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 따르면 폐기물 발생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택배나 배달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0년 처음으로 국내의 일평균 폐기물 발생량이 50만톤을 돌파했고, 2021년에도 54만톤을 기록했습니다. 쓰레기 발생량은 계속 늘고 있는데, 국토 면적은 제한되어 있으니 매립지로 쓰일 땅도 한계에 이르고, 매립지를 둘러싼 갈등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소각’을 통해 쓰레기의 부피를 줄여 매립을 최소화 하는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디서든 한번쯤 “OO동 소각장 설치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소각장도 매립장과 마찬가지로 혐오시설로 분류되어 이러한 공공폐자원시설을 유치하거나 확장할 때 환경 문제 또는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뒤따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를 단순한 님비현상이나 지역 이기주의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는 폐기물 처리 시설로 인한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과 나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폐기물 관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자원의 순환’입니다. 쓰레기 매립지 확보나 소각장 설치도 중요하지만,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모색하는 일이죠.
지구상에서 매년 배출되고 있는 고형 폐기물은 20억 1천만 톤. 이 배출량은 2050년까지 총 34억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가장 직관적인 폐기물 처리법은 폐기물을 직접 땅에 묻는 매립이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매립지로 쓰일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합니다. 땅이 충분히 있다해도 매립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매립지로 사용되는 동안에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어 비효율적입니다.
전 세계가 쓰레기 재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우리는 이 문제의 해답을 ‘자원회수시설’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자원회수시설은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단계에서 소각 처리하여 매립물(쓰레기)의 부피를 줄이고, 850℃ 이상 고온으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폐열은 회수하여 인근지역에 전력 및 난방열로 공급하는 시설입니다. 고온의 소각로에서 폐기물을 빠르게 분해하는 ‘통제 가능한 환경’이므로 유해물질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쓰레기 소각 시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 대기오염물질을 첨단 방지시설을 통해 0.1나노그램 이하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소각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이 매립지보다 훨씬 적게 든다는 것도 큰 이점이죠. 이 때문에 일본, 스위스 등 국토가 좁은 선진국에서는 폐기물 처리에 소각을 적극 활용한 자원회수시설을 보편화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공 디자인을 입고 ‘안전’과 ‘친환경’이라는 기능을 뛰어넘어 지역의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피시설에서 지역의 자랑이 된 해외의 자원회수시설을 살펴봅니다.
오스트리아 빈 –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난 쓰레기 소각장 ‘슈피텔라우’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관광할 때 빼놓지 않는 명소가 있습니다.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며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치솟은 이 건물의 이름은 슈피텔라우(Spittelau incinerator)인데요. 놀랍게도 이곳은 쓰레기 소각장입니다. 1971년에 지어진 슈피텔라우는 1987년 큰 화재로 소각장 기능을 잃게 됐습니다. 소각장의 재건과 이전의 기로에서 시 당국은 신축 비용 절감을 위해 재건축으로 방향을 세웠지만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죠. 이에 당시 빈 시장이었던 헬무트 질크는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공해물질 배출 문제를 해결하고 쓰레기 소각으로 발생하는 열을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내걸며 시민들을 설득해냈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 바서에게 외관개조 작업을 맡겼죠.
훈데르트 바서는 다채로운 색채와 독특한 형태를 적용하여 기피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하나의 예술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모자이크 양식이 돋보이는 외관은 모두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리모델링한 것이죠. 기술적인 변화는 굴뚝 부분을 확인하면 됩니다. 굴뚝의 황금색 돔에 분진 및 각종 유해가스를 걸러내는 최첨단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설치됐습니다. 쓰레기 소각 시 발생하는 열은 빈 시내 6만 세대의 난방에 쓰인다고 하네요. 시민들이 맹렬히 반대했던 기피시설에서 기술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자 성공적인 소각장으로 탈바꿈한 슈피텔라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이 소각장을 보기 위해 연간 50~6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영국 리즈 – 지속가능성을 품은 폐기물 처리장 ‘RERF’
RERF(Recycling and Energy Recovery Facility)는 영국 리즈(Leeds) 지역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장입니다. 이곳은 쓰레기통에서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제거하고, 남은 것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도록 설계된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 시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매립지로 보내지는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죠. 이 외에도 RERF는 폐기물 처리에 대해 알리고, 리즈 지역의 폐기물과 재활용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방문자 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특하고 상징적이며 긍정적인 정체성을 지닌 동시에 기능적이고도 효율적인 건물”이라는 평을 얻고 있는 이곳은 재활용 및 폐기물 관련 건물 설계에 큰 역할을 했던 장 로베르 마조가 설계했습니다. 설계안 곳곳에는 지속 가능성의 요소들이 담겨 있는데요. 빗물 수집 및 배수 기술, 목재 사용, 생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서식지 생성, 광범위한 조경 전략 등이 건물을 이루는 디자인과 재료 전반에 깃들어 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유리와 목재 프레임을 사용한 외관입니다. 높이 42m, 길이 150m의 목재 프레임이 빗물을 수집하고 있는데 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목재 구조로, 이렇게 수집한 모든 빗물은 ‘녹색 벽’에 물을 공급하여 식물의 생장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 남쪽 파사드는 다양한 녹색식물이 자랄 수 있는 ‘살아 있는 벽’을 조성해 시각적 효과를 높였는데요. 약 42m 높이의 건물에 75m의 날씬한 굴뚝이 있는 RERF 본관은 넓고 평평한 리즈 지역에 우뚝 솟아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 탄소중립도시에 등장한 랜드마크 ‘코펜 힐’
강도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코펜하겐 시에 등장한 ‘코펜 힐(현지어로는 Amager Bakke)’은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가 선정한 ‘올해의 세계 건축물’입니다. 옥상에서 이어지는 스키 슬로프가 특징인 이 건물은 폐기물을 활용한 열병합 발전소, 즉 소각장이자 문화시설입니다. 24시간 가동되는 용광로와 터빈을 통해 매년 440,000t의 폐기물을 태워 150,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와 열을 생산합니다.
평지에 우뚝 선 언덕처럼 보이는 이 랜드마크는 40여년 간 가동한 기존 소각장을 허물고 그 위치에 새로 지어 올렸는데요. 기존 소각장이 생겼을 때만 해도 이곳은 외곽 지역이었지만 도시가 발달하면서 ‘도심’에 가까워져 스웨덴이 바라 보이는 멋진 경관을 가진 바닷가 인근의 주거지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체와의 공존을 위해 설계 공모를 진행했고, 덴마크 건축 스튜디오 BIG(Bjarke Ingels Group)가 이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총 9,000m² 규모로 조성된 코펜힐은 주민들에게 열과 에너지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합니다. 490m 길이의 스키 슬로프, 85m의 높이의 인공 암벽 등 레저시설 뿐 아니라 루프탑 정원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소소한 문화 행사 뿐 아니라 꿀벌을 위한 도심 농원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폐기물은 결국 인간이 먹고 숨 쉬며 살아가는 모든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전문가들은 폐기물을 땅에 묻는 직매립과 태워서 부피만 줄이고 마는 소각은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로 환경부하를 줄이고 폐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회수시설. 여기에 주민편의시설을 갖추고 공공디자인을 적용한다면 지역주민 모두가 반갑게 맞이할 소각장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참고 자료〉
한국폐기물협회 보고서 「국내외 폐기물처리시설 복합/편의시설 우수사례」
강원도 결과보고서 「”강원도 녹색건축물 조성계획” 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 결과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