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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서울, 그 아래 숨겨진 오래된 첫 설계도를 만나다 –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도시계획 대관람〉전

2026-10-06

대도시 서울, 그 아래 숨겨진 오래된 첫 설계도를 만나다 –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도시계획 대관람〉전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곧게 뻗은 도로와 빌딩이 빼곡한 강남, 매일 타는 지하철 노선.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서울의 모습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시작점은 바로 1966년에 공개된 서울의 첫 도시 청사진, ‘서울도시기본계획’ 구상에 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린 서울의 미래는 도면과 모형이 되어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처음 선을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당시의 이야기와 꿈을 담은 특별전 〈서울도시계획 대관람〉이 열리고 있습니다. 60년 전 종이 위에 그은 선들은 과연 오늘날 어떻게 현실이 되었을까요?

 

1966년, 팽창하는 서울과 첫 종합 청사진

1966년의 서울은 국가 주도 개발의 열기와 급격한 도시 과밀화의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었습니다. 경제개발과 행정구역 확장으로 서울의 면적은 268㎢에서 613㎢로 넓어졌고, 인구는 1955년 156만 명에서 1966년 약 38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기회를 찾아 상경한 사람들 대다수는 일자리와 집을 구하지 못했고, 인구의 3분의 1이 하천변과 산비탈의 무허가 판잣집에 거주할 만큼 주택난과 도시 빈곤이 심각했습니다. 더욱이 새로 편입된 외곽 지역은 도로망조차 없는 미계획지로 남아있었습니다. 당장의 문제만 땜질식으로 해결해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서울의 미래까지 내다보며 체계적으로 설계할 장기 계획이 절실해졌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1966년 대한국토계획학회에 의뢰해 수립한 첫 ‘서울도시기본계획’입니다. 어디에 주거지와 공업지를 둘지, 도로와 지하철을 어떻게 연결할지 종합적으로 그린 이 계획은 도심에 몰린 기능을 여의도·영등포·강남 등으로 분산하는 다핵도시 구상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해외 선진 도시 모델의 이식과 서울식 재해석

당시 국내에는 참고할 도시계획 선례나 학술 자료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계획가들은 해외 원서를 번역해 가며 영국의 ‘대런던계획(1944)’과 일본의 ‘수도권정비구상’을 집중 연구했습니다.

패트릭 애버크롬비의 대런던계획은 런던 대도시권을 4개의 동심원 구역(내부도시·교외·그린벨트·외곽전원)으로 나누어 도심 과밀 인구를 외곽 위성도시로 분산하고 녹지대로 무분별한 확산을 막는 모델이었습니다. 서울은 이 개념을 흡수해 수도권을 중심시가지역·교외지역·녹지지역·주변지역으로 구분하고, 단일 도심 체제를 벗어나 여의도, 영등포, 강남 등을 연결하는 교통망과 다핵도시 구조로 전환하는 밑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지하 서고의 비밀 도면부터 광장의 열기까지

전시장의 핵심 공간은 2012년 서울시 신청사 건립 당시 옛 청사 지하 서고에서 발견되어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이관된 실제 도시계획 사료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빛바랜 필사 도면, 토지이용 계획서, 인구·주택 기초조사서가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특히 1965년 8월에 수립된 ‘조본지구(신사·청담동 일대)’ 계획도는 강남 개발의 결정적 사료입니다. 한남대교(당시 제3한강교) 착공 직전, 강 건너편이 텅 빈 논밭이었던 시점에 이미 강남 일대의 도로망과 구획을 선제적으로 디자인했음을 증명합니다.

이어 재현된 1966년 〈서울도시계획 대관람회〉 공간은 당시 전문가들이 무교동과 혜화동 여관방에 투숙하며 밤샘 작업으로 제작한 모형과 조감도를 선보입니다. 김현옥 시장의 1호 사업이었던 광화문 세종로 지하도 모형부터 아파트 단지 구상, 남산 대공원 계획 등이 정교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당시 서울 인구의 4분의 1인 80만 명이 몰려든 이 관람회에는 거여동 일대에 80만 평 규모의 ‘국제경기장’을 짓겠다는 대담한 구상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는 후일 잠실로 부지를 옮겨 1988년 서울올림픽 종합운동장과 올림픽공원으로 실현되는 원형이 되었습니다.

 

미디어 속 서울의 도시 맥락과 새로운 시각의 지도

전시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60년 전 도시계획이 오늘날 삶에 미친 영향을 직관적으로 풀어냅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이 요구한 분당 땅은, 1966년 기본계획에서 서울 도심 반경 25~45km 외곽에 200만 명 규모의 배후 도시를 배치하려 했던 구상이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분당·일산 등)로 구체화된 결실임을 보여줍니다.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 M/V 속 성수동 준공업지역,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지하철 2호선 환승망,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주택가 골목,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등은 모두 1966년 구상된 용도지역지구 지정과 간선교통망 계획의 유산 위에서 변모해 온 공간들입니다.

아울러 전시된 《서울감자도 Seoul Potato Plan》는 대런던계획의 ‘포테이토 플랜(사회·기능 분석도)’ 기법을 현대 서울에 적용한 결과물인데요 행정구역이라는 인위적 경계를 넘어, 동네 고유의 기능과 상호작용 형태를 유기적 감자 모양의 그래픽으로 visual화하여 도시를 바라보는 유연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2026년, ‘성장’에서 ‘관리’로 전환된 서울의 내일

1966년 첫 청사진 이후 서울의 도시기본계획은 지난 60여 년간 9차례 이상 수정되며 진화해 왔습니다. 과거의 계획이 급격한 인구 수용과 무분별한 확장을 통제하기 위한 ‘성장과 개발’의 계획이었다면, 오늘날의 계획은 고도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든 도시를 내실 있게 보살피는 ‘관리와 재생’의 계획으로 체질을 바꿨습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의 급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도시 조성, 도심 재활성화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 선 지금, 서울은 다시 한번 백년대계의 붓을 들고 있습니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2026년, 우리는 어떤 미래 서울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60년 전 시청 광장에 모여 도시의 미래를 기대했던 시민들처럼 오늘날의 관람객 역시 서울의 다음 60년을 함께 그려보도록 유도하며 여운을 남깁니다.

 

[Tipbox]

서울반세기종합전 , 서울도시기본계획 수립 60주년 기념〈서울도시계획 대관람〉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A  2026. 8. 14.(금) ~ 11. 8. (일)

서울도시계획대관람, 서울역사문화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