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광물이 존재해 왔습니다. 첨단 기술로 가득한 4차 산업혁명시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스마트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할 때는 리튬, 니켈, 희토류 등의 광물 재료가 필요합니다. 청정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광물이 쓰이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IAE)에 따르면 리튬은 2023년 30% 급증했으며, 니켈과 코발트, 흑연 등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AE)는 지속가능한 개발 시나리오를 통해 주요 광물에 대한 수요는 2040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은행그룹도 풍력, 태양력, 지열 등의 에너지 생산과 저장에 30억 톤 이상의 광물과 금속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편,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77억 명에서 100억 명으로 2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인구 증가에 따라 교통, 주택, 위생 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산업 전반이 2032년까지 연평균 4.9%로 성장할 예정이라, 4차산업 핵심 광물 외에도 철광석, 석회석 등 전통적인 광물 역시 계속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세계자원포럼(WRF)은 ‘광물과 금속은 에너지, 건설, 교통, 전자 등 주요 산업의 근간이다. 광업이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 및 광물 채취로 인한 환경 변화가 기후 변화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주요 담론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만큼 광물 채취가 환경과 온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극심한 기후변화를 전 지구가 체감하고 있는 만큼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책임 있게 광물을 채취하고 사용해야만 광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광산업계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광업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 광산업 협의체인 ICMM는 2050년까지 파리 기후협약 목표에 부합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공동선언을 2021년 발표했는데요. 서한에 서명한 28개의 업체는 50개국 650개 광산을 경영하며 전 세계 광업 생산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인 곳들이라 업계의 주목을 더욱 크게 받았습니다. 이들은 ‘Innovation for Cleaner, Safer Vehicles(ICSV)’ 이니셔티브를 통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의 도입과 사용을 늘리는 등 탈탄소화 기술을 공급망 전체에 확대 적용하는 노력으로, 광물 생산이 늘어나도 탄소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점을 약속했습니다.
한편, 2024년 글로벌 기업에 지속가능성 공시 표준을 제시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이 광물 개발 기업을 위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발표했는데요. 이번에 제시된 광업 부문 공시 기준에는 배출, 폐기물, 토지권, 자원권, 기후변화, 아동 노동, 반부패 및 지역사회 참여 등 25개 주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석유와 가스 부문, 농업 부문에 이어 4번째로 출시된 광업 부문 공시 기준은 2026년부터 공식적으로 발효할 예정으로, 공식 발효가 되면 업계의 ESG 및 환경에 대한 책임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지침으로, GRI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은 곧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ESG)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실행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됨
그렇다면 세계 광산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광업 기업 BHP는 ESG 경영에 적극 실천하는 광산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요. BHP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수립하며 온실가스 저배출 기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BHP는 중기 목표로 2030년까지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최소 30%를 감축한 후,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제로탄소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2021년 퀸즐랜드주 탄광 운영에 필요한 전기의 절반을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었습니다. 또한 광산 내 이동 차량을 전기 경자동차를 바꿔 시범 운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2024년 BHP는 호주의 또다른 대형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와 함께 호주에 최대 규모의 제철 전기 제철로(Electric Iron-making Furnace) 시범 공장을 마련하기 시작했는데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전기제철로는 철광석 환원 과정에서 수소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이 낮춰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칠레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 생산 업체인 안토파가스타 미네랄(Antofagasta Minerals)은 물관리를 지속가능성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안토파가스타는 2024년 기준 전체 광산의 물 공급 58%를 해수에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펠람브레스 광산은 초당 400L의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활용 중인데, 앞으로 800L까지 플랜트 용량을 늘릴 예정입니다. 2031년까지 펠람브레스 광산의 담수화 시설 확장을 통해 구리 생산에 필요한 물 수요의 66%를 해수로 충당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폐쇄형 순환 시스템을 도입해 광산 운영 과정에서 사용된 물을 정화해 재활용하는데요. 이 기업은 76% 이상의 물을 재활용함으로써 담수 사용량을 50% 이상 절감하고, 폐수 배출량을 80%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핀란드 기업 아우토쿰푸는 2025년까지 케미(Kemi) 크롬 광산을 세계 최초 탄소중립 광산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우토쿰푸가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연료의 변화입니다. 케미 크롬 광산은 화석연료 대신 네스티가 만든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네스티가 만든 바이오 연료는 사용된 식용유, 식품 산업 폐기물의 동물성 지방과 같은 재생 원료로 만든 디젤입니다. 케미 광산에서 이 재생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 약 1,130만kg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핀란드에서 1년동안 약 4,000대의 자동차를 없앤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합니다. 또, 아우토쿰푸는 현재 기술로 줄일 수 없는 잔여 탄소 배출량을 보상할 방법도 계속해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 안전, 생산성 모두 지키며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 AI나 IT를 접목한 스마트 마이닝 기술도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스웨덴의 광산기업 볼리덴(Boliden AB)이 있습니다. 볼리덴은 크리스티네베리(Kristineberg) 광산에서 세계 최초로 지하 자율주행 트럭을 상용 운영했습니다. 2016년 처음 완전 자율주행차인 볼보 FMX 트럭을 시험 운영했는데요. 이 트럭은 지하 1,320m 깊이의 혹독한 조건에서도 서 7km 거리를 스스로 주행합니다. 또한 GPS, 레이더, 라이다(Lidar) 등 6개 센서로 광산 내부 지형을 매핑해 터널을 통과하는 최적의 경로와 연료 소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후 2024년 볼리덴은 세계 최초로 지하 채굴을 위한 배터리-전기 트롤리 트럭 시스템을 크리스티네베리 광산에 도입해 전기를 이용하고, 채굴 작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출처: https://www.riotinto.com/en/mn/about/innovation/smart-mining
리오틴토(Rio Tinto)도 ‘미래의 광산’이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스마트 마이닝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트럭 운영과 자동화 시추와 드릴 작업을 원격으로 진행해 안전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광산의 실시간 데이터를 모니터링함으로써 광산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광업을 위해 제품의 탄소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 등의 정보를 공개 공급망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협력해 ‘리오 틴토 미래 소재 센터’를 설립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구리 추출 방법을 연구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저탄소 기술의 확산과 지속가능한 광업 관행의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세계은행의 ‘기후 스마트 광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광물 채굴을 지원하는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을 중심으로 ‘녹색광산’ 전환을 유도하는 중입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광물자원의 탐사, 개발, 복구 등 광업 전반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 최근에는 안전 관리, 환경 보전, 광업폐기물 재자원화, 폐광 복구, 대체산업 육성 등에 초점을 맞춰 지속 가능한 광업 조성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약 5%가 광물 생산과정에서 배출되고 있는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해 광업계 탄소중립협의회를 발족시켰으며, ESG 지원 예산을 2023년 2배 이상 고 있습니다. 또, 폐광 환경복구사업에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약 6,000억 원의 예산 먼저 생산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미치는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고,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하는 동시에 자연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석회석 및 고령토를 채굴하는 삼표자원개발 역시 자원 개발 시작부터 운영, 개발 후까지 광산의 전 주기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먼저, 운영 중 지역사회에 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지하 180m 아래에서 석회석을 파쇄하는 노천채광 수항식 채굴법을 도입해 비산먼지 발생을 줄여 지역사회의 대기 환경을 지킵니다. 또, 광산 내 운영하는 중장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지오펜싱, 작업자 안전을 지키는 스마트 안전 태그 관제 시스템, 폐토 야적장의 붕괴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실시간 사면 안전 관리시스템 등 IT를 활용한 스마트 마이닝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현장의 안전을 지킵니다. 한편, 삼표자원개발은 광산에서 채굴한 석회석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시멘트 공장으로 이송하고 있는데요. 이송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밀폐형 구조를 채택해 비산먼지를 차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비산먼지도 더욱더 최소화하기 위해 광산 근처 2만 평 대지에 야생화 꽃씨를 뿌리고 틔워 비산먼지 날림을 막는 동시에 지역 경관을 아름답게 조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