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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2035년 탄소중립을 향한 핀란드의 에너지 넷제로

2025-08-05

2035년 탄소중립을 향한 핀란드의 에너지 넷제로

‘집에서 사우나는 일주일에 한 번만’ 2022년 핀란드에서 실제로 벌어진 에너지 절약 캠페인의 구호인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와 전력 공급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핀란드는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 여파로 국민들에게 일상 문화인 사우나의 횟수를 줄이자는 권고까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았는데요. 재생 에너지 확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공급 전환을 통해 에너지 구조를 빠르게 전환해 단 1년 만에 전력 자급률을 약 96%까지 높였고, 전력 도매가는 64%나 하락해 평균 56.5유로(MWh) 수준까지 안정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기후변화법도 개정하며 2035년 탄소 중립과 2040년 탄소 네거티브 달성을 세계 최초로 법제화했습니다. 사실 핀란드는 1990년 세계 최초 탄소법을 도입한 나라로 기후변화 대응에 언제나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왔는데요.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핀란드의 탄소중립 정책과 에너지 산업을 살펴봅니다.

 

법제화로 지속 가능한 기후 정책의 환경 조성

핀란드는 1990년대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의 법제화에 꾸준히 힘써온 나라입니다. 그 첫번째 사례가 1990년 1월 세계 최초로 도입한 탄소세인데요. 이 탄소세는 모든 화석 연료의 탄소 함량을 기준으로 부과되었으며, 당시 이산화탄소 1톤당 약 1.12유로의 세율이 매겨졌습니다. 다만 초창기 이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일부 화석연료, 주요 수출 품목인 목재산업, 제조용 투입 연료 등에서 세금이 면제되는 한계도 있었으나 1997년, 2007년, 2011년 혁신안을 발표하며 탄소세와 에너지세를 통합하고 세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습니다. 현재 핀란드에서는 이산화탄소는 톤당 18.05유로, 탄소는 톤당 66.2유로의 세금이 부과되며 선도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이탄: 토지 표면에서 만들어지는 석탄의 한 종류

핀란드는 2015년 기후변화법을 재정하기도 했는데요. 이 법은 핀란드 최초로 기후 대응과 장기 목표를 법적으로 규정한 사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8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기후변화법을 개정하며 핀란드는 1990년 수준에 비해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80%, 2050년까지 95%의 배출량 감축이라는 좀더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2035년 탄소 중립, 2040년대 탄소 네거티브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개정된 기후변화법은 탄소 네거티브 달성을 세계 최초로 법적으로 의무화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한편, 핀란드 정부는 매년 연례기후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향후 15년간 정책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를 분석하며 정책 실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 역할을 합니다. 또한 독립적인 전문가 자문 기구인 핀란드 기후변화패널을 운영하는데요. 정부의 기후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목표 수립에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자문을 제공합니다. 특히 지난 2022년 기후변화법 개정 당시, 주요 감축 목표 설정에도 중대한 기여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탄소 네거티브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에너지 산업

핀란드의 기후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분야는 에너지 산업의 혁신인데요. 2023년 기준, 핀란드는 전체 전력의 약 94.6%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같은 저탄소‧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이 중 원자력이 42.3%를 차지하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킬루오토 3호기의 가동은 국가 전력의 11%를 책임지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방사성 폐기물 관리도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세계 최초의 핵연료 최종 처분 시설인 ‘온칼로(Onkalo)’는 지하 500~1,000m의 화강암층에 폐기물을 격리해 안전성을 높인 설계로 2024년 시험 가동을 시작했고, 현재 운영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자국 내 폐기물은 자국이 책임진다”는 핀란드의 원칙을 실천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인데요. 핀란드 국책 연구기관 VTT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회사 ‘스테디 에너지’는 저온·저압 경수로 기반의 SMR ‘LDR-50’을 개발해 약 2~3만 명의 난방 열을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50MW급 시스템을 만들고 있으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또 다른 핵심 에너지 공급원은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바이오매스입니다. 핀란드는 국토의 75%가 숲으로 덮여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약 80%를 바이오매스에서 얻습니다. 주로 제지·펄프 산업의 부산물에서 얻고 있는데요. 대형 산림기업 UPM, Metsä, Stora Enso 등은 현장에서 부산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잉여 전력을 지역에 공급하기도 합니다. 핀란드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기업인 네스테(Neste)는 폐식용유와 송진유를 활용한 바이오 디젤을 교통 에너지로 생산해 에너지 자립과 산림 탄소흡수 기능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에너지 생산에 쓰이는 목재는 부가가치가 낮은 것만 활용하며, 환경 영향 평가를 병행해 산림 생태계도 함께 관리함으로서 지속가능성을 높입니다.

여기에 더해 세계 최초로 모래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했는데요. 남부 칸카안파에 이어 2024년 포르네이넨 시에 설치된 상업용 모래 배터리는 열교환기와 철제 사일로에 고온 모래를 활용해 열을 저장하고, 필요 시 지역 난방에 공급합니다. 저장용량은 100MWh, 전달 열은 1MW로, 여름 한 달, 겨울 일주일치 지역 난방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바이오매스 보일러 사용량을 60% 줄이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160톤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원자력, 바이오매스, 모래 배터리로 대표되는 핀란드의 에너지 전략은 자립적이고 안전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 실현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있습니다.

 

2035 탄소중립 목표를 가속화하기 위한 기업 인센티브 전략

2035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핀란드는 약 46억 유로 규모의 기업 지원 체제를 구축하며 기후중립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두 가지 제도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2025년부터 시행하는 그린전환 세액 공제입니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저장시설이나 산업 탈탄소화, 기후중립 핵심장비 생산 등에 5천만 유로 이상을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 총 공제 한도 최대 1억 5천만 유로 이내에서 투자비의 20%를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적용 대상은 재생에너지 생산(전력 생산 제외) 및 에너지 저장 시설 구축, 산업 부문의 생산공정 탈탄소화 투자, 기후중립 경제 전환에 필수적인 전략 핵심 장비인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히트펌프, 전해조 등과 관련 부품 및 핵심 원자재 생산 투자에 해당합니다. 2025년 8월 말까지 사전 신청을 받은 후, 2028년부터 20년간 공제액을 분할해 적용합니다. 사전 신청과 투자 완료 후 36개월 내 가동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통해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신속한 실행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4억 유로 규모의 청정 전환 투자 보조금입니다. 2025년 1월 핀란드 고용경제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보조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이상 감축하는 산업 공정 탈탄소화 투자를 할 경우, 최대 투자비의 50%까지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에너지 소비를 20% 이상 절감하는 투자에는 최대 30%까지 지원됩니다. 이처럼 탈탄소화나 에너지 효율을 높인 부문에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이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나 전기 설비로 전환하고, 공정 효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히트펌프, 수전해설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장비 등 청정기술, 그리고 관련된 핵심 장비나 부품 생산 설비 등 기후 중립 경제 산업에 대한 투자도 보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 보조금 역시 투자 개시 후 36개월 이내 프로젝트를 완료해 가동해야 하며, 기한을 넘길 경우 월마다 1%씩 지원금이 감액되며 최대 전액까지 삭감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등 공정한 지원 집행과 보조금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세액공제와 보조금은 동시 신청도 가능하지만, 동일 프로젝트에 대해 두 제도를 모두 신청할 경우 총 지원 한도는 기업당 2억 유로를 초과할 수 없도록 상한 규정을 정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바이오 연료, 수소,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등 신흥 청정기술 분야의 기업 육성을 위해 산학연이 연계된 국가 클린기술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기관, 대학, 기업, 정부가 참여하는 협력망을 통해 첨단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긴밀한 파트너십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또한 중부 핀란드에서는 지자체, 연구소, 대학, 기업이 연합한 H2 이노베이션 얼라이언스도 출범했는데요. 이 얼라이언스에서는 수소 관련 공동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등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핀란드는 스웨덴, 노르딕 국가들과 수소 인프라를 연계하고 EU 회원국들과 연구개발 자원을 공유하는 등 범유럽적 협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이처럼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 에너지 구조 혁신, 그리고 민간 기업을 움직이기 위한 정교하고도 실효성 높은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정부, 기업이 더욱 활발히 움직일수록 핀란드가 법으로 규정한 탄소 네거티브까지 거뜬히 실현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정책, 기술, 지원제도 등을 촘촘하게 연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성공적인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넷제로, 핀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