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함께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 현상은 각 나라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기존의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는 늘어난 식량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데요. 인류가 직면한 이와 같은 식량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푸드테크’입니다.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푸드테크는 식품의 생산과 유통, 조리, 소비 등을 포함한 기존 식품산업 전반에 바이오기술(BT),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이 더해져 효율을 높인 신산업 분야를 의미합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의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약 26%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분야가 바로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축산업 분야인데요. 이는 전체 운송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만큼 인간에게 고기와 우유, 달걀 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 단백질 시장은 축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식량 자원 관리와 환경보호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성장하게 된 경우입니다. 2022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처음으로 푸드테크가 큰 관심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버섯균을 활용한 대체육 제품을 선보인 미국 기업 ‘마이코 테크놀로지((Myco Technology)’와 자체 발효기술로 만든 대체 단백질 버거 패티, 크림치즈 등의 제품을 소개한 스타트업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의 등장 역시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23년 글로벌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인 ‘스타트어스 인사이트(StartUs Insights)가 약 5천여 개의 전 세계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분석해 발표한 10대 유망 트렌드에서도 대체 단백질은 2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 뒤를 건강기능식품, 이커머스를 이용한 신선식품 배송, 식품 안전 및 품질 관리, 맞춤형 식품영양 데이터 분석 등이 잇고 있지만 대체 단백질의 영향력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만큼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고, 그들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재료와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대체 단백질이 당분간 푸드테크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 2024년 10대 유망 푸드 테크의 트렌드별 영향력
동물 기반의 단백질을 대신하기 위해 등장한 대체 단백질의 주요 원료로는 식물, 곤충, 버섯, 효모 등의 미생물, 해조류 외에도 실험실에서 배양된 단백질인 배양육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체 단백질 중 현재 가장 대중화된 형태인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 제품으로는 완두콩이나 녹두 등의 콩을 활용해 전통적인 육류 맛이 나도록 모방한 식물성 대체육(Plant-based Meat)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나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식품 첨가제로도 생산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제품들이 전체 대체 식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8.9%로 압도적인 수준을 자랑합니다.
현재 식물성 단백질 기반 대체 식품을 생산하는 대표기업으로는 미국의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있습니다. 비욘드 미트는 지구 온난화와 동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2009년에 설립된 회사입니다. 콩이나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함께 배양해 일반적인 육류의 식감과 향을 그대로 구현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렇게 생산된 식물성 대체육은 현재 우리가 잘 아는 서브웨이나 KFC, 던킨 도너츠와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와 테스코, 홀푸드 등의 도소매 마켓에 납품되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기업 중에는 일명 ‘해초 베이컨(Seaweed Bacon)’으로 불리는 식물육 베이컨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이르게 한 기업 ‘씨모어 푸드(Seamore Food)’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들은 해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는 환경친화적인 생물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를 활용한 수산물 대체육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초 베이컨은 물론,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파스타와 빵, 스낵류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기존 동물성 우유를 대신해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대체 우유와 식물 기반 유제품까지 등장하며 시장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2023년 미국의 식물성 우유 매출은 2019년 이후 81%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아몬드나 귀리로 만든 대체 우유, 코코넛으로 만든 대체 크리머, 동물성 치즈 대신 케일이나 캐슈너트, 바질 등으로 만든 페스토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입니다. 대체 우유는 유당불내증이나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소바자들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고,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은 적고 필수 영양소는 풍부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또,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기존 유제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적어 환경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체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으로는 스웨덴의 ‘오틀리(Oatly)’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귀리, 아몬드, 코코넛 등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우유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대체상품 등을 생산하며 유럽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습니다. 전체 대체 식품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45%)을 차지하고 있는 북미에서도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 추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욘드 미트와 함께 식물성 대체육 기업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가 최근 식물성 치즈 생산을 위한 개발에 착수했고, 또 다른 대체 식품 기업인 ‘퍼펙트 데이(Perfect Day)’ 역시 소에서 추출한 발효유 단백질을 이용해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등의 유제품과 빵, 단백질 보충제 등의 관련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향후 미국의 대체 단백질 시장 규모를 2022년 42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7.6%의 성장세를 보이며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현재까지는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대체육의 시장 점유율이 배양육에 비해 월등하게 높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오히려 배양육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2020년 전 세계 최초로 배양육 치킨 판매를 허용한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도 지난해 6월부터 배양육으로 만든 메뉴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고, 이스라엘 역시 올해 1월부터 자국 스타트업 ‘알레프 팜스(Aleph Farms)’의 배양 소고기 판매를 승인하며 규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도 법률적인 보완과 정비를 거쳐 수년 내에 배양육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향후 대체 단백질 시장의 중요한 한 축이 될 배양육은 동물의 특정 부위에서 세포를 떼어낸 후 근육줄기세포를 채취, 성장촉진인자가 풍부한 배양액에 담아 키우는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초기에는 소의 태아에서 추출한 혈청을 배양액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네덜란드, 이스라엘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소의 태아 혈청을 대체할 무혈청 배양액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배양육의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포 성장 속도도 기존 배양액보다 2.5배 정도 빨라 배양육의 상품화와 시장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배양육 시장을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 가운데, 앞서 언급한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알레프 팜스의 행보는 특히 주목할 만 한데요. 소의 세포를 배양시켜 생산한 알레프 팜스의 인공 소고기는 스테이크의 질감과 맛, 모양까지 유사하게 구현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을 넘어 아시아와 중동 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표 식품기업인 CJ도 알레프 팜스에 투자하는 펀딩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 중 정부 정책 차원에서 배양육 시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싱가포르에는 육류를 넘어 아시아 지역 최초로 새우, 생선 등의 수산 배양육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시옥 미트(Shiok Meat)’가 관련 시제품을 출시하거나 연구 중에 있으며, 2013년 세계 최초로 햄버거 패티용 배양육을 개발한 네덜란드의 ‘모사 미트(Mosa Meat)’도 주로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며 배양육의 대량 생산과 상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배양육과 유사한 형태의 세포 배양 기술을 통해 생선의 맛과 식감을 모방한 수산물 배양육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블루날루((BlueNalu)’는 수산물의 근육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효소 단백질로 처리하여 배양한 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식품으로 제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요. 유전자 변형 없는 다양한 종류의 수산물 배양육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세포 배양 참다랑어(참치), 도미, 방어 등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미국 내 인증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15년 7개에 그쳤던 전 세계 배양육 기업의 수도 2023년 기준 174개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배양육의 상품화, 대중화는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격 면에서도 전통적인 방식의 기존 축산 제품 가격과 비교해도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생산 비용을 대폭 줄인 상황입니다. 환경 보호나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도 배양육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또한 존재합니다. 배양육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나가는 일과, 각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배양육 관련 규제 완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선행된다면, 우리집 저녁 식탁 위에 배양육 소고기 스테이크와 닭가슴살 샐러드가 올라올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