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인간의 생존과 보건에 가장 필수적인 자원인 동시에 우리의 산업, 경제, 평화와 안보에까지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현재 지구에 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임에도 우리 마시고 먹고 쓰는 담수(민물)는 이중 단 3%에 해당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실제로 사용 가능한 담수는 1/6 수준에 불과합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7가지 목표 중 6번째는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의 이용 가능성 및 지속가능한 관리 보장’입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물 부족과 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1992년부터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행사와 포럼 등을 개최하며 지속가능한 수자원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물’은 인류 생존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단 3% 뿐인 담수가 더 빠르게 고갈되는 상황입니다. 인구 증가로 인한 사용량 증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기후변화 때문인데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에 수분 양이 증가하며 더 많은 폭풍과 폭우가 발생시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육지에서는 더 많은 물을 증발시키고 더 강력한 건조 현상을 만든다고 합니다.
온난화로 눈 가뭄이 심각한 것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겨울에 쌓인 눈은 봄과 여름, 농업과 산업의 주요 수원이 되는데요. 미국 미시시피강과 콜로라도강, 러시아 볼가강, 헝가리 다뉴브강 등 북반구 인구의 80%가 의존하는 주요 수원지들이 2024년 겨울 온도가 영하 8도를 웃돌며 눈이 쌓이지 못해 물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하수의 빠른 고갈도 물 부족의 원인입니다. 생활 용수뿐만 아니라 농업, 산업 현장에서 많은 물을 사용하는데, 그 사용 속도가 보충 속도보다 더 빠르다고 합니다. 더불어 자연 기반 시설의 부족도 문제가 되는데요. 식물, 나무, 토양 등 산림과 초목은 빗물을 흡수시키고, 오염을 거르고, 지하수를 보충하는 자연 회복성을 갖는 역할을 하지만 벌채, 초목 훼손 등으로 인해 자연의 회복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현재 세계의 수자원은 어떤 상황일까요? 2023년 10월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공개한 수자원 위험 지도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25개국이 매년 물 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레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벨기에, 그리스, 인도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 국가들은 현재 가용 가능한 모든 수자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새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유례없는 가뭄과 극심한 물부족 현상을 겪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으로 2022년 폭염으로 인해 유럽 연합국의 13%는 가뭄 경보가, 45%는 가뭄주의보가 발령된 일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유럽의 강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메말라 버렸고, 가뭄 사태로 네덜란드는 전국적으로 급수를 제한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오염으로 인한 물 부족도 심각합니다.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전 세계 20억 명은 오염된 식수원을 사용해 콜레라, 장티푸스 등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된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개발원조도 2020년 87억으로, 2002년 27억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물 부족은 인간의 생존에 위협적일 뿐만 아니라 식량 생산과 공급에도 영향을 줍니다. 전 세계 물 사용량의 69%는 쌀, 밀, 과일 등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농업용수로 이용 중입니다. 식량생산을 위해서 우리는 아주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물부족 현상은 식량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1.5도 올라갈 때 가뭄은 최소 2배, 2도 올라갈 때는 150~200%, 4도 이상 증가시엔 200%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가뭄으로 농업생산에 타격을 받으면, 물가 상승과 극심한 빈부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산업 현장에서도 물은 제품 생산, 유통 과정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농업, 식품 생산 다음으로 에너지, 광산, 제조 분야의 물 사용량은 전 세계 물 사용량의 19%를 차지합니다. 2021년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발표한 물 영향 지수에 따르면, 의류, 화석연료 산업에서 물 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의류의 경우, 면 티셔츠 한 장에 한 사람이 3년 6개월 간 마실 물이, 청바지 한 벌에는 10년 동안 마실 물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화석연료 산업에서는 플라스틱 1kg을 생산하기 위해 180리터의 물을, 가스는 1톤당 103만 리터의 물을 소비합니다. 금융 산업은 직접적인 물 영향력은 낮지만 물 영향력이 높거나 수자원을 오염시키는 기업들의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T 분야의 물 소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때 냉각수로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하는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타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데이터센터는 연간 6억 6,5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할 예정으로, 이 물은 인구 수만 명의 중소도시 하나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한편, 최근 떠오르는 기술인 AI가 물 부족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 샤올레이 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챗GPT에 10~50가지 질문을 하면 500ml 생수 한 병 정도의 물이 소비됩니다. 하루에 수 만명이 이용하며 앞으로 AI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물이 필요하며, 지금보다 물을 더욱더 빠른 속도로 고갈시키는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시작된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이 곳곳에서 개발 중인데요. 대표적으로 해수 담수화 플랜트입니다. 해수 담수화는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고 민물이라 부르는 담수를 얻는 기술입니다. 담수가 부족한 중동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수 담수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세계 해수 담수화 시장은 2006년 약 100억 달러에서 2018년 약 145억 달러로 계속해 성장 중입니다. 바닷물을 가열해 증발한 후 물을 얻는 1세대 증발법에서 농도가 진한 바닷물에 높은 압력을 가해 담수를 만드는 2세대 기술인 역삼투법, 그리고 기존 공정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물을 생산하는 차세대 기술인 막 증발법까지 계속해 기술이 발전하며 보급화 추세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또 다른 기술로는 수증기 포집 기술이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식수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 ‘소스 글로벌’은 세계 최초로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재생 가능 식수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태양을 이용해 공기 중 수증기를 식수로 바꾸는 하이드로 패널로, 공기를 대기보다 약 1만 배 농축된 형태로 압축시킨 뒤 흡습성 물질을 이용해 공기 중 수증기를 추출하고 태양열을 이용해 물로 방출하는 기술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깨끗한 미네랄 생수를 하루 평균 3~5리터 정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폐수의 재활용 기술도 담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은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주가 폐수를 재활용하고 있는데요. 스페인의 발렌시아 주는 정수 처리장까지 도달한 폐수를 농업에 활용할 수 있게 염분, 질산염을 제거해 물을 정화해 도시 내 폐수 98%를 재사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기업 역시 공장이나 산업 현장에서 발생된 폐수를 깨끗한 순환수로 재활용해 물 사용량과 폐수 방류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자정 능력을 가진 생태 보전도 중요한 노력 중 하나입니다. 숲은 저수지와 물의 수질을 복원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흙과 같은 토양은 물을 머루는 시간을 높여주고, 초원, 숲 등의 자연적 지형이 홍수 때 급격한 유량을 조절하며 지하수로 스며들게 해 담수를 축적해줍니다. 또한 습지는 탄소를 흡수하고 물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여과지 역할을 합니다. 점차 사라지는 숲, 습지 등을 보전하고 회복할 때 조금 더 많은 담수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제인구행동연구소(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 이하 PAI)의 기준에 따라 물 스트레스 국가로 수자원이 부족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연 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높지만 집중 호우, 계절별 강수량의 편차, 하천의 짧은 길이로 인해 강수가 대부분 바다로 유출되기 때문인데요.
2023년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서울대학교, 한경대학교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미래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의 수자원 미래를 예측한 결과, 2030년 물 부족량은 연간 2억 8,460만~ 3억 9,7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기존 예측한 양보다 2.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지역적 편차도 큽니다. 충청남도와 제주가 대표적인 담수 부족 지역으로 손꼽히며, 특히 충청남도는 2025년 서부권 8개 시와 군에 하루 10만 1,600톤의 용수가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어 농업 종사자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물 부족 문제가 더는 먼 미래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담수 고갈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전개되는 한편, 개인, 기업, 국가가 기후변화가 주는 경고 메시지를 읽고 탄소 배출 감소와 물 소비 절약, 담수 보존을 위한 생태계 보전 등 다각도로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