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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건축으로 미래를 설계하다, 노먼 포스터

2024-06-18

지속가능한 건축으로 미래를 설계하다, 노먼 포스터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남작 칭호를 부여받을 정도로 영국 건축사와 세계 건축 분야에 큰 영향을 준 건축가, 노먼 포스터. 그의 작품들은 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하이테크 건축의 외형을 보여주지만, 세부적인 설계를 들여다보면 사람과 환경, 미래를 담고 있습니다. 레트로핏, 하이테크, 공공건축, 미래 건축 등 노먼 포스터를 대표하는 4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의 건축 철학을 살펴봅니다.

60년 전부터 시작된 노먼 포스터의 지속가능성

알루미늄, 강철, 유리, 콘크리트 등으로 공학과 수학을 이용한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로 알려진 노먼 포스터는 사실 오래도록 지속가능성을 고민해 온 건축가입니다. 그가 지속가능성을 생각했던 흔적은 1960년대부터 발견됩니다.
노먼 포스터는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의 연구에 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버크민스터 풀러는 1940년대 삼각형의 모서리와 면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힘을 분산시키는 다면체 반구형(구형) 건축물인 지오데식 돔을 개발한 인물로, 포스터는 인류가 자연과 대적하지 않고 공존하는 것에 집중했던 풀러의 철학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둘은 꾸준히 교류했는데요. 1971년 ‘기후사무소(Climatroffice)’ 디자인은 그가 버크민스터 풀러와 처음으로 함께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사무실’을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후사무소 디자인에는 개폐식 유리 창문으로 공기 흐름을 유도하고, 나무와 식물로 내부 미세기후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담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친환경 건축의 키워드로 오늘날까지 언급되는 ‘바이오필리아’ 가설보다 10년 앞섰던 시도였습니다.

NORMAN FOSTER/NORMAN FOSTER FOUNDATION

기후사무소 연구 이후, 노먼 포스터가 지속가능성을 담아 실제 구현한 첫 번째 건축물은 1975년 완성한 윌리스 페이버&뒤마스(Willis Faber&Dumas) 본사입니다. 이곳은 그의 초기 하이테크 빌딩이자 혁신적인 설계로 영국 건축사 최초로 준공 16년 만에 특급문화재(Grade 1빌딩)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데요. 이 건축물은 대지 모양을 따라 곡선 형태로 독특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총 4층 건물 중 3층은 건물 모양 그대로 공간을 활용하고, 4층만 직사각 형태로 가운데 일부에 공간만 활용합니다. 나머지 공간에는 개방형 루프 가든을 형성해 건물에 자연을 들였습니다. 또한 프레임 천장으로 중앙을 뚫어 아트리움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유도했으며, 녹색의 루프 가든, 그리고 건물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생각한 1층 수영장, 개방적인 구조의 오픈 오피스 등 사용자와 환경을 고려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했습니다. 윌리스 페이버&뒤마스 본사에 보여준 요소들은 이후 그의 건축물에서 중요한 설계 포인트로 등장합니다.

 

옛것에 현대적 해석을 입혀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레트로핏(Retrofit)

노먼 포스터가 건축 설계에 있어 강조하는 또 다른 하나는 ‘레트로핏(Retrofit)’입니다. 레트로핏은 기존 제품에 새로운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정착한다는 뜻인데요. 노먼 포스터는 건축 분야에서 이 개념을 차용해 옛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며 현대적 해석을 더하는 자신만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먼 포스터의 레트로핏을 이야기하면 런던 영국박물관 대중정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데요. 기존 박물관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공간이었던 대중정에 곡선의 둥근 유리 천장을 설치함으로써 박물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대중정의 유리 천장은 고풍스러운 그리스 양식 건물과 잘 어울리도록 패턴을 디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일사를 줄이는 동시에 적절한 간접 채광을 유도하는 기능적인 역할도 합니다. 한편 이곳은 연 5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공간으로 늘 붐비며 이동 동선이 명확하지 않아 길을 잃기 쉬웠는데요. 노먼 포스터는 서고 공간을 따로 조성하고, 주요 출입구, 안내데스크, 서점, 카페 등을 중앙홀로 잇는 등 효율적인 내부 동선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Eric Pouhier,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그의 다른 레트로핏 작품으로는 미국 뉴욕 허스트타워가 있습니다. 허스트타워는 1928년 지은 아르데코 양식 건물로, 이곳은 대공황으로 인해 6층까지 짓고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2006년 허스트그룹의 요청에 따라 노먼 포스터는 이 건축물을 초고층 건물로 증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는 오래되었지만 그룹의 역사성과 가치의 상징을 담고 있는 저층부의 건물 외벽을 살린 채 위로 우뚝 솟은 통유리 구조의 46층 고층 건물을 완성합니다. 석조 건물과 철골과 유리로 이뤄진 현대적 건물이 묘하게 어울리며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노먼 포스터의 뉴욕 첫 작품이었던 허스트타워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인 GOLD를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NORMAN FOSTER/NORMAN FOSTER FOUNDATION. A sketch of the building from 2001.

기존 건축물 대비 20% 철골을 절감했다는 점, 전체 철골 중 60%가량이 재활용 철골을 사용했다는 점 등 여러 가지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레트로핏 건축물로 1905년 건축된 폐건물을 개조하며 그의 작품 중 가장 높은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스페인 마드리드의 옴부, 화재로 전소된 건물을 복원하며 공공성, 투명성, 친환경을 강조해 설계한 독일 국회의사당 등이 있습니다.

 

사용자와 환경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하이테크 건축

노먼 포스터는 하이테크 건축 방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1985년 노먼 포스터가 처음으로 설계한 고층빌딩인 홍콩 상하이은행 빌딩은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얻게 해준 작품입니다. 뼈를 연상시키는 외관 프레임은 다리 양식인 현수교의 구조를 차용한 방식이었습니다. 홍콩 상하이은행 빌딩은 외관 프레임을 비롯해 마루, 벽, 지붕 패널 등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리케이션(prefabrication) 공법으로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한편,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물을 두지 않고 아트리움 꼭대기에 거대한 거울을 쌓았는데요. 이는 빌딩 바닥까지 자연광을 반사시켜 낮에는 자연 채광이 조명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자연광을 이용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고, 외벽에 그늘을 제공해 건물 온도의 상승을 줄이는 효과를 냈습니다. 또한 이 건물의 공조시스템은 담수 대신 해수를 쓰고 있으며, 지붕에 떨어진 빗물을 활용해 건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건축물에 지속가능성을 담았습니다.

By Aurelien Guichard from London, United Kingdom – 30 St Mary Axe,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5203317

한때 런던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다가 2006년 BBC가 ‘런던을 상징하는 현대 건축물’로 특별한 매력을 가진 건축물로 호평받기 시작한 건물이 있는데요. ‘거킨빌딩(Gherkin Building)’입니다. 오이지라는 뜻을 담은 거킨빌딩의 본래 이름은 ‘런던 30 세인트 메리 엑스(30 Saint Mary Axe)’로 스위스리(스위스 재보험사)의 본사입니다. 사각 형태 건물에서 벗어나 총알처럼 생긴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 건물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주변 환경을 배려했으며, 친환경성과 에너지 절약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거킨빌딩은 기존 사각 형태의 빌딩과 다르게 바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보행자의 편의를 확보하며, 주변 건물의 일조권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한편, 거킨빌딩의 건물 외벽은 이중유리를 사용했는데요. 이중유리 속의 공기는 외부 온도보다 높아 아래서 위로 공기를 흐르도록 도우며, 겨울에는 공기의 흐름을 막아 단열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일반 건물에 비해 에너지를 40% 절감하며, 주간에는 조명을 사용하지 않아 추가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블라인드와 창문이 조절되는 시스템도 갖추며 자연 환기가 가능합니다. 거킨빌딩은 런던 최초의 친환경 고층 건물로 오래된 건물과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영국 건축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2004년 노먼 포스터는 거킨빌딩으로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의 스털링상(Stirling Prize)을 받았습니다.

By Daniel L. Lu (user:dllu)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9553418

최근 가장 혁신적이고 놀라운 건축물로 이야기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도 노먼 포스터의 작품입니다. 일명 ‘우주선 캠퍼스’라고 불리는 애플파크는 무성한 녹지를 품을 도넛 모양의 건축물이 새롭습니다. 애플파크의 전체적인 조감도를 보면 더욱 놀라운데요. 바로, 노먼 포스터의 지속가능한 건축 철학이 집약된 건축물이기 때문입니다. 도넛 형태의 유리 건물이 숲을 껴안은 조경이 친환경적으로 다가옵니다. 애플파크 전체 부지의 80%에는 공원을 조성했으며, 지역 수종 9,000그루를 심어 자연과 공존하며, 산책로를 조성해 사용자인 직원들의 휴식 또는 건강 증진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애플파크는 설계에서도 친환경 방식을 적극 도입했는데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설계했으며 업무용 빌딩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30% 줄였습니다. 또한 자연순환식 통풍 시스템을 도입해 열두 달 중 9개월은 냉난방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아도 돼 에너지를 더욱 절약해 줍니다.

 

지역 사회와 경제를 지속시키는 힘, 공공 건축 디자인

노먼 포스터는 단순히 건물을 넘어 도시 공공 분야를 아우르며 지역사회를 밝히는 역할도 하는데요. 특히 도시를 리디자인하는 프로젝트들을 주목해보면 사회와 경제를 아우르고,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중 프랑스 마르세이유 구 항구는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파빌리온으로 마르세이유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마르세이유 구 항구는 2013년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되며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고, 주차장으로만 이용되던 이곳에 다목적 광장과 수변 산책로를 조성하기로 했는데요. 이 프로젝트에서 노먼 포스터는 다목적 광장의 역할을 할 파빌리온을 설계했습니다. 마르세이유 구 항구 파빌리온은 가로 46미터, 세로 22미터의 직사각형 스테인리스 스틸판과 이를 받치는 8개 원형 기둥으로 그 모양은 매우 단순합니다. 마치 날렵한 우주선을 닮은 이 파빌리온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천장 거울입니다. 매끈한 천장 거울은 마르세이유의 구 항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비춰줄 뿐만 아니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투영합니다. 노먼 포스터는 최소한의 구조를 통해 ‘장소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지역의 가치와 미(美)를 담고자 했습니다. 오늘날 파빌리온은 지중해의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방문객의 휴식처이자 전시, 공연, 마켓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공공장소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스페인 빌바오는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재생에 성공한 도시로 유명합니다. 이로 인해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였는데요. 이곳에서도 노먼 포스터의 공공건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빌바오 도시철도입니다. 빌바오의 도시철도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에 이어 스페인에서 4번째로 건설된 철도로, 노먼 포스터는 지하철 역사를 디자인했는데요. 곡선 글래스 지붕으로 디자인된 출입구부터 여느 지하철과 다르게 감각적이게 느껴집니다. 빌바오 지하철 출입구는 또 다른 말로 ‘포스테리토스’라는 별칭이 있는데요. 스페인어로 ‘작은 포스터(Foster)’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빌바오 도시철도는 모든 서비스 공간을 한 층에 모으고, 아래로 플랫폼이 있는 복층형 구조인 메자닌 형식으로 이동과 서비스 이용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빌바오 도시철도의 2개 입구를 마주보게 놓으면 심장과 폐를 상징합니다. 폐는 지속성, 심장은 건강이라는 의미로 빌바오 도시철도는 지속가능한 건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즉, 신속성, 쾌적한 공간과 이동성, 도시의 지속적인 건강을 통해 승객 모두가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짧은 이동 동선과 쾌적하게 모아둔 서비스 공간 등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먼 포스터는 마르세이유 구 항구, 스페인 빌바오 도시철도 외에도 런던 트라팔가 광장,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산업인 슬루센 마스터 플랜도 디자인해 2025년 완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우주의 공존을 그리는 미래 건축

한편, 노먼 포스터는 미래 건축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드론공항 설계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매년 말라리아로 45만 명이 사망하고 빈혈로 10만 명이 생명을 잃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신속하게 구호품과 혈액을 운송할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에서 드론은 험한 아프리카 지형에 상관없이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격입니다. 그래서 노먼 포스터는 화물용 드론을 운영 및 관리하는 드론 공항을 고안했고, 2016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현재 드론공항은 2030년 실현을 목표로, 르완다에서 시범 운행을 예정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나온 설계에 따르면 드론이 안전하고 조용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아치형 구조로 디자인하고, 아프리카의 극단적인 지형과 기후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진흙 벽돌을 사용합니다. 또한 거푸집과 벽돌 프레스 기계를 현지로 수급해 지역의 흙과 노동력을 이용하고, 드론공항 안에 병원, 우체국, 택배회사 등의 기반 시설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활성화 및 경제적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노먼 포스터는 2012년과 2015년 유럽우주국(ESA), 미국우주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달과 화성의 거주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우주의 조건에서 거주자를 보호할 수 있는 주거용 캡슐, 우주선 공항 등 다양한 건축물을 고안하며 과거와 현재의 건축을 넘어 미래의 건축까지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건축가로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과거에 대한 인식과 함께 현재를 설계한다’고 말하는 노먼 포스터. 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혁신적인 건축가로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건축의 의미를 새겨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 환경, 도시, 그리고 우주가 공존하는 건축을 더 많이 보여줄 그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Tipbox]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서울시립미술관과 포스터 +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공동으로 기획한 국내 최초 노먼 포스터 작품 전시회로,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주요 프로젝트 중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지속가능성을 담은 건축 작품과 미래 건축에 대한 그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노먼포스터, 미래긍정, 지속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