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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쓰임을 다한 석산을 활용하는 방법

2023-02-21

쓰임을 다한 석산을 활용하는 방법

골재는 콘크리트 용적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재료로 건설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자원입니다. 석산은 전체 골재 수요의 4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주요 골재 공급원으로 현재 전국 397개의 석산에서 골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석산 개발은 최소 수십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되며 개발한 이후에는 복구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비로소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림 개발에 따른 환경부하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그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정치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채취구역의 복구 및 복구비용의 예치는 골재채취법과 산리관리법에 의해 의무화 되어 있습니다. 적절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방치될 경우 사면 붕괴 등의 재해 발생 가능성이 있고,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 등 지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또한 개발지로 훼손된 지역은 토지의 활용도가 낮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국토자원의 활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폐석산 복구 작업

폐석산 복구는 개발 사업자와 지역주민, 승인기관 등 이해관계자의 협의를 거쳐 철저한 계획하에 진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우 다양한 이유로 법적에서 규정된 수준을 겨우 만족하는, 최소한의 복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토석으로 성토를 해야 하는데 이 토석 또한 외부의 골재를 사와서 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기도 했죠. 조금만 관점을 바꿔보면 폐석산 부지의 활용도가 눈에 보입니다. 골재 공급의 특성상 석산부지는 도시 근교에 위치합니다. 도시권 확산에 맞춰 개발 용지로 가치가 높은 편이죠.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지속 가능한 방식의 폐석산 복원 및 활용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자연공원으로의 복원을 선호하여 이를 중심으로 관광지를 이루거나 일부 주거 단지로 개발한 사례가 있습니다.

 

해외사례로 본 석산개발지 복구와 활용

이런 고민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훼손지를 복원하기 위해 지자체와 사업자가 협업하고 있죠. 부지가 갖는 자원적 성격에 따라 대규모 복합단지나 식물원, 채석장 원형을 보존한 관광지 등 다양한 형태로 복구되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거대한 영토에 60가지 이상의 광물자원과 200여 개의 광산, 6500여 개의 채석장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캐나다의 석산복구 사업이 눈길을 끕니다. 캐나다의 정치, 경제 중심지인 온타리오 주에서는 지자체의 주도하에 계획적으로 채석장을 복구하고 있는데요. 2009년 10월 온타리오 주정부는 북부지역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지역의 성장동력이 될 산업 및 경제기반 조성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비영리 산업단체 온타리오골재협회(Ontario Stone Sand & Gravel Association)가 주정부와 협력하여 안전한 골재채취와 복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정원 ‘부차트 가든’

ⓒDavid Herrera/flickr

밴쿠버 필수여행지로 꼽히는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은 삭막했던 채석장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재탄생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원래 광산지역이었는데요. 1888년부터 온타리오 주에서 포틀렌트 시멘트 제조업자로 일했던 로버트 부차트(Robert P. Butchart)가 1904년 밴쿠버 섬으로 이주하여 시멘트 원료인 석회암 채석장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러다 1909년 석회암 매장량이 한계에 달하자 로버트 부차트의 아내 제니 부차트가 채석부지를 정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웁니다. 부차트 부부는 채석으로 황폐해진 땅을 주변 농경지의 표토로 복구하였고,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현재는 ‘빅토리아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선큰가든(Sunken Garden)’을 비롯하여 다양한 테마의 정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900여 종의 울창한 꽃과 나무는 물론, 과거에 자리했던 시멘트 공장의 잔재물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완성된 주상복합시설 ‘그린스프링 채석장’

WIkipedia commons

미국 메릴랜드 주의 볼티모어 시 외곽에는 파이크스빌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엔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 중 하나로 알려진 쿼리호(Quarry Lake)가 펼쳐져 있는데요. 이 호수는 1877년부터 채굴이 이뤄진 그린스프링 채석장에 물을 채워 만든 인공호수입니다. 그린스프링 채석장은 지난 100여 년간 철도 건설부터 지역 내 시설을 짓는 데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다 볼티모어의 도시화에 따라 주민들과 지방정부는 1999년 채석장 폐쇄에 동의하였고, 230에이커(약 28만1500평)의 토지 중 40에이커(약 4만9000평)가 호수로 정비되었습니다. 호수를 중심으로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개발되기 시작한 이 지역은 2006년부터 의료 및 소매시설을 오픈하고 일부 주택의 입주를 진행하여 오늘날 볼티모어 시 교외지역의 중심상권이자 주거지로 자리잡았습니다.

 

환경교육에 앞장서는 휴양시설 ‘와일바흐 채석장’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와일바흐 채석장(Weilbacher Kiesgruben)은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맞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30년대까지 쓰레기 매립장으로 활용되던 이곳이 1960년대 공업화로 인해 채석장으로 바뀌었고 이때 과도하게 채석이 진행되면서 환경오염이 가속화되었습니다. 심각성을 느낀 시민들과 정치인, 지역 기업들은 1970년대부터 와일바흐 환경복원운동에 동참하였고, 1980년대에는 지역 내 5개 회사를 중심으로 ‘와일바흐 채석장 환경재생연합(GRKW)’을 설립했습니다. GRKW는 와일바흐 채석장을 1/3씩 나눠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자연보전 지역과 휴양지 및 농경지, 채석장으로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1991년에는 기존의 쓰레기 하치장 사무실을 환경교육 시설로 리모델링하여 ‘자연보호의 집’으로 개관하고 청소년, 환경단체, 농업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환경교육 목적 외에도 휴양시설로서 연간 5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해안가 석산개발지에 탄생한 복합문화공간 ‘아와지 유메부타이’

캐나다의 부차트 가든을 모델 삼아 채석부지를 복구하여 글로벌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곳이 일본에도 있습니다. 오사카 만에 위치한 아와지 섬 해안가는 1962년부터 채석장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일본 고베지역 임해산업단지 매립 및 간사이공항 건설용 토석을 채취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토석을 채취할수록 자연경관이 훼손되었고, 토사가 유출되어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부차트 가든처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수립하였고, 복구사업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참여하여 야외극장을 건립했습니다. 2000년 3월 ‘아와지 꽃박람회’의 개막과 함께 오픈한 ‘꿈의 무대’라는 뜻의 이름으로 오픈한 아와지 유메부타이는 오늘날 식물원뿐만 아니라 국제회의장, 야외공연장, 호텔리조트 등의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석산개발을 위한 조건

일본의 아와지 유메부타이는 광활한 채석부지를 복원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이 함께 협력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관할 지자체인 효고현이 민간사업자로부터 토지를 저가에 매입한 뒤 토목, 건축, 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 20인을 선정하여 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원계획의 기본방향을 2년여에 걸쳐 논의했습니다. 훼손지 130헥타르(약 39만3200평) 중 100헥타르(30만2500평)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개발하였고 현재도 운영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 피해를 받아온 지역주민의 피해의식을 극복하고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것에도 앞장섰습니다. 지역주민에게 도토리 등의 씨앗을 나눠주고 뿌리게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복원계획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으며,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기념비를 건립하여 복구과정에 참여했다는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하도록 도왔습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석산복구 사례로는 ‘포천 아트밸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30여 년간 채석 후 방치된 폐석산 부지를 제대로 복구하지 않아 토사유출 및 사면붕괴가 빈번히 발생하자 포천시가 2005년 부지를 매입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초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지자체장이 정책적으로 추진하였고, 포천시와 경기도의 지원이 더해져 2009년 개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역사와 문화가 융합된 업사이클링 관광지로서 연평균 40만명이 찾는 포천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석산개발과 복구는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고 각 사업주체들이 협력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고 복구비용도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죠. 일부 관계자들은 석산개발로 인한 수익의 일부를 해당 지역에 세금으로 내고, 이 세금을 주민 편의시설 조성이나 지원사업을 통해 돌려주는 방안도 제시합니다. 지역과 상생하는 석산개발이 안전한 건설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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