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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셀렉트

비일상적인 머무름의 공간, 스테이케이션 

2023-11-23

비일상적인 머무름의 공간, 스테이케이션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 스타일로 ‘스테이케이션’이 등장했는데요. 스테이케이션이란 ‘stay(머물다)’와 ‘vacation(휴가)’를 합친 신조어로, 머무는 여행을 뜻합니다. 쉼에 초점을 맞춘 방식의 여행이라 무엇보다 지역과 머무는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평소 우리의 주거 환경과 다른 디자인과 건축이 빚어내는 경험에도 집중한 이색적인 국내 스테이 공간을 소개합니다. 

 

자연과 실내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 인제 소월숲스테이

인적이 드문 인제 깊은 산속의 힐링 공간인 소월숲스테이는 주변으로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와 잣나무가 방문객을 마중합니다. 자연 속에서 고요한 휴식을 취하길 바라는 의도로 조성한 숙박 공간으로, 선유재, 담월재, 파우재 총 3개의 건물이 있는데요. 

첫 번째 공간, 선유재는 신선이 거니는 숲속의 집이라는 뜻으로, 소월숲의 계곡과 산을 모티브로 건축되었습니다. 세 개의 봉우리를 형상화하고 산수가 하나 되어 흘러가는 모습을 내•외관에 유선형으로 구현했으며, 안동의 병산서원과 같은 누각 느낌을 내기 위해 기초판을 지면에서 들어올린 플로팅 플레이트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철근 콘크리트, 스틸, 경골목재의 하이브리드 구조재 사용으로 지진에도 강합니다. 현대적으로 구조재를 쓴 것과 달리 거실 히노끼 루버 등의 소재를 사용하고, 풍경이 보이는 자쿠지 등을 조성해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두번째 공간인 담월재는 ‘관조의 방’이 포인트인데요. 이곳에서 낮에는 소월 숲 풍경을, 밤에는 달빛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거실에는 한옥을 오마주해 디자인한 안팎으로 40cm 정도 돌출시킨 툇마루를 설치해 내외부를 연결하는 느낌을 주고, 선유재와 마찬가지로 자연을 둘러싼 자쿠지로 휴식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우재는 거실 공간에서 정면으로 앞산이 보이고, 툇마루에서는 바위 군락을 즐기는 전경을 담아내는데요. 주방 역시 계곡 너머 산능선과 바위 군락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창을, 욕실에는 자연조명인 달을 관찰할 수 있는 천장의 창과 잣나무 군락이 보이는 전면 창으로 그림과 같은 느낌을 연출합니다. 또한 외벽을 흙으로 미장해 수묵화 같은 느낌을 연출해 외관에 멋스러움을 더합니다. 

출처: https://www.haedam.biz/

세번째 공간인 파우재는 근심을 덜어내고, 시간과 공간이 멈추는(Pause) 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돌, 흙, 나무 등 자연의 결을 살린 외관과 편백나무로 구성된 내부 인테리어로 소월숲의 천연재료를 집으로 구현한듯한 느낌입니다. 능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자연 속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0년 대한ㅁ니국 목조건축대전과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날씨가 행복한 귤밭 옆집, 제주 의귀소담

제주도 의귀소담은 2021년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곳으로, 제주 옛집을 따라 지어졌습니다. 외부 재료, 공간 배치, 지붕 구조, 돌담 등은 전통가옥의 모양을 따라 가되, 콘크리트, 철골, 목구조 3개 재료를 이용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개방적인 공간을 만든 게 특징입니다. 

의귀소담은 돌담과 너와 벽면 사이의 길을 따라 들어가며 짧은 회랑으로 구성된 공간을 관통해 마당으로 진입합니다. 건물 외부는 현무암으로 제작하고, 내부는 제주에서 구할 수 있는 삼나무로 목재와 서까래를 만들었습니다.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옛 가옥 형태인 ㅁ(미음)자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연스럽게 중정을 거쳐 내부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곳을 꼭 오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마당 한 가운데는 ‘온두막’이라고 불리는 이색공간 때문인데요. 모닥불을 피우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깥 공간인 원두막과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 울창한 귤나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힐링할 수 있는 작은 실내 공간인 오두막을 합친 공간으로, 원하는대로 풍경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의귀소담에는 온두막 외에도 곳곳에 제주도 정취를 즐길 공간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풍경을 즐기며 차 한잔을 즐기는 다도 공간, 따뜻한 물에 피로를 녹일 수 있는 노천탕 등 에서 건물을 둘러싼 제주의 귤밭과 자연을 바라볼 수 있으며, 자연의 소리와 향으로 오감을 자극합니다. 

 

음양의 조화가 이뤄지는 곳, 울릉 코스모스

울릉도에도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로 꼽는 힐링 스테이가 있는데요. 바로 코스모스(KOSMOS)입니다. 코스모스가 있는 곳은 울릉도 추산리로, 이곳은 울릉도에서 기(氣)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합니다. 바위산 송곳봉이 뿜어내는 양의 기운과 나리분지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음의 기운이 만나는 혈 자리로, 코스모스는 이 추산의 땅과 하늘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코스모스의 건물은 전형적인 육면체 구조가 아닌 유선형을 띄고 있는데요. 지붕과 벽이 따로 없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진 비정형구조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어우러지는 천체의 궤적을 표현했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지만, 구조물은 12cm 두께에 불과한데요. 바로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를 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UHPC는 강철 섬유를 믹싱한 토목공학의 재료 중 하나로, 기존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높고 얇은 두께로 디자인할 수 있으며, 밀도가 높아 누수가 없고 염분에 강합니다. 주로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라 모듈로 만들어 제작하지만 코스모스는 육지에서 실어 온 철판 거푸집과 나무 거푸집에 타설하는 방식으로 세워 주목받았다고 합니다. 

보통 바닷가 건축물은 가로 뷰로 넓은 바다를 조망하도록 설계되는데요. 코스모스는 수직적 뷰로 디자인해 객실 테라스에서 세로로 쪼갠 듯한 독특한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 마음껏 가로 뷰를 볼 수 있는 만큼 코스모스의 그 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망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코스모스는 예약자의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음양오행을 분석해 화(火), 수(水), 목(木), 금(金)의 기운을 주제로 꾸민 객실과 향, 사운드 등 프로그램을 제안해 새로운 체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정원에 음과 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두 개의 링 의자가 있는데요. 검은색 링 의자는 깊어진 밤 송곳봉에 걸린 달을 바라보는 장소로, 흰색 링 의자는 해질녘 바다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 감상의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오랜 역사를 품은 신(新) 여관, 해남 유선관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을 통해 알려진 유선관은 우리나라의 최초 여관으로, 100년 넘은 목조 건축의 유산입니다. 이곳은 두륜산 아래 대흥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잠자리를 내어주던 공간으로 사실 오랜 시간 관리가 소홀한 탓에 쓰러지기 직전이었는데요. 2021년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새로운 스테이 공간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출처: https://www.yusungwan.kr

새롭게 리뉴얼한 유선관은 외부 골조와 외관을 유지하면서, 내부 시설은 투숙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현대 생활 양식에 맞춰 디자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지로 마감한 벽, 천장, 기둥들과 삼베로 대어진 창문살 등실내 인테리어에 전통 재료를 사용해 현대적 한옥의 느낌을 주었습니다. 한편,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지형에 계곡이 옆에 있는 위치적 특성을 생각해 배수시설을 보강해 강우에도 대비했습니다.

유선관 역시 머무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여러 환경을 조성했는데요. 자연을 감상하기 어려웠던 기존의 구조를 바꿔 돌, 나무, 산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갈 수 있게 앞마당의 조경을 비웠습니다. 전체적인 전통가옥의 느낌을 위해 중정에 시멘트 블록을 걷어내고 마사토와 자갈을 깔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렸습니다. 또한 ‘프라이빗 스파’가 마련되어 있어 힐링하기에 더욱 좋습니다. 객실별로 시간을 정해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계곡의 물소리와 숲의 맑은 공기, 자연에 몰입하는 힐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국내에 오늘 소개한 공간 외에도 다양한 스테이 공간이 계속해서 탄생 중인데요. 아마도 색다른 건축과 공간이 주는 새로운 힐링과 감성을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분주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자연이 가득한 스테이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추워지는 날씨도 두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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