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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의 세간살이가 전시 소장품으로, 경기도형생활문화전시관 [세;간] 

2026-07-02

한 집의 세간살이가 전시 소장품으로, 경기도형생활문화전시관 [세;간]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의미하기도 하며, 살림을 꾸려 나간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세간살이’라는 말,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시대에 따라 세간살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어떤 것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 오래된 살림살이, 한 집안에 켜켜이 쌓인 추억과 역사를 하나의 콘텐츠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가 경기도에서 진행 중입니다. 바로 경기도형생활문화전시관 [세;간]인데요. 이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누군가 실제로 살고 있는 집 일부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실제 거주하는 가족이 운영 주체가 되어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지속가능한 민간 문화 거점을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5월, 10호 전시관을 개관했습니다. 집의 내력이 담긴 소장품과 주인장의 특별한 스토리가 진하게 녹아 있는 대표적인 공간들을 둘러봅니다.

   

아버지의 손재주를 이어받은 아들 부부의 이야기, 제1호 연천 북한산 공방

‘[세;간]’ 제1호 전시관은 서예가 김기상, 서각가 김태영 님이 사는 양옥집의 1층 공간에 마련되었습니다. 김기상 서예가는 40여 년 전 돌아가신 부친의 생업도구인 100여 점의 목공구를 고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김기상 서예가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장롱이나 문갑처럼 나무로 가구를 짜던 전통 목수인 소목장으로 일하셨습니다. 옛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김기상 서예가가 이를 보관해온 것인데요. 특별한 장식 없이 세월의 흔적만 묵묵히 묻어 있지만, 그 자체로 전승물로 자리매김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여기에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온 문헌과 필사 자료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부친의 이야기와 소목장 용구, 생활용품, 문헌자료를 시작으로, 손재주를 이어받은 아들 부부의 서예·서각 작품으로 이어집니다. 정교하고 섬세했던 아버지를 닮아 새로운 예술을 펼치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오브제와 스토리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서예, 캘리그라피, 전각, 서각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파주 민통선 마을에 최초로 입주한 DMZ 안내자의 공간, [세;간] 2호 해마루촌1호집

비무장지대(DMZ) 남쪽에 민간인출입통제선이 설정된 이후, 50년간 사람이 살지 않았던 해마루촌. 이곳에 1호집에 입주한 집이 [세;간] 제2호 전시관으로 탄생했습니다. 전시관의 주인 조봉연 관장은 고향을 그리워하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23년 전 이 정착촌으로 돌아와 살기 시작했는데요. 전방에서의 삶은 특별한 업무로 가득했습니다. 정착촌추진위원과 경기도 DMZ생태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아마추어 무선봉사단(재난 상황에서 무선통신으로 구조와 연락을 돕는 봉사 조직)에 몸담으며 다양한 일을 이어왔습니다. 그가 살아온 시간은 집안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요. 초대 마을이장을 지내며 기록한 행정자료부터 집 뒤에 직접 철탑을 세우고 수해 등 재난 때마다 통신지원을 했던 이야기, 임진각 행사 홍보와 헌혈증 모금 운동의 흔적, 생태관광학습장을 운영하며 쌓은 기록까지 다양한 오브제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4대 대가족의 100년 농사와 전통주 이야기, 제3호 남양주 송송골 김구장댁

97년 한평생을 남양주 송촌리에서 살아온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4대 대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곳, 남양주 송송골 김구장댁이 [세;간]의 제3호 전시관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김동준 님은 80년 가까이 농사꾼으로 살며,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농사일을 이어가고 농한기엔 땔나무를 준비하며 밤마다 가마니짜기, 비 매기, 소쿠리 만들기를 해오셨는데요. 필요한 농기구도 손수 만들어 쓰는 일이 많았습니다. 나무부터 쇠까지 다양한 재료로 만든 도리깨(곡식을 두드려 알곡을 떠는 농기구), 든든하게 잘 짠 풍구(곡식의 알곡과 껍질을 바람으로 갈라내는 손풀무) 등 다양한 수작업 도구와 세간 살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집에서 재배한 목화의 씨를 빼고 솜을 트는 데 필요한 ‘씨아틀(목화씨를 발라내는 손틀)’은 요즘은 보기 힘든데, 김동준 님이 직접 만든 이 기구를 이곳에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없던 시절’ 보리나 차좁쌀로 빚었던 막걸리는 시어머니께 비법을 전수받은 아내 신금순 님이 그 맛을 지켜왔고, ‘가양주 주인 선발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은 전통주 명인인 아들 김종훈 관장이 이어받아 지금까지도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야외 전시장에는 어머니가 직접 심었다는 커다란 밤나무와 40년 넘게 쌓아둔 장작더미, 우물과 정자도 남아 있습니다. 술 만들기 체험과 마을길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원 화성행궁의 가장 오래된 한약방, 제8호 수원 조한약방

한약방은 단순히 약재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한국 전통의학과 생활문화가 이어지는 곳으로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세;간] 제8호 전시관은 오늘날 빠르게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인 조한약방을 선정해 운영 중입니다. 조한약방은 한약의 ‘삼정성’을 특히 강조하는데요. 약을 짓는 사람, 달이는 사람, 먹는 사람, 이 세 사람이 한마음으로 정성을 들여야 효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조한약방은 고객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매년 정월과 가을에 고사를 지내는데요. 한약방 로비에는 고사에 쓰인 질시루(고사에 시루떡을 찔 때 쓰는 옹기)와 정화수 주발(맑은 물을 떠놓고 빌 때 쓰는 그릇)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방카페에서는 한약업사였던 아버지 조권형 님의 약재 기록과 처방전을 만나볼 수 있고, 아버지의 업을 이어받은 아들이 전수받은 쌍화탕·십전대보탕을 요즘 입맛에 맞춘 ‘차’로 즐길 수 있습니다. 별채에는 곡식이나 약재의 검불을 골라내던 ‘키’를 비롯해 옛 한약방의 살림살이가 소장품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한방 향주머니와 약차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대부도 흘곶마을 80년 생업의 기록, 제9호 안산 대부도 구영씨 집

[세;간] 제9호 전시관은 대부도 남쪽 끝자락 흘곶마을에서 태어나 여든 해를 넘게 살고 있는 이구영 님의 삶을 통해 주민들의 생업 역사를 비춰보는 곳입니다. 이구영 관장은 일할 나이가 되면서부터 논농사와 밭농사는 물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갯일을 하며 어촌계 일도 도맡았는데요. 염전에서 일하고 소금을 실어 나르는 소금 배의 선주로 일하는가 하면, 농사지은 수확물을 싣고 다니며 장사도 할 만큼 다양한 생업을 거쳐왔습니다. 이 전시관은 그가 평생 쓰고 관리하고 직접 만들어온 어업도구, 농업도구, 그리고 농작물을 내다 팔던 시절의 소장품들을 보여줍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받은 물건도 함께 전시 중인데, 대표적으로 바닷일을 나갈 때 허리에 차던 대나무 부게(물에 뜨도록 만든 부력 장치)가 있습니다. 염전에서 바닷물의 염도를 재던 전통 도구인 보메(뽀미, 염도계의 일종)와 물자통, 관장이 직접 엮어온 종태기(종다래끼, 허리에 차고 다니며 채소나 곡식을 담던 작은 바구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총 10개의 전시관을 운영 중인 [세;간]의 다양하고 특별한 생활사는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 가능합니다 (문의: 경기문화재단 031-853-9317)

제4호 연천 사냥꾼의 쉼터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배운 목궁 제작법을 마흔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파고들어 20년째 이어온 현중순 님의 공간. 화살가방과 도끼, 화살촉부터 활 제작에 쓰는 물고기 껍질·부레까지 만나볼 수 있고, 활과 화살을 직접 만들어 쏴보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제5호 연천 책 읽는 마구간, 책굿간
연천승마공원 설립자 김종식 님의 이야기를 딸 김지연 님이 운영하는 굼벵책방 한 켠에 담은 곳. 부모님의 유럽 여행에서 비롯된 승마장의 시작과 어머니의 유품을 만나볼 수 있고, 방문객이 함께 채워가는 그림책도 눈에 띕니다.

제6호 포천 관인 고연당
광복 이후 황해도 해주에서 내려와 포천 관인문화마을에 평생을 산 최정자 님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전시관으로, 운영하던 식당을 전시 공간으로 바꾼 이곳에서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와 30년간 쓴 일기, 부부의 작품과 가족사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7호 포천 도룡골 이대표네
한탄강댐 조성으로 수몰된 도룡골 장독대마을의 흔적을 이수인 관장이 모은 농기구와 생업도구로 보여주는 곳. 교동마을의 변화 자료와 가족 이야기를 함께 전시하고 있으며, 체험과 숙박, 주말농장도 운영합니다.

제10호 정흥교 헤어샵

대한민국 이용명장 제578호 정흥교 명장이 51년간 이용기술을 펼치고 후학을 양성해온 일터의 공간. 명장의 길을 걸어온 이야기와 평생 업에 사용해온 도구들을 하나의 문화자산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형생활문화전시관, 삼표셀렉트, 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