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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현대 건축으로 주목받은 세계 역사(驛舍)들  

2024-05-14

독특한 현대 건축으로 주목받은 세계 역사(驛舍)들  

도시로 들어가는 하나의 관문이자 다른 도시와의 연결점이 되는 기차역. 기차역을 떠올리면 흔히 고풍스러운 옛 기차역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새로운 소재나 이색적인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기차역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건축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환승센터 겸 지역적 문화 공간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현대적인 세계 역사들을 소개합니다.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문 건축, 네덜란드 아른험 중앙역

아른험 중앙역은 20년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2015년에 완성된 네덜란드의 통합환승센터 역사로, 네덜란드와 독일, 벨기에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 기차역이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클라인 병(Kein Bottel)의 구조를 차용한 설계 때문인데요. 클라인 병은 우리에게 익숙한 뫼비우스의 띠 2개를 맞붙여 완성한 병 모양의 구조로, 뫼비우스와 마찬가지로 안과 밖이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른험 중앙역은 이 구조를 통해 안과 밖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며 열린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이 같은 열린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아른험 중앙역은 전통적인 건설 양식과 재료를 포기했는데요. 콘크리트 대신 가벼운 강철을 사용해 건물의 기둥, 벽, 바닥의 역할을 기둥 오브제를 홀 중앙에 세우고, 보트 제작에 사용하는 특별한 기술을 역사 건축에 적용했습니다. 또한 천장의 유리창 형식은 안팎의 구분이 모호한 구조를 더욱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4개의 기차 플랫폼도 클라인 병을 닮은 원통형으로 만들었는데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원통에서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이 마치 미래 정거장을 닮았습니다. 현재 아른험 중앙역은 기차를 비롯해 6개 교통수단이 오가고 있으며, 하루 평균 40,000명이 이용해 네덜란드에서 9번째로 바쁜 역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상점, 영화관 등의 상업시설과 콘퍼런스 센터, 지하 주차장과 자전거 이용객을 위한 자전거 주차 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미래의 대형 철도역, 대만 가오슝역

가오슝역은 세계적인 건축물로 손꼽히는 델프트공대 도서관을 만든 네덜란드 건축팀 메카누가 설계해 주목받은 기차역으로, 9.75km 철도 터널을 따라 7개 역을 품은 대만의 대형 지하 철도 역사입니다. 교통 시설을 하나로 통합하고 공공녹지 공간을 늘리자는 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일부 개장했으며, 2024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출처: mecanoo

현재 완성된 가오슝 열차역의 중앙홀은 거대한 팜나무를 연상시키는 화이트 기둥과 타원형 유닛으로 눈길을 끄는데요. 기둥과 타원형 유닛이 야외 정원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뜨거운 열대 기후로부터 광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천장의 타원형 유닛은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모양을 띠고 있는데요. 제각기 다른 타원이 공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듭니다. 한편, 중앙홀 천장에는 둥근 대형 창문을 조성해 자연광이 역사를 밝히도록 설계했습니다.

Ground floor, 출처: mecanoo

건축을 맡은 메카누는 가오슝역을 ‘떠나는 역’이 아닌 ‘모이는 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요. 기차를 타지 않아도 놀러 갈 수 있는 기차역을 콘셉트로, 루프탑 공원, 파머스 마켓, 중고 시장, 오페라 극장 등 각종 생활 문화 시설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길게 뻗으며 교통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이탈리아 나폴리 아프라골라역

길고 유연한 뱀을 닮은 건축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역, 바로 이탈리아 나폴리 아프라골라역입니다. 독특한 형상이 인상적인 이곳은 우리에게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로 익숙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으며, 매끄러운 유선형 디자인으로 열차의 빠른 속도감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아프라골라 역의 특이한 외관은 디자인을 넘어 기능적인 면도 담고 있는데요. 선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 공간이 8개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승객들의 출발과 도착을 책임지며 다양한 서비스 시설을 제공하는 환승센터의 역할뿐만 아니라 철도 양쪽의 지역 사회로 향하는 공공 통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아프라골라 역은 인조대리석인 코리안과 부드러운 곡면을 살린 강화 콘크리트로 외관을 마감해 세련미를 한층 살렸으며, 실내는 강철 갈빗대를 이용한 유리 천장을 내어 공간에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내부 공간은 총 450m의 길이로 무한할 듯이 길게 펼쳐지는데요. 자연 환기를 결합한 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태양광 전지 패널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습니다.

아프리골라역이 있는 나플레스 지역은 바다와 근접한 이탈리아의 교통 요충지로 시칠리아 주민이 이탈리아 북부로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인데요. 2017년 완공되며 지역의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이자 고속철도 운행으로 나폴리와 로마 간 이동시간을 55분으로 단축시켰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리스본의 야자수를 강철로, 포르투갈 오리엔테 역

By Kent Wang from Londo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73640773

포르투갈 리스본 오리엔테 역은 1998년 20세기 마지막 엑스포인 리스본 엑스포를 기념해 건립한 역으로, 휴양지 리스본의 상징인 ‘야자수’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철골을 사용해 야자수를 표현해 마치 기차역이라기보다 조형물처럼 느껴집니다. 오리엔테 역은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 건축가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했는데요. 유리와 철, 알루미늄 등의 금속을 재료로 사용하고 건축의 구조와 설비를 외부에 그대로 노출하는 하이테크 양식으로, 길이 238m, 높이 28m, 깊이 68m의 모듈 건축물이 19m짜리 선로 8개를 감싸듯 건축 되었습니다.

By Kent Wang from Londo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73640773

오리엔테 역의 실내는 외관과 또 다른 느낌을 받는데요. 외관에서 이어진 철골 야자수의 대칭이 내부에서는 고딕성당의 구조물처럼 보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유리 천장으로 들어오는 빛과 시간에 따라 역사의 모습이 변화하는데요. 노을빛으로 붉게 물든 해 질 무렵과 저녁 철골 구조물을 이용한 은은한 조명이 만든 밤은 낮과 또 다른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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