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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상승에 생산성 2~3%가 사라진다! 뉴노멀이 된 폭염, 산업의 새로운 리스크

2026-07-30

1도 상승에 생산성 2~3%가 사라진다! 뉴노멀이 된 폭염, 산업의 새로운 리스크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적용된 ‘쿨링 브레이크(Cooling Break)’. 경기 중 전·후반 각각 3분씩 수분을 보충하는 휴식 시간을 명문화하며 더 주목 받았습니다.

경기장의 3분 휴식은 곧 산업 현장의 과제로 이어졌습니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은 이를 계기로 유럽연합(EU)에 근로자를 위한 법적 최고 작업 온도 기준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법적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위험이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으면 산업 재해 위험이 최대 7%, 38도 이상에서는 최대 15%까지 늘어납니다. 그 배경에는 6월부터 시작된 유례없는 폭염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영국에서는 폭염으로 근무 시간이 줄면서 11억 5,000만 파운드의 근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상기후를 넘어서 업무 위험 요인이 된 폭염

202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기상기구(WMO)와 함께 『Climate change and workplace heat stress』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직장 내 폭염 스트레스를 전면적으로 다룬 이 보고서의 핵심은 “습구흑구온도(WBGT)가 20도를 넘어선 뒤 1도씩 오를 때마다 노동생산성은 2~3%씩 감소한다”는 점입니다. 습구흑구온도는 더위체감지수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단순히 온도가 아닌 복합적인 부분을 체크해 기온과 습도, 복사열, 기류를 복합적으로 반영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평가합니다.

이 보고서에는 2024년 국제노동기구(ILO)가 내놓은 수치도 함께 담겼습니다. ILO에 따르면 전 세계 근로자의 70.9%, 약 24억 1,000만 명이 근무 중 과도한 열에 노출됩니다. 피해도 상당합니다. 매년 산업재해 2,287만 건, 사망 1만 8,970명, 장애보정생존연수(DALY) 손실 209만 년이 발생합니다. 만성 신장질환을 앓는 2,620만 명 역시 직장 내 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기구의 통계는 현장에서 그대로 확인됩니다. 2025년 여름 유럽 854개 도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약 1만 6,500명 발생했습니다. 그해 전체 폭염 사망자 2만 4,400명의 68%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스페인의 경우, 2025년 노동사회경제부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극심한 더위로 인해 근로자가 619건 재해를 입었고, 총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닙니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온열질환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13건에서 2025년 77건으로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2024년 1,257명에서 2025년 1,803명으로 약 43% 증가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5년 이래 가장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폭염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국가별 규제 및 제도 마련

그렇다면 각국은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어떻게 막고 있을까요? 유럽에는 아직 구속력 있는 폭염 규제가 없습니다. 유럽산업안전보건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이고, 실질적인 대응은 나라와 지역이 각자 만들고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입니다. 지역별 조례와 일일 실외 열 위험 평가를 하는 디지털 플랫폼 워크리메이트(Worklimate)의 위험지도를 근거로 옥외작업 중단 명령을 운영합니다. 2025년 기준 20개 주 가운데 18개 주가 이 조례를 시행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롬바르디아, 에밀리아로마냐 등 주요 산업지대는 오후 12시 30분~ 4시까지 옥외작업을 전면 금지했고, 위반하면 노동안전법에 따라 행정 제재를 받습니다.

스페인은 2023년부터 왕령을 통해 기상청의 오렌지·레드 경보가 발령되면 특정 옥외작업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근로자대표와 협의해 대응 프로토콜을 세우는 것도 의무입니다. 2024년에는 근로자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 등 이상기후로 통근이 불가능하거나 심각한 건강 위험이 있을 경우 최대 4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도록 했습니다.

미국은 주별로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릴랜드, 미네소타, 네바다, 오리건, 워싱턴 등이 강제력 있는 폭염 기준을 시행 중입니다. 대부분 화씨 80도(섭씨 약 27도)에서 물과 그늘을 제공하도록 하고, 90도(섭씨 약 32도)에 도달하면 휴식이나 비상대응계획 같은 추가 조치를 요구합니다.

일본은 2025년 노동안전위생규칙을 개정했습니다. WBGT 28도 이상 또는 기온 31도 이상에서 연속 1시간 이상, 또는 하루 4시간을 넘겨 이뤄지는 작업을 ‘열사병 발생 우려 작업’으로 규정했습니다. 사업주에게는 두 가지 의무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열사병 자각증상자나 의심자를 발견했을 때의 보고 체계를 갖추는 것, 다른 하나는 작업 중단과 신체 냉각, 의사 진료 등 중증화를 막기 위한 조치 절차를 세우고 시행하는 것입니다. 기업 규모나 실내·실외 여부와 관계없이 전 업종에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국내에서도 2025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체감온도별 단계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작업장에서 2시간 이상 작업할 때는 냉방·통풍장치 가동, 작업시간 조정, 주기적 휴식 가운데 하나 이상을 시행해야 합니다. 33도를 넘으면 모든 사업장이 2시간마다 최소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해야 합니다. 35도 이상에서는 매시간 15분 이상 휴식과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지가 권고되고, 38도 이상에서는 재난·안전 관련 긴급조치를 제외한 옥외작업이 전면 중지되며 온열질환 민감군은 옥외작업에서 배제됩니다.

 

근로자의 여름철 안전을 위한 현장의 노력

세계 여러 기업도 여름철 폭염을 명백한 위험 요인으로 보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직사광선 아래 작업과 낮 12시 30분~오후 3시 야외작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여기에 더해 걸프 지역 건설현장에 IoT 안전모를 도입했습니다. 두바이에 기반을 둔 건설테크 스타트업 웨이크캡(Wakecap)이 개발한 제품으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근로자의 위치와 안전사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여기에 일본 바이오데이터뱅크의 특허 센서를 결합해 온열질환 감지 기능까지 확장했습니다. 이 센서는 근로자의 심부체온을 추적하다가 38도를 넘어서면 현장 관리자에게 경고 알람을 보냅니다.

미국 텍사스의 종합건설사 로저스 오브리엔은 오하이오의 한 생명과학기업이 개발한 세이프가드(SafeGuard) 플랫폼을 도입했습니다. 웨어러블 워치와 연동해 심박수와 심부체온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기준치를 넘으면 근로자와 안전관리자에게 동시에 알림을 보냅니다. 심각한 경보가 울리면 근로자를 냉방 중인 사무실로 이동시킵니다. 2023년 4개 현장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 현장으로 확대했고, 근로자의 80%가 자발적으로 착용에 동의했습니다. 도입 이후 온열질환 대응 비용은 전년 대비 약 20만 달러 줄었고, 2023년 온열질환으로 인한 병원 방문은 0건을 기록했습니다. 이 사례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 사례를 다루는 매체 패스트컴퍼니의 ‘2024 세계를 바꾸는 아이디어’에 선정돼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출처: MURATA MANUFACTURING CO., LTD.

일본 토다건설은 교토의 전자부품기업 무라타제작소와 근로자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습니다. 그동안은 현장에 WBGT 측정기를 설치하고 관리자가 순회하며 개별적으로 확인했지만, 열사병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습니다. 두 회사가 만든 것은 헬멧형 스마트 센서입니다. 이마가 닿는 안전모 앞부분 센서가 맥박과 신체 활동 강도를 재고, 뒷부분의 외부 센서가 주변 온도와 습도를 기록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전송돼 집계·분석됩니다. 열 스트레스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센서의 기울기 지속시간과 미세한 움직임 패턴을 분석해 근로자의 쓰러짐과 낙상까지 감지하고 경보를 울립니다. 이 기술은 2019년 정식 출시된 뒤, 현재 일본의 많은 기업에 도입되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기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체감온도 IoT 모니터링 플랫폼을 전국 80개 건설현장에 적용해 5분 간격으로 체감온도를 측정하고 경고를 발송합니다. 삼성전자는 LTE 모델 갤럭시 워치를 활용한 스마트싱스 프로 안전관리 솔루션을 만들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현장에 도입했습니다. 한편, 조선·철강·방산업계는 인공지능(AI) 기반 위험 예측 시스템과 협동로봇, 웨어러블 센서를 총동원한 ‘스마트 폭염 대응 체계’를 운영합니다. 한화오션은 고온 작업 구간에 협동로봇을 대거 투입했습니다. 용접 작업 때 근로자가 30kg 넘는 장비를 직접 옮기던 방식을 로봇 팔 자동화로 바꾸면서 작업 준비시간을 60% 단축했습니다. 근로자가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 자체를 줄인 셈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로 조선소 전체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해, 작업 구역별 실시간 온도 분포를 살피고 AI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작업 스케줄과 동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마가 물러난 자리를 폭염이 곧바로 채웠습니다. 7월의 마지막 주,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체감온도는 35도 안팎을 오르내립니다. 폭염이 이상기후가 아니라 기본 값이 된 지금, 현장의 온도를 살피는 일은 곧 생산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안전과 생산성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올 여름 우리의 현장도 한층 더 안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