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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경제의 변수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

2024-02-01

경제의 변수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

2024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맞춰 발간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4’에서 각계 글로벌 전문가들이 2024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으로 극심한 이상기후를 1위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점에서 AI보다 더 강력한 위협 요인으로 본 것인데요.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기후변화의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구축하고 리스크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장연구팀과 기후대응협력팀이 소속되는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경제포럼이나 기구에서도 기후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와 경제는 어떤 관계가 있고, 기후변화로 예측되는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해 봅니다.

 

생활 물가 지수를 높이는 기후 인플레이션

극심한 더위와 추위가 이어지는 날이면 밥상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적도 부근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인 엘니뇨로 폭염, 폭우, 한파 등 이상 기후 때문인데요. 기후변화는 곡물, 채소, 과일 등의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가격을 폭등시킵니다. 지난해 하반기, 슈가 인플레이션 현상이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사탕수수 주 재배지인 인도는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원당 수확량이 줄어들었고 지난 10월 수출량에 제한 두자, 국제 설탕 가격은 급상승했습니다. 10월 국제 설탕 가격은 톤당 727달러로, 2022년보다 35% 오른 수치였습니다.

엘니뇨 이후 국제식량가격 상승 패턴, 출처: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23.08

지난 8월 발행된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엘니뇨 기간 이후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해수면 온도가 예년과 비교해 1도 상승하면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 식량 가격이 5~7%가량 상승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곡물은 해외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 식량 가격 변동이 물가에 크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더 위협적이기도 합니다.

더위와 추위로 시달리는 수산물 시장  

바다 먹거리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수온이 급격히 상승한 동해에서 이제 한류성 어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겨울철 성행하던 울릉도 오징어잡이는 옛 추억이 되고, ‘금징어’에서 ‘없징어’까지 되어 식탁에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1968년부터 2022년까지 55년간 한국 연근해 표층 수온 상승률은 지구 평균과 비교해 약 2.5배 높았으며, 그중 가장 높은 곳은 동해였다는 국립수산과학원의 관측 결과를 보면 더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게 됩니다.

출처: 2023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 국립수산과학원

한편, 기후변화는 뜨거운 여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수온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요. 2024년 1월 한파가 계속되자 서해안은 물론 남해안까지 저수온 위기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저수온 역시 양식어류 집단 폐사와 같은 수산 재해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 위협적입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논, 밭, 바다 등 농수산물의 서식지를 변화시키고 식재료를 원하는 만큼 적절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농작물을 원재료로 쓰는 생필품과 공산물 역시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한편, 기후변화는 생산성에도 영향을 주는데요. 극심한 무더위나 강력한 추위는 노동 생산성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력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는 재화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다시 소비가 위축되는 심리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할 때 필요한 예산도 계속해 증가하면 국가 경제 부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 위기까지 몰고 올 수 있는 기후 문제

각국의 중앙은행 간의 협조를 증진하고 국제 금융 안정을 이끄는 국제결제은행(BIS)도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시대 중앙은행과 금융 안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결제은행은 앞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후변화는 특히 예측하지도 못하는 사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합니다. 국제결제은행은 기후 변화로 인한 세계 금융 위기를 ‘그린스완’이라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발생 가능성은 작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블랙스완에 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을 결합한 단어인데요. 그린스완은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지만, 만약 위기가 발생하면 그 여파를 원점으로 회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편, 2021년부터 한국은행 역시 기후변화를 통화신용정책의 핵심 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자연재해가 늘면 담보자산과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는 등 다양한 금융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즉, 폭우로 인해 자동차나 집이 침수되는 일이 잦아지는 문제, 가뭄이나 건조로 인해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문제, 잦은 흉작이 곧 자동차 손해보험, 화재보험, 농작물 재해보험의 손해율로 이어지며 금융권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기후와 금융, 마치 다른 영역 같지만, 실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계속해서 커지는 경제적 손실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어느 정도일까요? 지난 50년간 기상이변은 6배 증가했는데요. 1970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약 3조 6,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민, 난민, 문화유산 파괴, 보건 문제 등의 손실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보고된 기상이변 손실액은 하루 평균 3억 8,300만 달러로, 1970년부터 1979년의 손실액에 7배가 넘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미칠 경제적 악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 번째로 발행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기후변화를 주목했는데요.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보고서에서 기후를 중요하게 본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들이 더 자주, 극단적으로 나타나며 경제적으로 더욱 강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폭염으로 인한 국내총생산(GDP)이 상위 10% 국가는 평균 1.5%의 손실을, 하위 10% 국가는 6.7%의 손실을 본다는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이를 통해 기후 위기가 손실을 넘어 경제적 불평등을 일으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저해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국내 경제에도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만성적 기후변화가 나타나며 국내 연간 총강수량이 한 단위(m) 증가할 경우 국내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장기적으로 -2.54% 성장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실외 생산활동이 주되거나 노동력이 중요한 산업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데요. 건설업(-9.48%),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6.78%), 금융 및 보험업(-3.72%) 순으로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편, 세계자연기금(WWF)에서는 생태계 변화로 인해 한국은 2050년까지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 8,760억 원)의 국내총생산(GDP)을 손실 보게 되며, 환경 위기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조사 대상 140개국 중 7번째로 큰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난 3~4년간 환경 파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 경험을 잊지 않고 기후변화가 환경, 보건을 넘어 생산성과 경제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탄소중립을 통한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과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기후변화, 기후인플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