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지속가능한 미래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더욱 강조되는 자연자본 공시

2024-12-17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더욱 강조되는 자연자본 공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으로 자연자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 GDP 50% 이상이 자연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연자본이 파괴된다면 기업들은 심각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자연자본의 손실로 이어짐에 따라, 국제사회는 자연자본 공시 등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며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연=자본, 자연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자연자본

자연자본은 인간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숲, 물, 토양 공기, 광물 등과 같은 자연자원과 생태계 서비스(탄소 흡수, 기후 조절, 생물 다양성 유지 등)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자연은 인류에게 식량을 비롯해 물, 연료, 약품 등을 제공해주고 기후를 조절하고 물을 정화하며 재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등 직간접적인 생태계 서비스를 기업과 사회에 제공하며 다양한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렇게 액수로 따질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자연의 혜택에 주목하고 이를 자본, 자산으로 인식해 경제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죠.

<자연자본의 혜택>

출처: Capitals Coalition, Natural Capital Protocol

세계경제포럼의 신자연경제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경제 생산량의 절반 이상인 44조 달러(약 56,420조 원)의 경제적 가치가 자연 및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인 자연자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자연자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연이 붕괴됐을 때 경제적 가치의 절반이 함께 붕괴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연자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농업, 임업, 어업 및 양식업, 식음료 및 담배, 건설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5개 산업은 총 13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 GDP의 12%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자연자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일수록 자연자본 손실에 의한 재무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겠죠. 이처럼 생물다양성의 감소 및 자연자본의 손실은 인간의 생존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 지출, 자본 접근성 등의 경제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시장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들은 자연자본의 가치를 다시 정의하며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자본의 토대가 되는 생물다양성

생물다양성이란 1980년대 생긴 신조어로 생물학적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의 줄임말입니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유지하는 것은 인류의 삶과 미래에 매우 중요하죠.

현재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은 1,300만 여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매일 70여종씩 멸종하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생물도 약 37,400종에 달해 (2022년 WWF 지구생명보고서), 생물 다양성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인류는 의식주는 물론이고 의약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물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의 붕괴는 기후변화나 코로나 펜데믹 등 보다 인류 생존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 2024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극심한 기상이변과 지구 시스템의 심각한 변화 다음으로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파괴를 향후 10년 간 인류를 위협할 장기적인 위험 요인 중 3위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생물 다양성 손실의 5가지 원인>

출처: Biodiversity and Business: Challenges and good practices

1) 육지 및 해양 사용 변화
2) 과도한 자원 채취
3) 기후 변화
4) 오염
5) 침입종 도입 등

이처럼 지구 생물 다양성 감소 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자연과 생물자원의 이용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생물자원을 지켜나가기 위한 글로벌 협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등 다양한 회의를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전 지구적 행동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자연자본 공시의 시작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7년 유엔환경계획이 생물종 보호를 위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면서부터 국제사회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고, 1992년 5월 케나 나이로비에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등을 목적으로 생물다양성 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 채택되었습니다. 같은 해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158개국이 서명하였고, 우리나라는 1994년 10월 154번째로 가입했습니다.

지난 2022년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되었고, 이곳에서 가입국들은 2030년까지 새로운 전 세계 육지, 해안 및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며 2050년까지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이룬다는 목표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이 총회에서 눈여겨볼만한 점은 바로 자연자본 공시제도 도입입니다. 자연자본 공시는 ‘기업이 자연과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로, 196개국 협약 가입국들이 도입하기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 자율적으로 이행이 이뤄졌던 것에 비해 이제는 자연자본 공시 이행 과정을 조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이행 경과를 검토 받게 되는 절차가 생기게 되는 거죠.

<자연 자본 및 생물다양성 국제사회 논의 현황>

1987년 6월 유엔환경회의(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 생물다양성보존을 위한 국제 행동 계획 수립 결정

1992년 6월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 생물다양성협약 서명

2020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

: 생물다양성 손실,생태계 붕괴 글로벌 리스크 상위 5위 지목

2021년 6월 자연관련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공식출범
2022년 12월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onference of the Parties)

: 자연자본 공시 제도화 국제적 합의

2023년 9월 TNFD 권고안 최종본 확정

 

2022년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자연자본 공시 제도화가 이뤄진 이후, 2023년 9월 자연자본 관련 공시 가이드라인인 TNFD 권고안이 발표되며 자연자본은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TNFD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로, 생물다양성의 감소로 인한 자연 자본의 손실이 기업의 재무적 위험으로 연결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1년 6월 공식 출범했습니다. TNFD는 자연자본과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2023년 9월 자연 관련 위기관리 및 공시에 관한 최종 권고안과, 2024년 6월 산업별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죠. TNFD 권고안은 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기업 또한 자연 관련 위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부각시키며 동시에 기업에게 기후변화에 이어 자연 자본 및 생물다양성 관리라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연자본이 글로벌 규제 이슈로 부각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과 투자자들도 자연자본 공시를 핵심 사업전략 등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매켄지(Mckinsey)는 자연자본 손실을 해결하는 기업 활동이 기업의 탈탄소화 활동과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이러한 기업 활동이 2050년까지 자연자본을 회복의 길로 이끄는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사들이 기업의 생물다양성 영향 정도를 평가해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밝힘에 따라, 해외 투자나 수출 위주의 기업은 물론 이외 다른 기업들 또한 생물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자연자본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와 공통된 인식 아래 자연자본 공시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2024년 초 환경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및 자연자본 공시를 준비 중인 기업과 법무 회계법인으로 구성된 자연자본 공시 협의체를 결성했습니다. 자연자본 공시와 관련한 국제 동향 및 정보를 공유하고 자연자본 공시 대응을 위한 지침서 작성과 함께 실무자 교육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연자본 공시 대응을 위한 기업의 선제적 준비 필요

자연 자본 및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 기준의 기본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TNFD의 권고안은 기업이 비즈니스와 자연 자본 간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 LEAP(Locate, Evaluate, Assess, and Prepare) 접근 방식을 통해 기업이 자연 관련 의존성, 영향, 위험 및 기회(DIRO)를 평가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요. 기업은 LEAP 접근법을 참고하여 기업과 관련된 자연과의 접점을 식별하며(Locate), 기업이 자연자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와 그 영향을 측정하고(Evaluate), 기업에 미치는 위험 및 기회(Assess)를 평가하며, 이에 대한 대응 및 공시를 준비하는(Prepare) 단계별로 내부 실사를 평가해 자연자본 공시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LEAP 접근법의 구성요소와 평가 프로세스>

출처: TNFD (2023)

현재 전 세계 502개 기업이 TNFD 권고안에 따른 공시를 약속했다고 발표했는데요. TNFD 권고안 발표 전 자연자본에 중요성을 먼저 인식해 선제적 대응을 해나가고 있는 해외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일본은 총 117개 기업이 자연자본 공시에 참여의사를 밝히며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본 주류음료 기업인 기린(KIRIN)은 자사에 유리한 자연자본 공시 기준 확립을 위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적극 참여하고 뿐만 아니라 2022년 1월에는 자연 관련 재무 공개 전담반 포럼에 참가하고, 환경보고서 2023에서 TNFD 체계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정보와 자연자본 정보를 통합한 환경 경영정보를 공개하며 자연 자본 평가과정에서 사업 활동이 자연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2024년 국제적인 비영리 단체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실시하는 조사에서 최고 평가인 물 보안 A리스트를 획득했고, 제5회 일본 ESG 금융상 환경 지속기능기업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자연자본 공시를 시행하며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매체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전기회사 NEC는 2023년 7월 일본 IT업계 최초로 TNFD 보고서를 발행해 자연자본 관련 기업 정보 공개에 앞장서며 자연 친화적 경영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임업기업인 포리코(Forico)는 2021년 호주 최초로 ‘자연자본 보고서 2020’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산림 관리인과 지속가능성 전문가, 환경 회계사, 자원 정보 분석가로 팀을 구성해 자연자본의 영향을 정량화했으며, 2023년 10월에는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와 TNFD 권고 사항에 부합하는 자연과 기후 관련 재무 공시를 담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기후와 자연 문제에 대해 통합된 방식으로 기업 보고하는데 있어 다른 가업에 유용한 예가 될 것으로 평가 받았는데요. 이 같은 적극적인 활동으로 2022년 미래금융상에서 지속가능성을 재무 의사결정에 통합한 조직을 인정하는 상(Embedding an Integrated Approach)을 수상했고, 2023년 3월 뱅크시아 재단의 국가지속가능성 시상식에서 중소기업 지속가능한 리더십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기업에 자연자본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어감에 따라 자연자본 공시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U는 2024년부터 시행될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하위 규정인 유럽지속가능성 보고 기준(ESRS)에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의무 공사 항목에 포함했습니다. 기업들은 ESG 공시와 함께 중대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자연자본공시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와 관련된 지속가능한 경영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와 기업의 미래 핵심요소로 손꼽히는 자연자본 관리.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기준이 될 자연자본 공시에 대한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TNFD, 생물다양성, 자연자본공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