아카데미도 학교 공간을 지역사회로 확장한 사례입니다. 영국은 20세기부터 학교를 지역주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오래도록 이어져 왔는데요. 지역 주민 생 교육 개념을 1930년에 세우고, 1970년대 평생교육법 등을 정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개념 아래 학교 시설의 복합화 사업을 추진했고, 헤리스 로우는 성공사례로 자리잡았죠.

아카데미는 방과 후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극장, 스포츠홀, 도서관, 컴퓨터실 등의 공간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대회, 축제, 댄스 아카데미 등이 이곳에서 열리는데요. 덕분에 부모들이 학교를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출처: Foster & Partners

사실, 헤리스 로우 아카데미가 있는 지역은 빈곤층 아이들이 많아 교육 기회에 대한 차별과 학업 성취도가 낮았고, 사회적 범죄나 갈등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요. 학교 설계 담당 회사인 포스터앤파트너스는 보이지 않는 공간을 최대한 없애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했다고 합니다.  운동장 밖에서도 교실 안이 다 보이도록 통유리를 사용하고, 계단을 올라가는 동선에도 벽 대신 창을 조성해 오픈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개방형 공간은 선생님들이 학생간의 갈등, 폭력 문제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제를 콘트롤 하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학습방법, 교수법, 과정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교육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인 교육 공간 개선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아이들에게 더 나은 공간,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교육공간, 삼표셀렉트, 새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