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위키: 환경자원 #9Q 녹슨 철도 다시 활용할 수 있나요? |
철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공기 중의 산소나 물을 만나면 표면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녹이 스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녹이 슬면서 부식이 시작된 산화철이라고 해도 처음 철을 생산할 때의 제련 과정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기로에 투입해 고온으로 다시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과정을 거치면, 다시 이전의 순수한 철의 형태로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철(Fe)은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공이 쉬워 철근과 같은 중요한 건축자재로 쓰일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필요한 기계와 부품, 자동차, 그리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과 조리 도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탄소 등의 비금속이나 다른 금속을 섞어 원하는 대로 금속의 성질을 조절할 수도 있고, 녹여서 틀에 붓거나 압력을 가해 형태를 만들기도 쉬워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번 사용한 철 제품은 100% 다시 녹여 새로운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재활용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철이 외부에 노출되어 공기 중의 산소나 습기, 물과 만나면 표면이 붉은색 또는 붉은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쉽게 볼 수가 있는데요. 흔히 ‘녹(Rust)’이라고 부르는 이 물질은 철을 비롯해 금속이 공기 중의 산소 및 수분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서로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부식 물질입니다. 이러한 산화 과정을 통해 생성된 것이 바로 산화철(Fe2O3)인데요. 태양계의 행성 중 하나인 화성이 붉은 색으로 보이는 것 역시 화성 표면에 존재하는 산화철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철의 표면에 생긴 산화철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철의 부식을 도와 원래 강하고 유연한 금속이던 철을 구조적으로 약해지도록 만들고, 결국 쉽게 부서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럼, 한번 녹슨 철은 이대로 폐기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산화 반응을 일으켜 붉은색으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물질의 성질까지 일부 달라진 녹슨 철이라고 해도 1,500°C 이상 고온의 전기로에 녹슨 철을 넣고 녹인 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련 과정을 거치면 다시 이전의 순수한 철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를 화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녹슨 철 표면에 존재하는 산화철에서 산소를 떼어내기 위해 고온에서 탄소와 결합시켜 이산화탄소로 배출하는 환원 반응(Reduction: 물질이 전자를 얻거나 산소를 잃거나 수소를 얻는 과정)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공정을 거쳐 산화철 내에 있던 산소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원래 철이 가진 본연의 성질을 완전히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 처음 철을 생산할 때 자연 상태의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고 순수한 철 성분만 얻어내는 제련 과정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원리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면, 이미 부식이 많이 진행되어 못쓰게 된 철 스크랩 등도 얼마든지 무한하게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심각하게 녹이 슬어 두께가 얇아지거나 심각한 부식으로 인해 쉽게 부스러지는 상태의 철인 경우 원래의 부피 그대로 100% 복구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녹슨 철을 다시 새로운 철로 만드는 제련 과정을 통해 생산된 대부분의 철은 순수 철강 제품으로 재탄생되고, 이 과정에서 일부 불순물과 함께 분리 배출되는 슬래그 역시 우수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활용하여 시멘트 원료나 건설용 골재, 도로의 기반을 다지는 포장재, 해양 생태계 및 친환경 농업을 위한 비료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녹슨 철을 다시 사용하면 새로운 철을 만들 때 드는 에너지의 3분의 2를 절약할 수 있고,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철의 표면에 발생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붉은색을 띠는 녹과 달리, 검은색 또는 짙은 회색의 두껍고 단단한 산화철 부산물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흔히 ‘흑피(Black Skin)’라고 불리는 밀 스케일(Mill Scale)인데요. 녹이 공기 중의 산소나 습기, 물과 반응하여 생기는 것이라면, 검은색의 밀 스케일은 주로 고온의 열간 압연(Hot Rolling) 및 열처리 과정에서 철이 공기와 접촉해 산소와 반응하면서 생성되는 물질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역시 순수한 철(Fe)과 비교하면 산소 함유량이 월등히 높고, 제련을 통해 다시 철로 환원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밀 스케일은 철 표면에 두껍고 매끄럽게 달라붙어 외부 유해물질에 의해 철이 산화되거나 부식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차단해주는 초기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시적인 역할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철의 수명과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또 제품화 과정에서 품질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결국 제거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제거된 밀 스케일은 철의 함량이 70%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제철소에서 철광석을 대체하는 원료로 활용되거나 전기로의 스크랩 대용으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최근에는 시멘트 제조 공장에서 중요한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시멘트의 주성분인 클링커를 만들 때 원래는 석회석과 점토, 규석, 철광석 등을 배합하여 제조하게 되는데, 이때 밀 스케일이 철 성분을 대체하여 기존 원료의 사용을 일부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