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를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여성이 시멘트 공장에서 생산 기술직으로 근무한다는 게 좀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는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닌데요. 바로 2022년 삼표시멘트의 첫 여성 생산 기술직으로 입사한 정희경 사원과 임희아 사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표시멘트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희경 사원(이하 ‘정’) 저는 생산2팀에서 원료밀 생산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생산2팀은 석회석, 점토, 규석 등 원료부터 시멘트가 되는 광물인 클링커의 생산을 진행합니다. 평소 좋은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현장의 안전 점검, 감독 관리, 청결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품의 불량, 공장 가동 이슈 등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는 일도 제 일이지요.
임희아 사원(이하 ‘임’) 저는 R&D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적으로 큰 이슈인데요. 시멘트 사업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 및 기획하고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임 저는 삼척에서 오랫동안 학교에 다녔어요.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이곳에서 공부해서 삼표는 익숙한 기업이었어요. 환경공학으로 박사과정을 밟는 중 교수님 추천으로 지원했어요.
정 시멘트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설재료로, 더 좋은 제품과 기술력으로 편의를 제공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전공인 화학공학도 살리면서 사회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어요. 지원할 때부터 성별에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직무만 보았어요.
정 입사 후 ‘시멘트 생산 관리 직무로 현장에서 일하는 유일한 여성’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긴 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엔 ‘특별하다, 남다르다’할 만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전혀 남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일해요.
임 맞아요. 업무에선 전혀 그런 걸 느낄 수 없어요. 다만 교육에 가면 주목받는 편이죠.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을 처음 본다고 많이 말씀해주세요.
정 ‘남자들보다 꼼꼼해서 더 유리하겠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이건 성향의 차이인 것 같아요. 남자 동기나 선배들이 더 꼼꼼할 때도 많죠. 굳이 여성으로서 장점을 찾는다면 체구가 작다는 점이요! 설비 점검 시 좁은 공간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다소 유리하더라고요. (웃음)
임 여성이라 느낀 장점이나 단점은 따로 없었어요. 신입사원이라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이 있을 뿐이죠. 선배들이 힘든 게 없는지 물어보고 격려해 주신 덕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이좋았고요. 개인적으로 제가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큰 금액의 사업비를 거침없이 송금시키더라고요. 물론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 이체했죠.
임 딱히 그런 건 없어요. 업무적인 차이보다 사소한 힘의 차이만 느꼈어요. 수요일에 클린데이(Clean Day)라고, 공장을 다 같이 청소하거든요. 얼마 전에 삽질했는데, 삽이 무겁고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다들 한 삽 푹푹 뜨면 저는 반 삽 겨우 떴어요. 대신 두 배로 부지런히 움직였죠.
정 여성이라 느끼는 어려움보다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신입이 라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현장 근무자분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요. 제일 많이 나는 분은 아버지뻘이라 업무적인 말도 건네기 어려웠어요. 같이 보수작업하고 소통하면서 이젠 가까워졌지만요. 요즘은 대기실에 가서 먼저 안부도 여쭙고, 커피 한 잔 사달라며 고충도 하소연하고 오기도 해요.
정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보수작업이었어요. 1년에 총 4번 생산시설 가동을 잠시 멈춘 후 점검과 수리를 하는데요. 그때 눈으로 직접 내부 설비를 보고 원료, 가스의 흐름 등을 익힐 수 있어 좋았죠.
임 제안서 작업에서 주로 기사, 논문 등의 자료 찾는 일을 담당해요. 공부할 때만 해도 기술력, 환경 영향력에 초점을 맞춰서 보았는데, 회사는 비용 절감과 이윤을 빼놓을 수 없으니 경제성도 고려해야 하더라고요. 팀장님이 많이 가르쳐 주셨는데, 그게 굉장히 기억에 남았어요.
임 아직 서포터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열심히 배워 주체적 으로 프로젝트를 이끌 역량을 키워 책임자로 일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래서 언젠간 과제의 책임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정 제 일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차곡차곡 노하우가 쌓이는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보일러와 폐열발전 설비분야의 지식이 부족해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차장님이 관련 자격증을 추천해 주셨어요. 그래서 올해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임 제안의 결과가 좋아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때인 것 같아요. 기술 자료, 비용 책정 작업 등에 조금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죠. 제안서 작업은 R&D팀 외에도 다른 부서가 함께 일해요. 결과를 통보받으면 협업 과정이 떠오르면서 감사하고 보람됨을 느낍니다.
정 처음 7호기를 보수할 때 아무것도 몰라 선배님들 뒤만 졸졸 따라다녔는데요. 한 달이 지나고, 6호기를 보수할 때는 저 혼자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뿌듯했어요. 또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선배님들께 ‘수고했다’, ‘고생했다’라는 인사를 듣는데 소소하지만 기분이 참 좋았어요.
정 들어오기 전에 남성이 많은 조직이라 딱딱하고 수직적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먼저 다가오고, 업무적인 이야기를 편히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사람이 좋아야 일을 오래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삼표시멘트는 정말 근무하기 좋은 곳 같아요.
임 선배님들이 무엇보다 후배 양성을 위해 힘써주세요. 앞으로 후배를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교육에 보내주시려고 해요. 그 덕에 업무 외 다양한 분야를 전반적으로 익히고 배울 수 있었어요. 이런 환경 하나하나 만들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정 체력적으로 부족할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에 힘들었는데, 약해지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운동하고 관리해요. 추가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힘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어요.
임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충을 털어놓으면 선배들은 말없이 챙겨 주기도 하고, 다정하게 솔루션을 찾으며 마음을 헤아려 주기도 해요. 어려운 점, 모르는 부분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일하기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