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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도시, 세계의 에너지 자립 마을

2024-07-02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도시, 세계의 에너지 자립 마을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 1/3은 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전년대비 늘어난 전력 수요의 80%를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대체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설 용량은 2022년 대비 약 50% 증가했으며, 향후 5년간 급속도로 증가하며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도 에너지 수요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에너지 자립 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직접 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하기도 하고, 에너지 절약 생활을 실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적응해나가고 있는데요. 2000년 초반부터 계속해서 세계 곳곳에서 조성되고 있는 에너지 자립 마을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오늘날까지도 남다른 세계 최초 에너지 자립 마을, 영국 베드제드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영어 약자인 베드제드(BEDZED, 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는 2002년 9월 조성된 영국 런던 서튼의 에너지 자립 마을입니다. 런던 중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영국 건축가협회가 선정한 건축상, 런던 리빙 시티 엑스포 건축상 등 굵직한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친환경 주거 단지로 인정받기도 했는데요.

대도시의 주상복합 아파트 못지않은 편의성을 갖추고 있어 겉으로 보기에 진짜 친환경 에너지만 활용하는 도시라고 믿기엔 어렵지만, 실제로 곳곳엔 고효율 에너지 비법이 숨어져 있습니다. 베드제드의 건물을 살펴보면, 가정집과 사무실이 섞여 있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베드제드는 중앙난방 시스템이 없고, 지붕과 유리창 곳곳에 태양광과 태양열을 모으는 집전판으로 햇빛을 통해 난방을 해결합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북쪽을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건축 초기부터 고민한 결과, 남쪽은 가정집으로, 북쪽은 주로 낮에 사용하고 사무기기의 열이 발생하는 사무실로 조성했습니다.

또, 베드제드 건물은 3중 유리창에 30cm 단열재가 들어간 두툼한 외벽으로 겨울에는 안의 온기를 바깥으로 빼앗기지 않고, 여름에는 선선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효과를 냅니다. 지붕에는 바람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구조물을 설치해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에 유입시키는 통로가 되는 동시에 건물 내부 온도를 조절합니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등의 자료에 따르면 베드제드 가구당 연평균 사용 전력량은 서튼 지역의 다른 가구들과 비교해 55% 수준에 불과합니다.

영국의 경우,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입니다. 베드제드는 평균 100가구 건물에 마련되는 160면의 주차 공간 대비 60%인 100면의 주차 공간만 만들고, 주차장 이용자에게는 큰 연간 주차비를 부담시키는 등 차량 의존도를 낮추는 여러 조치를 두고 있습니다. 모자란 차량 수요는 우리나라의 차량 공유 앱과 비슷한 시티카클럽 카 클럽을 도입해 해결하고 있고요. 이런 베드제드의 시스템은 주민들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하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자연과의 공생, 주민의 상생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마을, 미국 벌링턴

미국 몬트주에 위치한 인구 4만 명의 도시 벌링턴은 여름엔 캠핑, 가을엔 단풍,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천혜 자연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넘어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등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을 계속해서 지켜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벌링턴의 전기는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됩니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이 지역을 이끌던 버니 샌더스 전 벌링턴 시장 취임 이후 여러 정책을 펼쳤는데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현재 바이오매스 에너지(44%), 수력에너지(33%), 풍력에너지(22%), 태양열에너지(1%)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burlingtonelectric.com/mcneil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매스는 석탄이 아닌 우드칩(나무조각)을 태우는 맥닐발전소에서 생산됩니다. 이 우드칩은 산업과 가정의 폐기물을 재료로 하는데, 별도의 벌목 없이 버려지는 나무들과 시민들이 버린 각종 가구들도 재료가 됩니다. 외부에서 들여오는 폐목재도 하루에 한 번 철도로 운송하는 원칙을 세우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최소화합니다. 우드칩을 태운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도 여러장비를 통해 철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요.  벌링턴의 대기오염은 버몬트주 기준치의 10분 1로, 연방 기준치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다음으로 큰 비중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곳은 위누스키 원 수력발전소입니다. 발전소 건설로 인해 강의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댐으로 인해 귀로가 막힌 물기를 상류로 옮겨줄 수 있도록 물고기 승강기를 설치했으며, 발전소 직원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산란기에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숭어, 연어 등을 잡아 댐 상류에 방류하는 등 자연친화적인 댐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

생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시티마켓은 벌링턴의 지속가능 정책의 상징입니다. 시티마켓은 1970년대 초 벌링턴 교외 한 사무실에서 유기농과 지역 농산물을 집단구매 해 소비하는 방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2년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이 이곳에 입점하려 하자 시의회는 이를 막고 시티마켓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비싼 유기농이나 지역 농산물 외에도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값싼 상품도 함께 파는 조건을 내걸며 지역상생을 이끌었습니다.

 

쓰고도 남는 전기를 판매하는 태양광 마을, 독일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내에서 가장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곳곳에서 태양광발전 시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태양광의 도시답게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회전하는 주택 ‘헬리오트롭’, 자연재료로 건축하고 주거지역에 차량을 통제하는 생태주거단지 ‘보봉’ 등도 있지만 이곳의 잉여 에너지 주택이라고 불리는 ‘슐리어베르크 태양광 주택단지’가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By Andrewglaser at English Wikipedia,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7074839

슐리어베르크 태양광 주택단지는 태양 건축가 롤프 디쉬가 개발한 헬리오트롭의 건축기술을 적용해 건물 자체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태양광 에너지 전력은 4,0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주민들이 충분히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지역 발전소에 판매하기도 합니다.

또한 건물의 설계 과정에서 계절별 태양의 각도를 고려해 여름에는 빛을 좀더 차단하고 겨울에는 빛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으며, 3중 유리를 통해 단열효과를 높였습니다. 설계 당시 건축비는 일반주택과 비교해 15%가량 비쌌지만, 에너지 소비를 8% 절감할 수 있습니다.

도시가 친환경을 추구하게 된 것은 2차세계 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포도주와 목재를 주로 생산하던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의 반대로 원전 건설 계획은 중단되었고, 이 운동을 주도했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으며 오늘날의 도시를 형성했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에서 인구 1,000명당 자가용을 소유한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이기도 한데요. 친환경 이동수단인 자전거 중심으로 교통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자전거가 주로 다니는 육교 옆에는 ‘모빌레’라는 공간을 마련하는데요. 자전거 바퀴 모양을 띈 이 건물은 자전거 주차장, 자전거 판매 및 수리점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또한 유치원부터 생태계 체험을 위한 에코스테이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1호 에너지 자립 마을인 충남 공주 월암리 도농복합형 에너지 마을, 에너지 자립섬인 진도 가사도와  홍성군 죽도, 충남 홍성군 원천마을, 강원 홍천군 소매곡리 등 소단위 마을이나 섬에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링턴, 베드제드, 에너지자립도시, 헬리오트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