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산업은 늘 새로운 재료를 찾아왔습니다. 더 튼튼하고, 강하고, 오래가는 소재를 말이죠. 건축계는 단순히 견고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환경과의 조화는 물론,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미래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이끌 혁신적 건축 재료를 원하고 있는데요. 벽면 전체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거대한 유리창이 되거나, 생명공학 기술로 스스로 자라나는 유기적인 건축 재료가 건물을 구성하고, 보이지 않는 막이 완벽한 단열효과를 제공하는 세상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시의 풍경과 우리의 삶을 바꾸며, 인류의 미래를 새롭게 이끌어나갈 변화의 중심에 선 차세대 건축자재들을 살펴봅니다.
미래형 건축재료를 개발하는 일은 지속 가능한 환경과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혁신적 건축 신소재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글로벌 차세대 건축자재 시장 규모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Verified Market Reports는 차세대 건축 자재 시장이 2022년 약 223.5억 달러에서 2030년 약 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약 79%)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약 7.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출처: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
차세대 건축 자재 시장에서는 특히 중국과 인도가 성장 잠재력이 있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도시가 빠르게 커지고, 도로·철도·산업단지 같은 대형 인프라 공사가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건축 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형 신소재 건축자재가 각광받고 있는 흐름 속에서도 특히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과, 균사체 기반 바이오 자재, 초단열 에어로겔, 그리고 그래핀 소재를 눈여겨볼만 합니다. BIPV 시장은 글로벌 건설사 및 에너지 기업의 투자로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으며, 다른 미래 소재들보다 성장 속도와 시장흡수력이 높습니다. 균사체는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적고, 기존 자재 대비 경량 및 고단열이 가능하죠. 에어로겔은 현존 소재 중 가장 낮은 열전도율을 구현해 고효율 건물설계 필수 자재로 부상하고 있고, 그래핀은 높은 강도와 전도성을 바탕으로 콘크리트를 보강하는 등 여러 응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로에너지 빌딩(ZEB)인증 제도와,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설치의무화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Power System: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산지와 고층건물이 밀집한 우리나라의 환경적 특성상 BIPV는 꼭 필요한 미래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으며 현재 많은 기관 및 기업들이 상용화를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기존 태양전지의 가장 큰 한계였던 불투명성을 극복한 ‘투명 태양전지’가 등장하며, 도심형 태양광 시대를 여는 기술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출처: 울산과학기술원, 후면전극형 투명 태양전지 모듈
작년 8월, 울산과학기술원(이하 UNIST)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유리처럼 투명한 고효율 실리콘 태양전자 모듈 개발해 성공했습니다. UNIST 연구팀은 모든 전극을 태양전지 뒷면에 배치하는 특별한 ‘올백컨텍트 구조(all-back-contact)’를 설계했습니다. 보통의 태양전지는 앞쪽에 금속선이 보여 투명하게 만들기 어렵지만, 올백컨텍트 구조는 앞면이 깨끗하게 비어있어 유리처럼 투명하게 만들 수 있죠. 기존 태양전지는 어둡고 탁한 색깔을 띠고 있어 건물이나 자동차 전면 유리, 선루프 등 외관이 중요한 영역에 적용하기 어려웠는데, 전면을 완전히 깨끗하게 비움으로써 유리처럼 투명한 셀 구현에 성공해 유리창이나 모바일 기기까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지 된 겁니다.
셀 하나를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인 올백컨텍트 기술 외에도, 연구팀은 여러 개의 셀을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심리스 모듈화(seamless modularization)라는 새로운 기술도 개발했는데요. 여러 개의 작은 태양전지를 금속선 없이 깔끔하게 이어붙이는 방법으로 미관을 해치지 않고, 유리처럼 깨끗한 모양을 유지할 수 있죠. 이 방식으로 제작된 16cm² 투명 태양전지 모듈은 약 20%의 투과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14.7%의 발전 효율을 기록했으며, 셀 단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15.8% 효율을 달성했습니다. 두 가지 기술이 합쳐지면 외관 완성도가 극대화되는 것은 물론, 내구성이 강화되며 물, 먼지, 충격이 들어갈 틈을 최소화해 방수, 방진 등의 성능도 향상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자연 빛만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데 성공했고, 앞으로 투명 태양전지를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이나 건물 유리창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덴마크 CitySolar의 유기·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투명전지(차세대 창문용 투명 태양전지)나, 일본 파나소닉의 준투명 BIPV 패널(건축용 유리에 직접 적용이 가능한 BIPV용 유리)처럼 상용화에 가까운 시도도 계속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균사체는 버섯의 뿌리처럼 생긴 섬유 조직으로, 목재 부스러기나 농업 폐기물 같은 유기 재료를 연결해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한마디로 자연이 스스로 만든 살아있는 접착제라고 할 수 있죠. 유기 재료와 균사체 균주를 함께 금형에 넣어 배양하면 블록이나 패널처럼 원하는 모양의 형태로 건축 자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균사체로 만든 벽돌은 가볍고 단열성이 높고, 사용 후 자연스럽게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인 건축 재료로 각광받고 있죠. 세계적으로 신뢰도 높은 저널인 JMCA에 2025년 발표된 논문(Mycelium–coir-based composites for sustainable building insulation)에 의하면 코이어(coir)라는 재료를 섞었을 때 단열과 강도가 더욱 좋아진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균사체는 유기물을 먹고 자라면서 실과 같은 망을 형성하여 재료들을 묶어주는데, 이러한 생물학적 결합력이 콘크리트나 철강 같은 전통 건축재료 만큼 견고하지 않아 큰 힘이 가해지면 쉽게 파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균사체 블록은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보강재나 별도의 골조가 필요했죠. 지난 2023년 PLP Architecture 산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균사체 기반의 모듈식 블록을 개발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균사체 벽돌을 ‘튼튼한 모듈형 벽돌’, ‘차세대 탈탄소 건축자재’로 소개하고 있는 PLP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목재 기반 외부 구조체 안에 톱밥이나 볏짚 같은 기질과 균사체를 채워 성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내부에서 서로를 연결하며 자라는 균사체는 배양이 끝난 뒤, 낮은 온도에서 열처리를 통해 성장을 멈추게 하고, 형태를 고정하며 굳히는 시간을 가지죠. PLP는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구조체를 균사체와 통합하여 사용함으로써, 이전 사례들이 겪던 형태 및 구조적 안정성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또한 제작한 균사체 블록을 실제 건축 프로젝트에 시험 사용하며 경량성과 환경 친화성을 검증하기도 했습니다. 균사체 건축 모듈의 큰 잠재력에 주목해 해외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균사체 기술분야의 선도기업인 에코베이티브 디자인(Ecovative Design)은 균사체 기반의 제품들을 개발하며 가구나 단열 패널, 임시 건축 구조물까지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PLP Architecture, Clerkenwell Design Week 2023 전시 사진
하지만 균사체는 살아있는 생명체 활동으로 만들어져, 대량 생산 시 품질 및 강도 일관성 확보가 어렵고, 수분·온도 변화에도 민감하다는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는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현재 균사체는 주로 실내 마감재나 전시용, 임시 시설처럼 구조적인 역할이 덜 중요한 곳에 쓰이고 있으며, 야외에 노출되거나 무거운 하중을 지탱하려면 아직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균사체 벽돌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탈탄소 건축자재로서 단열성과 재생가능성이라는 독보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래 지속 가능한 건축의 변화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꼽히는 에어로겔은 미래 건축자재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획기적인 소재입니다. 1931년 스티븐 크리슬러(Samuel S. Kistler)가 젤에서 액체를 빼내고 공기로 채우는 방법을 발견했고, 이후 공기를 고체화한 구조로 발전해 왔죠. 즉, 에어로겔은 젤의 틀은 유지하되 내부 액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기체가 들어가도록 한 구조입니다. 이름도 공기를 뜻하는 에어(air)와 젤(gel)을 합친 에어로겔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출처: NASA/ JPL–Caltech
얼어붙은 연기나 구름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만지면 딱딱한 스티로폼 같은 질감의 에어로겔은 수많은 공기주머니(99.8%가 기체로 되어 있음)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가벼운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또한 얇은 공기층을 형성해 물의 통과를 막는 소수성 성질을 가지고 있어 방수도 되며, 제조방식에 따라 1,000°C 이상의 고열에도 견디는 뛰어난 단열성을 가지고 있죠. 에어로겔은 높은 강도를 자랑하기도 하는데요. 가느다란 고체들이 실처럼 얽혀있는 나노 구조로 되어있어, 500g으로 소형자동차 정도 지탱할 수 있습니다.
에어로겔이 특히 건축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단열성능 덕분이죠. 실리카겔의 열전도율은 흔히 쓰이는 우레탄폼이나 페놀폼보다 낮아, 전통 단열재보다 훨씬 얇은 두께로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단열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외벽 두께를 줄여야 하는 리노베이션 현장이나 공간이 비싼 도심 주거지 등에서 매우 실용적인 재료입니다. 유리 재료로 만든 에어로겔은 유리와 무게 비교 시 1/750에 불과하지만, 유리보다 소리 전달도 적고, 단열 성능이 60~70배 이상 좋은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명도까지 확보한 에어로겔은 단열창이나 채광창에 적용해 열손실을 줄여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낮출 수 있죠. 실제로 MDPI에 실린 논문(Study of Energy Saving Using Silica Aerogel Insulation in a Residential Building)에서는 실리카 에어로겔 복합 단열재를 주택 벽과 창에 에어로겔 단열을 적용했을 때, 전통 단열재를 쓴 건물보다 열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하도 했습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건축용 에어로젤 단열재의 성능평가방법 국제표준화에 관한 보고서), 여러 형태의 에어로겔 단열재
실제로 건축계에서는 에어로겔을 단순한 실험용 소재가 아니라, 실사용 건물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데요.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학교는 오래된 F. A. Finger 연구소 건물을 보존하면서 에너지 리노베이션을 진행(2018~2020년) 했습니다. 적용된 에어로겔 렌더는 두께가 약 30㎜로 매우 얇지만, 역사적 외관을 거의 변경하지 않으면서 단열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문화재 보존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한 대표적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출처: HASIT, 바우하우스 대학교의 리노베이션 이전 모습과 현재 모습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재료과학 연구기관 중 하나인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는 건축 분야에서 에어로겔의 혁신적인 적용 사례를 발굴하며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에어로겔 건축상(Aerogel Architecture Award)을 주최해오며, 에어로겔 랜더(외벽용 얇은 도포 단열재)를 활용해 오래된 석조 건물을 보수한 프로젝트들이 다수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외관을 보존해야 하는 역사적 건물부터 고효율을 요구하는 현대 건축까지 폭넓게 적용할 여지가 큰 에어로겔. 그렇다고 현재의 에어로겔이 완벽한 건축재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꿈의 소재’라 불리는 에어로겔이지만 다공성 구조 때문에 외부 충격에는 약하다는 점과, 제조 비용이 높고, 시공 과정에서 절단 및 고정이 까다롭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제조공정 개선과 비용절감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일반 자재처럼 실질적으로 활용되며 그 적용 범위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핀은 단일층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강한 2차원 소재입니다. 벌집 모양의 육각형 구조로 배열된 탄소 원자들이 얇은 막을 이루고 있으며, 강철보다 200배 강하면서도 6배 가볍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도성이 높아 현대 재료 과학이 발견한 가장 혁신적인 신소재 중 하나로 꼽히고 있죠. 그래핀은 이론적으로 존재하긴 했지만, 실제 단일층을 분리해 독립 물질로 확인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에 연구팀에 속해있는 안드레가임, 콘스탄튼 노보셀로프 교수가 처음으로 그래핀 분리에 성공하며 그래핀의 성질 또한 정확하게 세상에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래핀 분리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죠.
그래핀은 건축 재료로서의 가능성도 크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래핀이 콘크리트와 만나면 그 효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인데요. 균열에 취약하고 장기간 사용하면 성능이 저하되는 콘크리트에 그래핀을 극소량 첨가하면 콘크리트 내부의 미세한 틈이 메워지며 구조 강도와 내구성이 크게 향상됩니다. 압축 강도는 최대 40%까지 상승하죠. 무게는 가벼워지고, 내진성은 높아진 더 강한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또한 그래핀은 높은 전도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건축물 자체가 센서역할을 하도록 설계할 수 있어서 스마트 기능을 가진 건축 자재로서의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벽면이 균열을 감지해 스스로 알려주는 구조 모니터링 시스템, 실내·외 온도 변화에 반응하는 스마트 외피, 투명하면서 동시에 전기를 통하는 창호 시스템까지 전기 신호 변화를 통해 균열 발생이나 구조적인 이상을 감지하는 ‘셀프모니터링’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이것이 바로 그래핀이 건축 분야에서 미래 건축 설계의 폭을 넓히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2010년 초반부터 여러 나라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그래핀이나 그래핀옥사이드를 콘크리트에 소량 섞으면 강도와 균열 저항성이 향상된다는 결과들이 꾸준히 보고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래핀 가격이 매우 비싸고, 미세한 입자를 콘크리트 속에 균일하기 퍼뜨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2020년 미국 라이스대학교 연구팀은 플래시 그래핀(Flash Graphene)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대량의 그래핀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래시 그래핀은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 같은 탄소 기반 폐기물을 짧은 순간에 매우 높은 온도로 처리해 그래핀으로 전환하는 방식인데요. 이를 시멘트에 섞어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실험을 통해 그래핀을 포함한 시멘트가 일반 시멘트보다 강하고 오래 버틸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술의 차별점이자 성과는 그래핀의 생산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개선해, 실제 건설 재료로의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폐플라스틱이 플래시 그래핀으로 변하는 단계과정>

출처: 미국 라이스대학교, (폐플라스틱 → 분쇄 → 카본 블랙 혼합 → 초고전류 플래시 가열로 터보 스트래틱 그래핀(그래핀의 구조 생성)
그래핀은 아직 대형 건축물 전체에 폭넓게 쓰일 정도로 완전히 상용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나라에서 파일럿 규모의 현장 적용이 하나둘 늘어나며 기술 가능성이 빠르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영국 맨체스터의 그래핀 엔지니어링 혁신센터(GEIC)는 그래핀을 섞은 콘크리트를 체육관 바닥과 산업용 슬래브에 직접 타설하며 성능을 검증했고, 도시 재생 사업인 메이필드 구역에서도 같은 기술을 활용해 실사용 구조물에 적용했습니다.

출처: UK Construction Online, 위키피디아
캐나다에서도 Bio Graphene Solutions가 건설사와 협력해 그래핀 강화 콘크리트 파일럿 타설을 진행했는데, 시멘트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기존 콘크리트 강도를 유지하는 결과를 얻어 건설 탄소 절감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구조물 시공보다는 연구와 실증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1년 접힘이나 주름이 없는 무결점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하며 그 성과가 네이처에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로드니 루오프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무려 7년간 이어온 장기 연구의 결실이었죠. 지금까지 만든 그래핀은 틈이 생겨서 완벽한 성능을 구현하기 쉽지 않았는데, 무결점 그래핀을 통해 넓은 면적도 한 번에 만들 수 있어 실제 산업에 다양하게 활용하기 쉬워진 겁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그래핀이 실제 건축물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그 사례가 늘수록 현장 데이터가 축적되며 건설 분야의 신뢰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 흐름은 더 이상 그래핀이 미래형 건축 재료로 머무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실증과 안전 및 환경 영향 검증과 기준 마련 등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면 그래핀은 건축 분야의 핵심 혁신 소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 나라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신소재들이 현재진행형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PlasticRoad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듈형 도로 구조체를 개발해 히트호른(Giethoorn) 자전거도로 등에 실제 파일럿 시공을 진행했죠.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생분해성 3D 프린팅 구조체 ‘페록(Peroc)’은 사용 후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친환경 건축 소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버려지는 달걀껍데기 역시 주목받고 있는데, 껍데기에 풍부한 탄산칼슘이 시멘트 성분과 비슷해 일부를 대체할 수 있고, 수분 반응을 통해 시멘트의 수화를 촉진하고 CO₂ 배출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소재들은 단순히 기술적인 혁신을 넘어, 건축의 환경 성능과 완성도, 에너지 효율 등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재료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환경 부담도 낮추는 소재들이 늘어나며 건축 재료의 스펙트럼 또한 한층 넓어지고 있죠. 신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해 미래의 건축은 더 지능적으로 진화하며, 효율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건축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