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비영리단체 세계그린빌딩협회(WGB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부문이 전 세계 탄소배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건축에서도 친환경성을 갖춰야 하는 시대입니다. 최근 영국에서는 친환경 인증 건축물의 부동산 가격에 ‘그린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지속가능성을 높여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건축물로 거듭나는 국내외 건축 인증 제도를 살펴봅니다.
G-SEED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 오염 저감에 기여한 건축물에 부여하는 대한민국의 녹색 건축 인증 제도입니다. 2002년 1월부터 시행했으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공동 총괄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도록 계획된 건축물의 입지, 자재 사용 및 시공, 유지/관리, 폐기 등 건축물의 전 생애를 평가해 건축물의 환경 성능을 확인하는데요. 평가는 토지 이용 및 교통, 에너지 및 환경 오염, 재료 및 자원, 물순환 관리, 유지관리, 생태환경, 실내 환경 등 총 7개 항목으로 이뤄집니다. 10개 인증 기관이 평가단으로 참여하고, 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등급을 인증하는 방식입니다.
G-SEED는 공동주택 평가로 시작해 현재는 단독주택, 일반주택, 공동주택 등의 주거용 건축물과 오피스, 학교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 등의 비주거용 건축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또한, 신축 건축물뿐만 아니라 기존 건축물도 평가 대상이 됩니다.
G-SEED는 최우수, 우수, 우량, 일반 총 4개 등급으로 나뉘는데요. 최우수와 우수 인증 등급을 받으면 여러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최우수 등급을 받은 건물은 취득세 10%를, 우수 등급의 건물은 5%를 감면해 줍니다. 또한 최우수는 5%, 우수는 3% 이하까지 건축물 용적률과 높이 제한도 완화할 수 있습니다. 2023년 현재 약 22,000개 건물이 G-SEED 인증을 취득했습니다.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는 미국의 녹색건축위원회(USGBC)에서 개발한 국제적인 녹색건물 인증 제도로, 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합니다.
건물의 특성에 맞는 평가를 위해 신축건물의 설계 및 시공을 평가하는 BD+C(Building Design and Construction), 건물 내부 인테리어와 시공을 검토하는 ID+C(Interior Design and Construction), 기존 건물의 운영 및 유지/개선에 주목하는 O+M(Building Operations and Maintenance), 단독주택, 다세대 등 주택을 위한 HOMES, 지역 근린시설 건물의 개발을 평가하는 ND(Neighborhood Development), 도시의 물, 에너지, 교통, 폐기물을 평가하는 Cities까지 총 6가지 부문으로 세분화 돼 있습니다.
LEED의 등급은 플래티넘, 골드, 실버, 인증 총 4개며, 평가항목은 2021년 4월 시행된 LEED v4.1을 기준으로 위치 및 교통, 지속 가능한 위치, 물 효율, 에너지 및 대기, 자재 및 자원, 실내 환경 품질, 혁신성, 지역 우선, 통합 프로세스 등 총 9가지를 검토해 점수에 따라 부여합니다.
LEED는 1998년 도입 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도입했으며, 국내에서도 LEED 인증을 받은 건물들이 있습니다. 롯데월드타워, KT광화문빌딩 East, 강남 파이낸스센터, 네이버 그린팩토리와 데이터센터 ‘각 춘천’, 서울스퀘어 등이 LEED 인증을 받은 건물입니다..
BREEAM (Building Research Establishment Environmental Assessment Method)은 1990년 개발한 영국의 친환경 건축물 성능 평가 도구입니다.
BEEAM은 지구환경 및 자원의 이용, 주변 환경과의 친화도, 실내 환경의 질 등부터 건물 내부 환경 성능까지 확인하는데요. ‘환경오염 및 유지 관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토지를 사용할 때 그 대지가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낮은 편인지, 개발 전후 주변이 생태학적 다양성을 유지하는지를 유심히 검토합니다. 이산화탄소, 프레온가스,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지, 건물의 온도 조절과 에너지를 절감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는지 등 에너지 부분도 빼놓지 않고 확인하죠.
재료 부분에서는 재료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환경에 영향이 적은 재료와 내재 에너지가 적은 재료를 사용했는지 검토하며, 거주자의 물의 소비 예상 사용량을 책정하고, 실제 절수 현황도 평가해 실사용자들의 친환경적인 행동과 노력도 유도합니다.
BREEAM은 Pass(합격), Good(우수), Very Good(매우 우수), Excellent(탁월), Outstating(뛰어난, 비교 불가한) 총 5개 평가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영국 정부 건설 프로젝트에는 의무적으로 BREEAM 평가를 받고, 최소한 ‘매우 우수(Very Good)’ 등급이 나와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케아 기흥점, 동부산점, 고양점이 BREEAM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CASBEE(Comprehensive Assessment System for Built Environment Efficiency)는 건축물의 환경 품질, 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일본의 건물 환경 효율 종합평가 시스템입니다.
2001년 정부, 대학, 기업이 공동 개발한 제도로, 현재는 IBEC(Institute for Building Environment and Energy Conservation)와 JSBC(Japan Sustainable Building Consortium), 두 기관 주도하에 도시의 열섬 효과 평가 도구 등 다양한 평가방식을 추가해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CASBEE의 평가항목은 크게 2가지 부문으로 나뉩니다. 건축물의 내부와 현장 환경을 평가하는 Q(품질/성능) 항목과 에너지 소비를 비롯해 건축물의 외부환경 부하를 평가하는 L(환경부하) 항목입니다. 건물의 Q(품질/성능) 항목이 크고 L(환경부하) 항목이 작을수록 친환경적인 건축물로 평가됩니다. Q 항목을 L항목으로 나눈 값의 그래프 기울기에 따라 C, B-, B+, A, S의 5개 등급으로 나누어집니다.
오사카와 나고야를 포함한 일본 14개 지역자치단체에서는 신축 건물 평가 시 CASBEE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일본 내에서는 에너지 저소비형 건물에 대한 선호가 높아 건축주 스스로가 CASBEE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CASBEE 인증 건물로는 녹색 커튼으로 유명한 후쿠오카의 아크로스로, 외벽에서 이어진 계단식 옥상정원의 나무와 식물 덕에 냉난방 비용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독일의 DGNB (German Sustainable Building Council), 프랑스의 HQE E(High Quality Environmental standard), 싱가포르의 BCA(Building and Construction Authority) Green Mark 등 국가마다 다양한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를 실시 중입니다. 그만큼 건축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 세계가 공감하고, 환경 부하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겠죠.
건축물을 짓고 평가하는 기관이나 사람뿐 아니라, 실제 이용하고 살아가는 우리도 건축물의 ‘친환경성’에 주목하고 지속 가능한 건축물의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은 곳들이 종종 있습니다. 자주 방문하는 스팟 중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를 받은 곳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고, 머무를 때만큼 이라도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며 의식적으로 행동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