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시 ‘시발역’을 떠난 열차가 ‘신호모진’하여 이번 정차역을 지나쳤습니다.” 열차 안에서 이런 안내방송이 나온다면 승객들의 표정은 어떨까요? 이 문장을 듣고 ‘오전 9시에 출발역을 떠난 열차가 신호위반하여 이번 정차역을 지나쳤다’는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철도 분야에서 관행적으로 쓰이는 전문용어들을 살펴보면 잘못 발음한 외래어 표현이 굳어졌거나 어려운 일본식 표현이 많습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철도 분야 전문용어를 알기 쉽게 바꿔봅니다.
열차 출발 시간이 임박하여 뛰고 있는데 “열차가 방금 조발했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조발’의 뜻을 모른다면, 열차가 이미 떠나고 없는 텅 빈 승강장을 향해 계속 뛰어갔다 허무하게 돌아설 수 밖에 없는데요. ‘조발’은 일본식 한자의 표현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로, 일반 승객들이 열차를 이용할 땐 어렵게 들릴 수 있는 용어입니다. 국토교통부 순화 작업에 따라 ‘빠른출발’이라는 우리말로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철도 바퀴의 간격은 일정하기 때문에 열차가 탈선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행 되려면 두 개의 레일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때 두 레일 사이의 간격을 가리켜 ‘궤간’이라 일컫는데, 국토교통부는 어려운 한자어인 궤간을 일상적인 두 단어의 합성어로 순화하여 ‘레일간격’이라 부르고, 파생되는 단어들 역시 각각의 의미를 살린 단어 들로 쉽게 부를 것을 제안했습니다.
“악천후로 인해 열차의 운전휴지가 결정됐습니다”라는 사전 안내를 확인했다면 열차 탑승을 기다리지 말고 기상정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운휴’라는 줄임말로 많이 쓰이는 ‘운전휴지’는 ‘열차의 운행을 일시 중지한다’는 뜻인데요. 운전휴지 역시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므로 뜻을 그대로 옮겨 쓴 ‘운행중지’라는 말로 바꿔 사용하면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