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기업이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이를 실제로 얼마나 이행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어떤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냈는가. TIME과 Statista는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매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AI 이미지, 자료: TIME·Statista, World’s Most Sustainable Companies 2026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마다 공개하는 정보와 측정 방식이 달라 같은 기준에서 살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TIME과 글로벌 데이터 기업인 Statista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과 지속가능한 활동을 조명하기 위해 2024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World’s Most Sustainable Companies)’ 순위를 처음 발표했습니다.
평가는 기업이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외부 지속가능성 평가와 목표, 지속가능성 보고서, 환경·사회 관련 성과 등 20개가 넘는 주요 지표와 데이터를 종합해 기업별 지속가능성 점수를 산출합니다. 즉, 기업이 어떤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지 단순히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로 공개된 정보와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성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순위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인증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서로 다른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활동과 성과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하나의 평가 방식이죠. 하지만 TIME과 Statista가 어떤 항목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데이터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TIME과 Statista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총 4단계의 평가방법론(4-Step Methodology)을 적용합니다. 먼저 지속가능성에 위배되는 기업을 제외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화석연료·삼림 벌채 등 지속 불가능한 산업에 관여하거나 환경 관련 부정적 이슈 및 논란이 있는 기업은 심사에서 자동 제외합니다. 다음으로 외부 기관의 지속가능성 평가와 국제 이니셔티브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데요. CDP 등급, UN글로벌콤팩트(UNGC) 가입, SBTi 목표 승인 여부 등을 주요 지표로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목표와 원칙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외부 기준에 따라 관리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최신 ESG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개 여부, 제3자 외부 검증(External assurance) 여부, 국제 공인 보고 표준 준수 여부 확인을 통해 지속가능성 정보의 ‘투명성’을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등의 핵심성과지표(KPI)를 분석하는데요. 이 단계에서는 배출량·에너지·폐기물 집약도, 감축 실적, 재생에너지 사용 및 재활용 비율 등을 통해 환경·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제 성과를 평가합니다.

출처: Statista, World’s Most Sustainable Companies 2026
TIME과 Statista는 2024년부터 4단계 평가 방법론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평가 대상과 데이터, 세부 기준을 새롭게 반영·보완해 평가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지난 2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평가 대상과 최종 선정 기업의 확대입니다. 2024·2025년에는 5,000여 개 기업 중 500곳을 선정했지만, 2026년에는 5,800여 개 기업 중 750곳으로 확대했습니다. 2026년 방법론에서는 점수 산정 방식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는데요. 지속가능성 공약 및 외부 평가에 40%, 보고 및 투명성에 20%, 환경·사회적 책임에 40%의 가중치를 적용했습니다. 환경·사회적 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60%가 외부 평가·약속과 보고서 공개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은, 아무리 열심히 실천해도 외부에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올해 순위에 오른 기업들의 22%는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일본이 8%로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별로는 엔지니어링·제조업이 1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은행·금융 서비스업이 10%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출처: Statista, World’s Most Sustainable Companies 2026
2024년 해당 순위가 처음 발표된 이후로 상위권의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 전략과 탄소 감축, 재생에너지, 사회적 책임 등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등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① 3년 연속 1위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프랑스의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분야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2026년 종합 점수 97.58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본업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슈나이더는 에너지 관리와 자동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전기화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즉, 고객이 에너지를 아끼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쓰이는 기술이 곧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제품과 서비스인 셈이죠.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2026년 1분기 에너지 관리·자동화·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고객이 4,750만MWh의 에너지를 절감하거나 전기화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같은 기간 고객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2,000만t을 줄이거나 회피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슈나이더는 자체적인 탄소감축은 물론 제품 설계단계에서도 순환경제와 환경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에너지 접근성과 전환 관련 교육·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은 2026~2030년 지속가능성 로드맵인 ‘Impact 2030’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데요. Impact 2030은 ‘세계의 전기화’, ‘산업의 혁신’, ‘인재 잠재력 확대’, ‘지역사회 역량 강화’ 등 4개 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분야의 성과를 정량적인 지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② 패션기업이 보여주는 지속가능성, 몽클레르(Moncler)
올해 3위에 오른 이탈리아의 럭셔리 패션 기업 몽클레르는 2026년 Top 10 가운데 패션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습니다. 제품에 사용하는 소재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전환하고, 협력업체의 환경‧사회적 기준까지 관리하며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데요. 2025년에는 면의 55% 이상을 유기농 또는 재활용 소재로 사용했으며,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포장재를 줄이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몽클레르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지속가능성 계획 ‘SIDE by SIDE 2026–2028’을 통해 소재와 공급망 전반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8년 컬렉션에서는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한 나일론 70% 이상, 면 65% 이상, 인증 기준을 충족한 울 75% 이상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또한 주요 공급업체의 탈탄소화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공급망 내 재생에너지 도입을 촉진하는 등 소재뿐 아니라 생산·공급 과정 전반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몽클레르 홈페이지, 지속가능한 소재와 원단으로 전환하는 몽클레르 (왼쪽부터 재활용 나일론, 재활용 폴리에스터
③ 항공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협력을 이끌어내는 아에나(Aena)
지속가능성은 이처럼 업종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데요. 스페인의 공항 운영기업인 아에나는 2021~2030 기후행동계획을 통해 공항 운영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항공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공항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이동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아에나 홈페이지
특히 2030년까지 Scope 1·2에 대한 넷제로(Net Zero Carbon)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태양광 발전 확대, 공항 차량의 전기화, 지속가능한 이동수단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Scope 1·2 배출량은 2019년 대비 70.4% 감소했으며, 아에나는 100% 재생에너지 원산지 보증(Guarantees of Origin)을 받은 전력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아에나의 지속가능성 활동은 자체 운영에 그치지 않고 항공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위한 협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속가능항공연료(기존 항공유보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항공용 연료)의 도입과 활용을 촉진하고, 사용 확대를 위한 협력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 기업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2024년 카카오,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기업 15곳이 ‘World’s Most Sustainable Companies’에 이름을 올린 이후, 다양한 산업군의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에 맞춘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최상위권에 진입한 국내 기업은 적지만, 글로벌 표준에 발맞추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위의 세 기업의 사례를 보면 에너지 관리와 자동화, 소재와 공급망, 공항 운영 등 각 기업이 가진 사업의 특성과 환경에 맞춰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의 방식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거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의 출발점 역시 기업마다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을 별도의 활동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 과정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각자의 사업에서 할 수 있는 변화를 찾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 나갈 때,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경영의 성과도 함께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