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대중교통에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가 도입되었습니다. 이른 새벽 출근길 시민을 태우고 구파발역에서 양재역까지 23.5km를 오가는 A741번은 기사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스스로 운전해서 나가는데요. 버스 번호에도 자율주행을 뜻하는 ‘A(Autonomous)’ 표식을 달고 있습니다. 세종시에서는 이미 BRT 노선에 자율주행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광주에서는 자율주행차 200대 규모가 운행할 계획입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공정한 피해보상 절차를 지원하는 국토교통부의 사고책임 TF가 꾸려지는 등 법·제도적 가이드라인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도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요?
1900년대 초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도로는 줄곧 사람이 운전하는 유인차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운전의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넘어가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도로 설계의 기준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우선, 기계의 인지·반응 속도가 사람보다 빠른 만큼 정지 시거(Sight Distance)가 지금보다 짧아질 것입니다. 카메라나 라이다(LiDAR) 센서의 탑재 높이와 사람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에서 시설물 재배치도 필요합니다. 또, 교차로 등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보행 환경이 개선될 수도 있겠죠.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변화는 도로 용량의 증대입니다. 현재의 교차로 환경에서는 운전자가 앞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반응하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 통과 대수에도 제약이 따릅니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고도화된 인지·제어 성능을 바탕으로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하며 차량 간 간격을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도로 면적에서 시간당 통과 대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실제로 2017년 국토연구원은 완전 자율주행 환경에서 고속도로 용량이 최대 약 190% 증가해 시간당 3,645대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정밀한 주행은 단순히 차량 흐름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공간 효율화로 이어집니다. 차가 더 촘촘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지금처럼 넓은 도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토지주택연구원(2020년)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율주행차 혼입률 100% 조건에서 편도 4차로 이상 도로의 공간을 약 2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전국도시교통관계자협회(NACTO) 역시 도심 환경에서 차선폭을 10피트(약 3m)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도로 용량 증대 효과는 자율주행차 보급이 충분히 확대된 시점에서야 단계적으로 실현될 전망입니다. 신호로 통제되는 도심 도로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며, 특히 유인차와 자율주행차가 혼재하는 과도기에는 오히려 교통 효율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VTPI·미국 연방도로청, 2024년)도 존재합니다.
도로의 물리적 구조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GPS 정밀도, 세밀한 지도, 실시간 사고 업데이트 등 고도화된 디지털 도로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특히 주목할 기술은 V2X(Vehicle to Everything)입니다. 카메라나 레이더 같은 센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나 악천후 속에서도, 차량이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 도로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통신하며 위치와 속도 정보를 공유해 안전성을 크게 높입니다. 실제로 2025년 두바이 도로교통청(RTA)은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약 620개 교차로와 신호등에 V2X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로 인프라가 수집한 실시간 교통 정보를 차량 대시보드로 직접 전송하는 선도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기반 시설의 용도와 형태도 재편됩니다. 자율주행차는 승객이 하차한 후 스스로 이동해 주차하므로, 주차장 내 승하차 여유 공간이나 사람이 이동할 통로 등이 불필요해집니다. 2018년 서울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100% 도입될 경우 기존 주차장의 잉여 공간이 30%에 달합니다. 단, 이는 차량 공유나 카풀 등이 활성화되어 한 대의 차량이 다수의 통행을 연속적으로 담당할 때 비로소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대신 주차 수요가 줄어든 자리에 인도와 차도 사이 공간인 ‘커브사이드(도로변)’의 승하차 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피크 타임의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2017년 시애틀 도시종합계획에서는 ‘플렉스존(Flex Zone)’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율주행차 승하차 전용 공간으로, 업무 시간에는 화물 하역 공간으로, 야간과 주말에는 주차나 개인형 이동수단(PM) 공간으로 시간대에 맞춰 도로변을 유연하게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도로가 좁아지고 남은 빈자리는 보행로나 공원 같은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2022년 서울시 자료 역시, 기존 차량 중심의 주유소 부지 등이 전기차 충전소는 물론 UAM(도심항공교통) 등 신교통수단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허브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 도시들의 자율주행차 도입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자율주행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현실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약 1,000대)를 비롯해 LA, 피닉스, 오스틴 등에서는 웨이모(Waymo)가 대규모 로보택시를 운영 중입니다. 2025년 운행 허가가 확대되며 샌프란시스코 반도 전역으로 영역을 넓혔고, 고속도로 운행도 점차 확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 유인차 중심의 도로 체계와 섞이면서 2024년 샌프란시스코에서만 노상 청소 구역 불법 주차, 교통 차단 등으로 589건의 위반 딱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로보택시가 다른 운전자의 급제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전용 승하차 구역 등 플렉스존 설계의 필요성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출처: 웨이모
중국 바이두가 운영하는 아폴로 고(Apollo Go)는 베이징, 우한 등 22개 도시의 좁고 복잡한 도로 환경 속에서도 레벨4 기술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2026년 1분기에는 두바이 도로교통청으로부터 완전 무인 운전 시험 허가를 획득하며 해외 통합 운영 허브 개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주행 시스템 탓에 잦은 급정거와 교통 체증을 유발하거나, 통신 장애로 차량이 일시 정지하는 등 기술적 리스크와 한계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자율주행 실증의 핵심 도시인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레벨3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해 온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6년 2월에는 국내 최초 레벨4 무인 버스 상용화를 위해 국비 74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이미 BRT 노선에서 V2X 기반의 자율협력주행 기술 시연을 마쳤으며, 앞으로 4년간 차량 개조와 원격 관제 센터 구축, 법률 개선을 거쳐 2027년 하반기 레벨4 자율주행 버스를 실제 운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도입은 이제 특정 도시의 실험을 넘어 미국, 중국, 한국을 거쳐 두바이까지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습니다. 기술이 도시를 바꾸는 속도만큼, 제도적 안전망과 공유 교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형성될 때 자율주행이 그리는 긍정적인 미래 도시는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