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ESG 경영은 이제 모든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 됐습니다. 건설분야도 예외가 아닌데요. 레미콘부터 콘크리트, 철근, 목재, 플라스틱, 유리, 비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한 수많은 재료를 사용하는데, 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환경부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삼표시멘트는 시멘트 업계 ESG 선도기업으로 시멘트 운송 하역과정에서 비산먼지와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시멘트 전용선을 2023년부터 도입,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주역인 삼표시멘트 해무팀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좌) 삼표시멘트 해무팀 정경민 팀장, 삼표시멘트 해무팀 김극수 책임
김극수 책임(이하 김) 현재 총 14척의 선박을 운용 중인데, 1척을 제외하면 모두 전용선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 선박은 삼표시멘트 전체 물동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재화중량톤 기준, 시멘트 업계 3사 중 가장 높은 화물적재능력(11만 8천 톤)과 가장 젊은 연령의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삼표시멘트의 자랑 중 하나입니다.
김 모두 알고 계시다시피 제주는 섬이라는 환경적 특수성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물류는 모두 선박을 이용해야 합니다. 시멘트 역시 예외일 수는 없고요. 저희 역시 그동안은 일반 화물선에 시멘트를 적재하고 해치를 씌워 제주까지 운항한 후, 도착한 부두에서 스크류가 장착된 로더(Loader 흙과 골재를 나르는 용도로 사용하는 기계)를 이용해 하역하는 방식으로 운송을 진행했습니다. 모든 시멘트 회사들이 똑같은 상황이었죠.
정경민 팀장(이하 정) 제주의 환경은 굉장히 변화무쌍합니다. 맑은 하늘이 돌변해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경우도 부지기수일 정도로요. 이런 상황에서는 화물이 손상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뿐만 아니라 비산먼지로 인한 민원도 상당히 많이 발생하고요. 특히 저희 제주항 하역 부두는 여객선 부두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데, 비산먼지가 여객선 방향으로 날아가 승객이 승하선할 때는 작업이 자주 중단되곤 했습니다.
김 게다가 오래된 설비를 통해 하역을 진행하다 보니 고장이 잦아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고요. 당연히 작업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정 제주뿐 아니라 삼척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던 설비가 있었습니다. 바로 수입 자재 하역을 위해 도입된 하역기였는데요. 대외 상황 변화로 인해 도입 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던 하역기를 제주로 옮겨 전용선과 함께 사용하면 작업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데에 많은 이들이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김 모든 게 쉽지 않았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삼척에 설치되어 있던 설비를 옮기기 위한 제반 작업들을 진행하는 과정이 그러했고, 행정적으로는 제주도청의 승인을 받는 게 큰 난관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제주항의 접안 용량인 3천 톤에 맞는 화물선으로 시멘트를 운송했지만, 전용선의 경우 7천 톤 규모였기 때문에 제주도청에서 접안을 허가하는데 난색을 표했던 거죠.
정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과 협의를 이어갔습니다. 우선, 7천 톤 규모의 전용선을 이용하더라도 시멘트는 기존과 동일한 3천 톤만 적재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이 부두와 타 선박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고요. 그걸로도 모자라 예상에 없던 안전성 평가에도 대응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컸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긴 했습니다만, 모든 행정 절차를 깔끔하게 마무리함으로써 2023년 7월, 제주항에서 전용선과 하역기를 통해 첫 하역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김 기존 화물선의 경우 3천 톤을 하역하기 위해 꼬박 일주일은 정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용선과 하역기 운용 이후로는 이틀, 업무 시간 기준으로는 16시간 만에 모든 하역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정 처음엔 너무 큰 배가 들어오는 거 아니냐는 항의도 있었지만, 막상 작업이 진행된 이후로는 어떤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비산먼지와 관련된 민원이 단 한 건도 없었지요. 접안 이후 하역, 상차까지 모두 밀폐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덕분입니다.
김 현장의 BCT 기사, 하역 담당, 레미콘사 등에서도 전용선 투입을 굉장히 반겼습니다. 상차 시간단축과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안정적 자재 공급 덕분에 근무 및 영업 환경이 크게 개선됐거든요.
정 2024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기존의 3천 톤 적재에서 1.5배 증가한 4.5천 톤을 적재해 운항하고 있습니다. 제주항의 부두가 3천 톤 이상의 용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즉, 4.5천 톤을 적재한 상태에서도 수심에 여유가 있다면 충분히 접안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데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이죠. 물론 이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전례가 없던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최초 전용선 운항 시도 때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지만, 결국 제주도청으로부터 4.5천 톤 접안과 하역에 대한 허가를 받아냈기에 굉장히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성과들이 해무팀만의 힘으로 결실을 맺은 건 아닙니다. 기술팀, 유통기지관리팀, 물류팀, 제주사업소 등 관련된 모든 구성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 했던 결과라는 걸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습니다.
김 맞습니다. 하역 효율을 높이는 일은 비단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대형 선박은 접안 상태에서도 발전기 등 선내 기기를 가동하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합니다. 하지만 전용선을 투입하여 하역시간을 단축함에 따라 접안 상태에서의 탄소 배출이 획기적으로 감소하게 됨으로써 환경 보호에 일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산먼지와 관련된 부분은 설명을 더할 필요도 없을 정도고요.
김 올해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잉여 선박을 활용한 항차용선 등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 할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 과정에 걸쳐 안전이 확보되어야 하고요.
정 원가절감과 효율제고, 그를 바탕으로 한 ESG 경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안전입니다. 현재 삼표시멘트에서는 150명의 선박 직원들이 근무 중입니다. 이들은 한번 승선하면 1년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맡은 직무에 열심입니다. 저희 해무팀은 이들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모두 안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